애덤 스미스가 예견한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 [김동욱의 역사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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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의 장인 제조업자(동업조합 멤버)들은 자국 시장에서 그들의 경쟁자 수를 증가시킬 것 같은 어떤 법률에도 반대한다.(master manufacturers set themselves against every law that is likely to increase the number of their rivals in the home market.)”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에서 폐쇄적인 길드 조직에 그 어떤 대상보다 강하게 시퍼런 날을 들이댔다. 라이선스로 인한 시장 왜곡에 기대 과도한 이익을 얻던 이들이, 그들을 보호하던 장벽이 조금이라도 낮아질 기미만 보이면 강력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강력한 어조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각종 규제 뒤에 숨어 독점력을 유지하려는 행태를 그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소수가 부당한 이득을 얻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 사회 전체에 큰 해악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때로는 감정적인 가치 판단이 개입되는 표현도 주저하지 않았다. “영국의 동업조합 구성원들은 나라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피로써 나라를 지키는 자에 비해 더 큰 공헌을 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더 특별히 대우받을 이유도 없다”고 못 박은 게 대표적이다.
그런 상황을 고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시장 독점권을 줄이려는 시도는 강력한 무력을 독점적으로 보유한 군대를 감축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로 그려졌다. 군의 장교들이 군의 규모를 줄이는 데 반대하는 것과 동일한 열정과 일사불란함으로 동업조합 멤버들이 시장에서 경쟁자 수를 증가시킬 것 같은 법률에 반할 것이라고 묘사했다.
폐쇄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는 점도, 그들의 행위가 국가나 사회에 위협적으로 될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동업조합자들은 과대 성장한 상비군처럼 정부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입법부를 위협하기도 한다"고 그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미스는 입법부에 '편파적인 이익·소란스러운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익의 시각에서 움직일 것'을 주문한다. “새로운 독점을 만들지 말고, 이미 확립된 독점을 확대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의사들이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전국 의과대학 입학생 정원을 현재보다 2000명 늘리는 방안에 반발하고 나선 것인데.
의대생 정원을 늘린다고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삼자가 보기엔 명분 없는 일이다. 노골적인 '밥그릇 지키기', 폐쇄되고 왜곡된 시장에서 과도한 이익을 계속해서 거두겠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습으론 사회 구성원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폐쇄가 아닌 개방, 담합이 아닌 경쟁이 사회 전체의 후생을 늘린다고 했던 250년 전 애덤 스미스의 설파는 오늘날에도 강한 설득력을 지니며 다가온다.
무엇보다 아무리 저항해도 폐쇄 시장은 장기간 유지되기 힘들다. 스미스 시대에 강고했던 폐쇄적 길드가 오늘날 그 흔적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약화됐다는 점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김동욱 오피니언부장 kimdw@hankyung.com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에서 폐쇄적인 길드 조직에 그 어떤 대상보다 강하게 시퍼런 날을 들이댔다. 라이선스로 인한 시장 왜곡에 기대 과도한 이익을 얻던 이들이, 그들을 보호하던 장벽이 조금이라도 낮아질 기미만 보이면 강력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강력한 어조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각종 규제 뒤에 숨어 독점력을 유지하려는 행태를 그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소수가 부당한 이득을 얻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 사회 전체에 큰 해악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때로는 감정적인 가치 판단이 개입되는 표현도 주저하지 않았다. “영국의 동업조합 구성원들은 나라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피로써 나라를 지키는 자에 비해 더 큰 공헌을 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더 특별히 대우받을 이유도 없다”고 못 박은 게 대표적이다.
그런 상황을 고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시장 독점권을 줄이려는 시도는 강력한 무력을 독점적으로 보유한 군대를 감축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로 그려졌다. 군의 장교들이 군의 규모를 줄이는 데 반대하는 것과 동일한 열정과 일사불란함으로 동업조합 멤버들이 시장에서 경쟁자 수를 증가시킬 것 같은 법률에 반할 것이라고 묘사했다.
폐쇄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는 점도, 그들의 행위가 국가나 사회에 위협적으로 될 수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동업조합자들은 과대 성장한 상비군처럼 정부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입법부를 위협하기도 한다"고 그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미스는 입법부에 '편파적인 이익·소란스러운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익의 시각에서 움직일 것'을 주문한다. “새로운 독점을 만들지 말고, 이미 확립된 독점을 확대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의사들이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전국 의과대학 입학생 정원을 현재보다 2000명 늘리는 방안에 반발하고 나선 것인데.
의대생 정원을 늘린다고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제삼자가 보기엔 명분 없는 일이다. 노골적인 '밥그릇 지키기', 폐쇄되고 왜곡된 시장에서 과도한 이익을 계속해서 거두겠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습으론 사회 구성원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폐쇄가 아닌 개방, 담합이 아닌 경쟁이 사회 전체의 후생을 늘린다고 했던 250년 전 애덤 스미스의 설파는 오늘날에도 강한 설득력을 지니며 다가온다.
무엇보다 아무리 저항해도 폐쇄 시장은 장기간 유지되기 힘들다. 스미스 시대에 강고했던 폐쇄적 길드가 오늘날 그 흔적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약화됐다는 점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김동욱 오피니언부장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