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왼쪽 두 번째)이 7일 경남 창원 귀곡동 가스·수소터빈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왼쪽 두 번째)이 7일 경남 창원 귀곡동 가스·수소터빈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할 수 있을까’란 고민 끝에 결정한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습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2019년 9월 세계 다섯 번째로 발전소용 가스터빈을 개발한 뒤 개인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시기에 1조원을 투입하는 승부수로 ‘개발 성공’이란 결실을 얻은 직후였다. 박 회장의 뚝심은 통했다. 작년과 올해 각각 2800억원짜리 계약을 따낸 데 이어 ‘2세대 가스터빈’인 수소터빈 개발도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5년간 7조원어치 이상 수주”

박지원 11년 뚝심…"세계 첫 수소터빈 눈앞"
박 회장은 지난 10여 년간 공들인 가스·수소터빈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7일 경남 창원 귀곡동 본사 가스·수소터빈 제작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박 회장은 “올해가 가스터빈 수주를 본격 확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두 개 이상의 가스터빈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28년까지 수주 잔액을 7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스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쓰는 동력기관이다. 일반 화력·원자력발전소에선 석탄을 태우거나 핵분열로 증기를 발생시켜 그 힘으로 터빈(회전기관)의 날개를 돌린다. 반면 LNG 발전소는 가스터빈 안에 천연가스와 압축된 공기를 한꺼번에 주입해 연소시키고, 그때 나오는 고온·고압 배기가스로 발전기를 돌린다. 워낙 개발하기 어렵다 보니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1500도가 넘는 배기가스 열을 견딜 소재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 미쓰비시파워, 독일 지멘스 등 3개사가 세계 시장의 90%를 독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수소터빈 개발 박차

두산에너빌리티가 ‘오랜 고민 끝에’ 이 시장에 뛰어든 건 2013년 7월이다. 가스터빈 개발사인 이탈리아 안살도 인수에 실패하자 직접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가스터빈 부품을 GE 등에 납품하면서 기본적인 기술은 갖고 있던 터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6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 소재’를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2019년 9월 가스터빈 조립에 성공했다.

이후 대형 가스터빈을 3건 수주해 세계 5위권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국내 발전소에 설치된 가스터빈(현재 149기)은 모두 외국산으로, 구매와 유지보수 비용에만 12조원 넘게 썼다”며 “제품 국산화로 2030년까지 10조원이 넘는 수입 대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눈은 이제 수소터빈으로 옮겨가고 있다. “2030년 40조원으로 커질 유망 분야”(일본 야노경제연구소)인 데다 두산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분야여서다. 두산은 수소와 가스를 반반씩 섞어 연소시키는 수소터빈 개발을 내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100% 수소로만 전기를 만들어 내는 수소터빈은 2027년 개발 예정이다. 두 기술 모두 개발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GE 등 ‘빅3’는 개발 시기를 2030년으로 잡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자신감으로 수소터빈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