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속 베트남 카페…"김우중 정신 잇는 '민간외교관' 될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Zoom In
'콩카페' 도입한 조성빈 그린에그에프엔비 대표
前 대우 회장 비서와 의기투합
베트남 인기 카페 韓 들여와
올해 50곳, 3년 내 100곳 확장
유학생엔 장학금·취업 소개도
'콩카페' 도입한 조성빈 그린에그에프엔비 대표
前 대우 회장 비서와 의기투합
베트남 인기 카페 韓 들여와
올해 50곳, 3년 내 100곳 확장
유학생엔 장학금·취업 소개도
경기 수원 화성행궁 앞에 있는 한옥 카페. ‘Cng C Ph’라는 낯선 베트남어 간판이 걸려 있다. 내부는 더 이국적이다. 벽에 걸린 흑백사진부터 꽃무늬 레트로 방석, 코코넛 스무디 커피까지, 1960~1970년대 베트남 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조성빈 그린에그에프엔비 대표(55·사진)가 국내에 도입한 ‘콩카페’다. 베트남 유명 가수가 현지에서 창업한 인기 카페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2018년 한국에 처음 들여왔다. 조 대표는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현재 18곳인 콩카페를 올해 50곳, 3년 내 100곳으로 늘려 한국·베트남 교류의 상징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가 베트남 카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의 ‘간접 인연’이었다. 1990년대 김 회장의 비서로 일한 대학 동기 정인섭 전 한화오션 사장과 함께 “김 회장의 정신을 이어 베트남에 투자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
2016년 말 투자사 그린에그를 차린 지 얼마 안 돼 하노이·다낭 등에서 인기를 끌던 콩카페가 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마침 한국에선 ‘베트남 여행’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콩카페를 들여오면 ‘대박’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조 대표는 “당시 이미 콩카페에 접촉한 한국 기업이 20개가 넘었고, 워낙 쟁쟁한 곳들이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마음을 비우고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한국 커피 시장에 대한 조언을 해줬는데, 나중에 연락이 와 ‘누구보다 베트남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란 게 느껴졌다’며 라이선스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콩카페는 2018년 서울 연남동 1호점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작은 소품부터 포스터, 목제가구 등도 모두 현지에서 가져왔다. 수원 화성, 경주 황리단길 점포는 ‘한옥 콩카페’ 콘셉트로 꾸미기도 했다. 올해는 천안, 대전, 제주 등에도 진출해 콩카페를 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조 대표는 “콩카페는 단순한 수익모델 그 이상”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에겐 베트남 여행의 추억을, 베트남 사람들에겐 자부심을 주는 모델이란 얘기다. 그는 “베트남에선 선진국인 한국 시장에서 콩카페가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베트남 콘텐츠가 먹힌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주한베트남대사관에서 투자 미팅을 할 때도 콩카페에서 할 정도”라고 했다.
조 대표와 콩카페는 ‘민간 외교’에도 기여하고 있다. 콩카페에서 나온 수익의 일부로 한국에 있는 베트남 유학생과 교민을 돕는다.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베트남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과 연결해주기도 한다.
“목표는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잘되는 겁니다. ‘해외에서 100원을 벌면 30원은 그곳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김 회장님의 정신을 이어 새로운 ‘한·베 동반성장 모델’을 보여줄 겁니다.” 조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담겨 있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조성빈 그린에그에프엔비 대표(55·사진)가 국내에 도입한 ‘콩카페’다. 베트남 유명 가수가 현지에서 창업한 인기 카페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2018년 한국에 처음 들여왔다. 조 대표는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현재 18곳인 콩카페를 올해 50곳, 3년 내 100곳으로 늘려 한국·베트남 교류의 상징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가 베트남 카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의 ‘간접 인연’이었다. 1990년대 김 회장의 비서로 일한 대학 동기 정인섭 전 한화오션 사장과 함께 “김 회장의 정신을 이어 베트남에 투자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
2016년 말 투자사 그린에그를 차린 지 얼마 안 돼 하노이·다낭 등에서 인기를 끌던 콩카페가 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마침 한국에선 ‘베트남 여행’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콩카페를 들여오면 ‘대박’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조 대표는 “당시 이미 콩카페에 접촉한 한국 기업이 20개가 넘었고, 워낙 쟁쟁한 곳들이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마음을 비우고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한국 커피 시장에 대한 조언을 해줬는데, 나중에 연락이 와 ‘누구보다 베트남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란 게 느껴졌다’며 라이선스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콩카페는 2018년 서울 연남동 1호점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작은 소품부터 포스터, 목제가구 등도 모두 현지에서 가져왔다. 수원 화성, 경주 황리단길 점포는 ‘한옥 콩카페’ 콘셉트로 꾸미기도 했다. 올해는 천안, 대전, 제주 등에도 진출해 콩카페를 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조 대표는 “콩카페는 단순한 수익모델 그 이상”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에겐 베트남 여행의 추억을, 베트남 사람들에겐 자부심을 주는 모델이란 얘기다. 그는 “베트남에선 선진국인 한국 시장에서 콩카페가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베트남 콘텐츠가 먹힌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주한베트남대사관에서 투자 미팅을 할 때도 콩카페에서 할 정도”라고 했다.
조 대표와 콩카페는 ‘민간 외교’에도 기여하고 있다. 콩카페에서 나온 수익의 일부로 한국에 있는 베트남 유학생과 교민을 돕는다.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베트남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과 연결해주기도 한다.
“목표는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잘되는 겁니다. ‘해외에서 100원을 벌면 30원은 그곳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김 회장님의 정신을 이어 새로운 ‘한·베 동반성장 모델’을 보여줄 겁니다.” 조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담겨 있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