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명품 부티크를 유치하려는 면세점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면세점들은 명품 업체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단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을 표방하는 인천공항에서의 명품 부티크 운영은 ‘프리미엄 면세점’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커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뺏고 뺏기는 명품 유치전
6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구찌 부티크 매장 공사를 시작했다. 오는 7월 개점이 목표다. 위치는 2터미널 정중앙으로 6월 신세계면세점과 계약이 끝나는 기존 구찌 매장 맞은편이다. 290㎡ 규모의 새 매장에선 기성복, 핸드백, 신발, 주얼리 등 다양한 상품군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인테리어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사바토 데 사르노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합류한 이후 선보인 새로운 콘셉트가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인천공항 면세점의 명품 유치전은 날로 격화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없던 브랜드를 새로 들여오는 것은 물론 경쟁 업체와의 계약 종료를 앞둔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려는 물밑 경쟁이 뜨겁다.

작년 7월 면세 사업구역 전면 재조정에 따라 현재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면세점 3사가 모두 명품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경쟁 심화 요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 하반기엔 1터미널에 펜디, 2터미널에 생로랑과 발렌시아 부티크를 들인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은 이달 초 토리버치와 에르메스 매장을 열었다. 에르메스는 작년 6월 계약 종료로 인천공항에서 철수했지만 신세계의 삼고초려 끝에 다시 매장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명품 업체들은 까다로운 입점 조건을 내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인테리어 콘셉트, 특정 항공사가 주로 이용하는 게이트와의 동선은 물론 주변에 다른 특정 명품 브랜드 매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면세업계가 명품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바잉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다. 지난해 2805만 명이 출국한 인천공항에서 주요 명품 브랜드 매장을 운영한다는 점은 타 브랜드와의 협상 과정에서 일종의 핵심 ‘스펙’이 된다. 특히 명품 브랜드는 1인당 구매액(객단가)이 높아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도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면세업체는 브랜드를 유치할 때 매출 규모에 따라 협상력이 달라진다. 해당 브랜드를 시내 면세점에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 하반기 인천공항에 유치한 명품 브랜드들을 시내 면세점(무역센터점)에도 입점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현대 등 면세점 후발주자들은 롯데·신라 양강 구도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야만 향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