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안심소득 vs 기본소득' 이런 걸로 끝장토론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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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선거와 멀어지는 22대 총선
'외연 확장' '중도 흡수' 외치며
정체성 없는 뒤죽박죽 공약 난무
정치는 이념·가치·철학의 세일즈
상속세폐지·소득세감면 카드로
선거 승부수 삼는 英 보수당 보라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외연 확장' '중도 흡수' 외치며
정체성 없는 뒤죽박죽 공약 난무
정치는 이념·가치·철학의 세일즈
상속세폐지·소득세감면 카드로
선거 승부수 삼는 英 보수당 보라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정치는 이념의 세일즈다. 사회적 가치의 다툼이 정치의 핵심이다. 이념과 가치, 철학이라는 원자재는 정책으로 가공된다. 정책이라는 소비재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공식 시장이 선거다. 더 나은 정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이자 책무다. 이를 통해 정치가 발전한다. 소비자가 깨어 있어야 정치판이 깨끗해지고 야바위꾼 사기꾼 야심가 천지의 정책 시장이 선진화한다. 그렇게 보면 ‘국민은 착하고 훌륭한데, 정치는 3류 아수라판’이라는 개탄과 냉소는 틀렸다. 그 반대이거나 최소한 함께 가는 것이다.
총선이 한 달 남았다. 하지만 어느 당이 어떤 주력 상품을 내놓고 있는지 뚜렷한 게 없다. 선거구도 며칠 전에야 겨우 획정됐다. 여태 이전투구로 사천, 공천 시비만 요란하다. 시대가 변해도 한국 정당들은 선거를 감성·감정의 이벤트로 몰고 가겠다는 뜨내기 장사꾼 집단 같다. 특정 바람몰이로 쉽게 먹겠다는 오만이 여전하다.
지금쯤이면 여야 각 당의 정책 상품이 잘 전시돼 있어야 한다. 미래개척형 새 상품, 저성장 돌파의 기획 상품, 젊은 세대 유인형 신상품을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내놓고 표와 바꾸자고 해야 한다. 공약과 정책 세일즈는 그렇게 거래된다. 유권자로선 정책이라는 선거철 상품은 선명하게 비교되는 게 많을수록 좋다. 제원이 분명하고 각기 장단점, 특징이 뚜렷할 때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 가령 우리 시대의 큰 과제인 격차 해소 문제라면 앞서 골격이 다듬어진 시험적 대안 정책이 있다.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이 그렇다. 둘 다 약자 지원책이지만 철학과 지향점은 다르다. 여권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제1 야당 이재명 대표가 주창한 것이니 비교 포인트와 대립각도 선명하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이하 계층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 근로 동기를 유발하는 소득보장 제도다. 반면 기본소득은 재산과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액을 일괄 지급하자는 것으로,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닮아 보이지만 이 두 복지 정책은 확실히 차이 난다. 이념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하는 파생 복지도 크게 달라진다.
이런 정책을 놓고 양대 거대 정당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정책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좌우 보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국민 수준도 올라간다. ‘감세냐 증세냐’ 논쟁도 마찬가지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보편 증세로 갈지, 감세를 기반으로 경제를 살리며 선택적 복지를 지향할지는 좋은 논쟁거리다. 물론 다분히 선동적인 ‘무조건 부자 감세 반대’ 구호나 보편 복지를 외치며 재원은 선별 증세, 곧 부자 증세를 내세우는 퇴행적 주장은 선거를 통해 걸러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좀 더 생산적이 된다. 그럴 때 선거도 나라 발전과 민주주의 진보에 기여한다.
그러자면 각 당은 정체성이 확실한 제품을 더 많이 내놔야 한다. 요컨대 정책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건전재정 vs 팽창재정’처럼 현 상황에서는 이미 가야 할 길이 정해진 것은 재미도 감동도 적다. 설령 일자리 창출을 외칠 때라도 ‘시장 중심·기업 자율이냐, 나랏돈을 적극 동원하는 관제 고용을 불사할 것이냐’로 방법론이 명확히 갈린다면 좋다. 유권자에겐 이만큼 좋은 경제교육이 없다.
전통의 논쟁 아젠다도 가치와 이념에 입각하면 얼마든지 신선한 정책상품이 될 수 있다. 올해 중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영국 집권 보수당이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상속세 폐지 카드는 시사점이 크다. 영국 보수당은 최근 개인소득세 인하안까지 추가해 총선의 승부수로 던질 계획이다. 이를 두고 벌어질 야당 노동당과의 정책 세일즈 경쟁이 관심사다.
정책 개발은 등한시한 채 철학 없는 ‘외연 확장’ ‘중도 흡수’를 외치며 공당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행태는 정치 발전에 도움 되기 어렵다. 정치 철새들은 정치의 희화화와 냉소나 부채질할 것이다. 눈앞으로 선거가 다가오자 여기서는 이 주장, 저기서는 저 공약 남발도 보기에 딱하다. 공당의 정강으로 채소가게라고 했으면 야채나 곡류 정도는 몰라도 변변한 냉장시설도 없이 육류까지 내놓는 식은 곤란하다. 비린내 감수하는 생선가게라며 콩나물·사과까지 팔면 그 상품이 신선하겠나. 이런 수준이니 궁극적 의료개혁안 같은 골치 아픈 현안은 손도 못 댄다. 한판 싸움이어도 조금 수준 있는 경기를 보고 싶다.
총선이 한 달 남았다. 하지만 어느 당이 어떤 주력 상품을 내놓고 있는지 뚜렷한 게 없다. 선거구도 며칠 전에야 겨우 획정됐다. 여태 이전투구로 사천, 공천 시비만 요란하다. 시대가 변해도 한국 정당들은 선거를 감성·감정의 이벤트로 몰고 가겠다는 뜨내기 장사꾼 집단 같다. 특정 바람몰이로 쉽게 먹겠다는 오만이 여전하다.
지금쯤이면 여야 각 당의 정책 상품이 잘 전시돼 있어야 한다. 미래개척형 새 상품, 저성장 돌파의 기획 상품, 젊은 세대 유인형 신상품을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내놓고 표와 바꾸자고 해야 한다. 공약과 정책 세일즈는 그렇게 거래된다. 유권자로선 정책이라는 선거철 상품은 선명하게 비교되는 게 많을수록 좋다. 제원이 분명하고 각기 장단점, 특징이 뚜렷할 때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 가령 우리 시대의 큰 과제인 격차 해소 문제라면 앞서 골격이 다듬어진 시험적 대안 정책이 있다.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이 그렇다. 둘 다 약자 지원책이지만 철학과 지향점은 다르다. 여권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제1 야당 이재명 대표가 주창한 것이니 비교 포인트와 대립각도 선명하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이하 계층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 근로 동기를 유발하는 소득보장 제도다. 반면 기본소득은 재산과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액을 일괄 지급하자는 것으로,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닮아 보이지만 이 두 복지 정책은 확실히 차이 난다. 이념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하는 파생 복지도 크게 달라진다.
이런 정책을 놓고 양대 거대 정당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며 정책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좌우 보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국민 수준도 올라간다. ‘감세냐 증세냐’ 논쟁도 마찬가지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보편 증세로 갈지, 감세를 기반으로 경제를 살리며 선택적 복지를 지향할지는 좋은 논쟁거리다. 물론 다분히 선동적인 ‘무조건 부자 감세 반대’ 구호나 보편 복지를 외치며 재원은 선별 증세, 곧 부자 증세를 내세우는 퇴행적 주장은 선거를 통해 걸러져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좀 더 생산적이 된다. 그럴 때 선거도 나라 발전과 민주주의 진보에 기여한다.
그러자면 각 당은 정체성이 확실한 제품을 더 많이 내놔야 한다. 요컨대 정책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건전재정 vs 팽창재정’처럼 현 상황에서는 이미 가야 할 길이 정해진 것은 재미도 감동도 적다. 설령 일자리 창출을 외칠 때라도 ‘시장 중심·기업 자율이냐, 나랏돈을 적극 동원하는 관제 고용을 불사할 것이냐’로 방법론이 명확히 갈린다면 좋다. 유권자에겐 이만큼 좋은 경제교육이 없다.
전통의 논쟁 아젠다도 가치와 이념에 입각하면 얼마든지 신선한 정책상품이 될 수 있다. 올해 중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영국 집권 보수당이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상속세 폐지 카드는 시사점이 크다. 영국 보수당은 최근 개인소득세 인하안까지 추가해 총선의 승부수로 던질 계획이다. 이를 두고 벌어질 야당 노동당과의 정책 세일즈 경쟁이 관심사다.
정책 개발은 등한시한 채 철학 없는 ‘외연 확장’ ‘중도 흡수’를 외치며 공당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행태는 정치 발전에 도움 되기 어렵다. 정치 철새들은 정치의 희화화와 냉소나 부채질할 것이다. 눈앞으로 선거가 다가오자 여기서는 이 주장, 저기서는 저 공약 남발도 보기에 딱하다. 공당의 정강으로 채소가게라고 했으면 야채나 곡류 정도는 몰라도 변변한 냉장시설도 없이 육류까지 내놓는 식은 곤란하다. 비린내 감수하는 생선가게라며 콩나물·사과까지 팔면 그 상품이 신선하겠나. 이런 수준이니 궁극적 의료개혁안 같은 골치 아픈 현안은 손도 못 댄다. 한판 싸움이어도 조금 수준 있는 경기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