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적 항공·해운사
국내 첫 항공사는 전북 고창의 갑부 신용욱이 1936년 세운 조선항공사업사로 서울과 이리, 서울과 광주 구간을 비행했다. 해방 후 대한국민항공사로 이름이 바뀌고 국영화와 민영화 등 우여곡절을 거쳐 1969년 지금의 대한항공이 됐다. 대한항공은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설립되기 전까지 국내 유일한 항공사였다. 대한항공을 국적(國籍) 항공사라고 칭하는 것은 당연했다. 국적 항공사는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 국적을 둔 항공사 전부를 가리키지만, 아직까지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만 국적 항공사로 치는 사람이 적잖다. 대한항공처럼 한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를 외국에선 플래그 캐리어(flag carrier)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항공산업과 해운사업의 대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단 1마일의 마일리지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0년 11월 발표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이제 미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산업적으론 대형화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자 편익이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이를 잘 감시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론 항공산업을 잘 키우는 게 국민에게도 이득이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유일한 국적 해운사(선사)로 여겨지는 HMM의 향방도 주목된다. 2위 현대상선을 주축으로 1위 한진해운 일부가 합쳐진 회사가 HMM이다. 하림이 인수를 포기했지만 향후 제3자 매각은 다시 추진될 것이다. 세계 10대 무역강국에 에너지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항공과 해운을 사실상 단일 국적 기업으로 꾸려가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해 해외 물류 기업들이 취항이나 접안을 기피할 경우 국적 기업들이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때 이른 청산이 두고두고 아쉬운 이유다. 해운 경기에는 어차피 부침이 있기 마련인데, 한때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고 아예 기업을 없애버려야 한 것인지 의문이다. HMM이 옛 현대그룹을 떠나 산업은행 휘하로 들어간 뒤 해운 경기 회복기에 엄청난 이익을 거둔 터여서 더욱 그렇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