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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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트리안인베스트먼트 창립자인 넬슨 펠츠 회장이 디즈니의 실적 부진과 임원 고액 연봉 등을 지적하며 이사회 교체가 필요하다고 또 한 번 촉구했다.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디즈니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디즈니는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트리안 펀드와 표대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넬슨 펠츠 트리안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경쟁력을 복구하라(Restore the magic at the Walt Disney Company)’는 제목의 133쪽 분량 백서를 공개했다. 여기에서 펠츠 회장은 “디즈니가 스트리밍을 비롯한 업계 변화에 느리게 적응하고 인수 전략에 오류를 범했으며, 승계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어 리더십 공백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디즈니 자회사 ESPN이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폭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협력하기로 한 것,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에 15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로 한 것 등 디즈니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비판했다.
트라이언이 발표한 백서(사진=트리안인베스트먼트)
트라이언이 발표한 백서(사진=트리안인베스트먼트)
펠츠 회장은 디즈니에 이사회 구성 변경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 1월 중순 트라이언 펀드는 금융 당국에 제출한 예비 위임장을 통해 디즈니 이사회에 본인과 제이 라슬로 디즈니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합류시킬 것을 요구했다. 스트리밍 사업 재편, 대대적인 비용 절감, 승계 구도 확립을 위해서다. 이들은 2027년까지 디즈니의 영업이익률을 넷플릭스와 비슷한 15~2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경영진의 보수 역시 성과와 연동시키겠다고 설명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S&P500은 24.2%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디즈니 주가는 3.92% 오르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160만달러(약 421억원)의 총보수를 받았다. 펠츠 회장은 이날 백서를 통해 “고액 연봉은 수년 동안 디즈니의 특징이었다”며 “지난 10년간 임원들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10억달러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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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교체를 요구한 것은 트리안 펀드뿐만이 아니다. 투자회사 블랙웰스 캐피털 역시 다음 달 3일 개최될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세 명의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블랙웰스 캐피털 관계자는 “디즈니에는 강력한 콘텐츠 및 기술 전략이 없어 회사가 (성장에) 방해받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전략이 디즈니 주가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이로써 다음 달 3일 개최되는 연례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이 치러질 예정이다. 디즈니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자신들이 제안한 12명의 후보를 지지하고, 트리안 펀드나 블랙웰스 캐피털이 추천한 후보는 거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