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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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월 반도체 매출 증가율이 글로벌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인공지능(AI)+ 행동'으로 이름 붙인 AI 산업 육성책을 새롭게 제시하기도 했다.

6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1월 중국 반도체 산업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이 같은 기간 15.2% 늘어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미주 지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각각 20.3%, 12.8% 늘었다. 반면 일본과 유럽은 각각 6.4%, 1.4% 감소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투자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판매 증가율은 글로벌 평균을 앞질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기술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반도체 제조 역량을 키우면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제가 오히려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독자 연구개발(R&D)을 촉진했고 관련 투자도 늘렸다고 평가했다. 통신 반도체가 부분적으로 국산화되고, AI 반도체 연구에서도 진전이 이뤄지는 등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대폭 개선됐다는 주장이다.

샹리강 중국정보소비연합 대표는 반도체 생산 자립률이 2018년 약 5%에서 재작년 17%로 올랐고, 작년에는 30%를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강력한 제조 역량과 커다란 내수시장을 갖춘 중국은 반도체 공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며 "이는 기술 안보를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 발전에 국가 지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과학기술 연구 예산을 전년 대비 10% 늘린 3708억 위안(약 69조원)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던 2019년 이후 가장 큰 증액이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이란 단어를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26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6년 간 과학 기술 개발에 대한 재정 지출은 매년 평균 6.4% 증가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AI+ 행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챗GPT를 비롯한 미국의 생성 AI 서비스가 세계 산업 판도를 빠르게 변화시키자 AI 산업 육성책을 들고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보고서의 ‘디지털 경제 혁신 발전’ 항목에서 “디지털의 산업화, 산업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과 실물 경제의 심도 있는 융합을 촉진하겠다”며 “빅데이터, AI 등의 연구·응용을 심화하고, ‘AI+ 행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