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탐구한 예술가, 공간을 유영하는 관객…미술관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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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의 거장, 필립 파레노 국내 첫 개인전 '보이스'
리움 통째로 '미완의 실험실'
'AI 타워'가 수집한 외부세계 데이터
미술관 내부 '청각적 풍경'으로 전달
배두나 목소리 입힌 캐릭터 눈길
난해한 예술? 감상의 틀 깨라
관객은 단순 관찰자 아닌
五感을 경험하는 참여자
"마음껏 떠돌며 노는 게
이 공간을 즐기는 방법"
리움 통째로 '미완의 실험실'
'AI 타워'가 수집한 외부세계 데이터
미술관 내부 '청각적 풍경'으로 전달
배두나 목소리 입힌 캐릭터 눈길
난해한 예술? 감상의 틀 깨라
관객은 단순 관찰자 아닌
五感을 경험하는 참여자
"마음껏 떠돌며 노는 게
이 공간을 즐기는 방법"

“이게 전시라고? 현대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뭘 말하려는 거야.”

이 전시의 이름은 ‘보이스’다. 리움은 데크, 로비부터 M2, M3, 블랙박스, 그라운드갤러리 등 미술관을 기꺼이 털어 파레노의 실험 무대로 내줬다. 개관 이후 한 작가만을 위해 모든 전시장을 내준 건 파레노가 처음이다. 1986년 그의 초기 작품부터 올해 내놓은 최신작까지 40여 점을 전시했다.
○배두나 목소리로 AI가 만든 언어 ‘델타 에이’

○모든 작품이 미완성…관람객이 완성하는 미술

미술관 안에 매일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눈사람도 만날 수 있다. 관객은 단 하루도 ‘똑같은 작품’을 볼 수가 없다. 제빙기로 매일 눈을 제조해 녹아 없어진 눈사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은 훼손돼 변하고, 다시 똑같은 것을 만든다고 해도 어제의 그것과 완벽히 같을 수 없다. 그는 “미술관은 비싼 작품을 그대로 지키는 통제된 환경”이라며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해 자체를 포기하라”

이 전시엔 쉽게 보는 법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파레노가 ‘답안지’ 자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이 펼친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 관객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펼친 무대와 같다. 공간이 주는 사운드를 향해 눈을 돌리기도 하고, 들리는 소음에 돌아보기도 하며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경험만으로 충분하다.
파레노는 “나는 관객에게 감상 순서나 보는 방법을 설명할 마음이 없다”며 “그러니 관객들도 원하는 만큼 전시장을 떠돌고 놀다가 가면 된다. 그게 몇 달간 존재하는 내 세상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실험 세계를 경험할 기회는 오는 7월 7일까지 열려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