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구란, 아름답고 편해서 평생 함께하는 친구 같은 것"
스웨덴 사람들에겐 오래된 전통이 있다.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론 자신에게 의자를 선물할 것.’ 북유럽 중에서도 스웨덴 사람들이 가구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단순한 기능 그 이상이다. 그만큼 좋은 브랜드도 많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스트링퍼니처(String Furniture)’는 특유의 균형과 비례가 돋보이는 대표 브랜드 중 하나. 최근 리빙디자인페어 참석차 방한한 보 헬버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났다. 헬버그는 다이슨의 유럽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다가 몇 년 전 스트링퍼니처에 합류했다.
보 헬버그 스트링퍼니처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가한 자사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보 헬버그 스트링퍼니처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가한 자사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좋은 가구란 잘 디자인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죠. 기능뿐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아지는, 평생 친구처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가구야말로 진짜 좋은 가구 아닐까요.”

스트링퍼니처는 1949년 시작해 북유럽 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우리에겐 금속 와이어 패널에 고리로 상판을 끼우는 스타일의 ‘스트링 시스템’ 벽 선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게 무슨 북유럽 스타일이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만히 보면 선반 사이의 간격이 완벽한 비율을 자랑한다. 눈이 편안하고 공간을 안정감 있게 만든다. 당연히 수납력이 좋다. 사용자가 자기 입맛에 맞게 구성을 달리할 수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취향에 따라 컬러를 달리할 수 있는데, 아주 튀는 원색의 발랄한 공간을 연출할 수도 있고 원목 색상으로 편안함을 강조할 수도 있다. 고가의 수제 원목 가구와 비교하면 가격도 합리적인 편. 무엇보다 ‘외관’보다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북유럽 스타일에 딱이다.

그는 “처음부터 완벽한 비례를 이뤘던 건 아니다”며 “브랜드를 시작한 건축가 남편 니세 스트링이 처음 디자인했을 때 부인 카이사 스트링은 기능적으론 뛰어나지만 보기 안 좋다고 했었다”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엔 벽 선반을 8~10개가량 위로 높이 쌓아 불안정해보였다. 이런 가구는 무엇보다 균형과 비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인(건축가)이 수정한 것이 지금의 스트링 시스템이다.

헬버그가 생각하는 스트링퍼니처는 어떤 브랜드일까.

“한마디로 ‘현대적인 유산’입니다. 75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세대가 변해도 변함없이 가치를 전해주는 가구거든요. 스트링 시스템은 공간을 차지하는 형식이나 비율이 독특하고, 그 자체로 디자인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시대를 초월하는 가구입니다.”
스트링퍼니처가 선보인 가구들. /스트링퍼니처 제공
스트링퍼니처가 선보인 가구들. /스트링퍼니처 제공
스트링퍼니처의 가장 큰 장점은 가능한 조합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모든 건 공간을 꾸미는 개인의 상상에 달렸어요.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모듈러 가구라는 게 아주 큰 장점이죠. 이건 제품 자체가 유연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스트링퍼니처 제공
스트링퍼니처 제공
그는 마케팅 전문가로서 한국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오는 인테리어 이미지, 스트링퍼니처로 꾸민 공간 등을 유심히 살피고 마케팅 전략을 짠다고 했다. 헬버그는 “색다른 컬러 조합으로 독특한 공간을 멋들어지게 꾸미는 젊은 층의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최근에 본 이미지 중 초록색 벽 위에 화이트, 블랙 구성으로 배치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스트링퍼니처 제공
스트링퍼니처 제공
한국에서 인테리어 인기가 많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테리어에 관심을 더 갖고 안전한 나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된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스트링퍼니처 입문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제품은 뭘까. 그는 주저 없이 ‘스트링 포켓’이라고 했다. 월 패널 2개와 선반 3개로 구성된 세트 제품이기 때문에 놓을 위치만 결정하면 쉽게 설치할 수 있어서다. 메탈 소재로도 나와 화장실용 포인트 선반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마니아를 위한 추천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타이니 캐비닛’을 꼽았다. 술 한 병 정도 들어가는 아주 작은 캐비닛으로, 1953년 니세 스트링이 디자인했다가 단종됐고 지난해부터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다.

“크기가 작아서 귀엽고 책장 위, 거실, 침실 등 여러 곳에서 술과 향수 등을 넣는 용도로 쓸 수 있어요. 다른 브랜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브랜드의 유산과도 같은 제품이죠.”

스트링퍼니처의 주요 고객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산층,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세대다. 그래서 2030세대를 겨냥한 컬러풀한 제품도 최근 많이 내놓았다. 최근 가구 트렌드를 묻는 말엔 “모듈러 가구가 당분간 인기를 끌 것”이라고 했다.

“도시의 집은 계속 크기가 작아지고 가구 하나를 들여도 여러 기능을 하는 게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좋은 가구를 고집해야 할까. 그는 “좋은 가구는 평생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며 “개수를 줄이더라도 기쁨과 즐거움이 될 만한 가구 한두 개라도 투자해 긴 시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평생 친구 같은 가구’라는 개념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도 녹아 있다.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스완체어를 25년 정도 고쳐가면서 사용하고 있어요. 어릴 땐 아버지가 애용하던 한스 베그네르 디자이너의 파파베어 의자 위에서 놀곤 했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저는 그 추억을 안고 지금도 그 파파베어를 천갈이 해가면서 아껴 쓴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