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총선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강성 친명계 의원 모임인 ‘처럼회’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핵심 의원 상당수가 총선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구심점을 잃고 해체 수순에 들어섰다. “친명을 간판으로 내건 이익집단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처럼회의 대표 주자로 당 대변인을 맡아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데 앞장섰던 김의겸 의원은 지난 6일 당내 경선에서 비명(비이재명)계 신영대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 대표의 팬덤을 등에 업고 대부분의 친명계 인사가 공천을 확정 짓는 가운데 “김 의원이 그만큼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광명을에 도전한 양이원영 의원은 경선 대상에도 들지 못하고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각종 논란으로 총선 출마 자체가 막힌 의원도 많다. 최강욱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경력서를 만들어 준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코인 투자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5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황운하 의원은 지난달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 의원과 김용민·김승원 의원 등은 2020년 검찰 개혁을 위한 초선 의원 모임으로 처럼회를 조직했다. 소속 의원들은 각종 설화를 양산해내며 국회 안팎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설치는 암컷’(최강욱), ‘윤석열 대통령 총선 이후 계엄령 선포’(김용민)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공천에 탈락한 일부 처럼회 의원은 이 대표를 비판하는 등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나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위기 때마다 이 대표를 앞장서서 도왔지만, 후회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강성 친명으로 활동한 처럼회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처럼회가 자신들만의 정치적 아이덴티티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며 “민심을 잘 읽지 못한 처럼회 의원들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