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돈 잘 벌어서 잘 사용한 저평가 종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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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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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 구조가 중간재 수출 중심으로 구성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생변수에 민감하고 산업 주기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이익을 창출해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낼 수 있도록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도 하고 재무구조도 개선해가는 종목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단순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들을 찾기보다, 스마일곡선의 윗 부분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스마일곡선은 어떤 상품이 만들어져 판매되는 과정에서 각 단계별 부가가치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밸류체인의 초반과 끝 부분은 부가가치가 높고, 중간재와 조립·생산 등 가운데 부분은 부가가치가 낮다. 한국은 아직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아 이익 사이클의 변동성이 높고 외생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투자를 늘려온 기업들이 향후 스마일곡선의 윗 부분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를 선별할 지표로는 현금흐름이 제시됐다.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현금을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으로 유출시킨 종목을 고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기업들은 이미 주식시장에서 자본가치를 인정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PBR 1배 미만이라는 기준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한경 마켓PRO는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 △전체 현금흐름이 플러스(+)이면서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유입됐고 △투자·재무 활동으로 현금이 유출된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종목을 추렸다. 이중 PBR이 1배 미만인 종목은 10개, 2배 미만은 21개였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추려진 종목 중 PBR이 가장 낮은 종목은 한국앤컴퍼니로, 0.26배에 불과했다. 한국앤컴퍼니의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은 PBR 0.51배로, 추려진 종목 중 두 번째였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최근 업황 호조를 업고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4분기에도 4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약 46% 웃돌았다. 판매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원자재 투입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이에 더해 수익성 높은 18인치 이상의 고인치 타이어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PBR이 세 번째로 낮은 팬오션(이하 PBR 0.54배)은 팬데믹으로 인한 해운업 호황의 시기에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를 늘리고 빚도 갚았다. 영업활동 현금 유입이 2020년 4705억원에서 2022년 1조4108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 현금 유출은 3369억원에서 5774억원으로, 재무활동 현금 유출은 1390억원에서 6427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대한항공(0.83배)과 현대글로비스(0.91배)도 팬오션과 비슷하게 2020년 이후 영업활동 현금 유입 규모와 투자·재무 활동 현금 유출 규모가 꾸준히 늘었다.

이외 현대모비스(0.55배), 롯데정밀화학(0.63배), SK텔레콤(0.98배) 등도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유입시켜 투자와 부채 축소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