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4000원으로 올려야겠어요"…사장님들 '곡소리' 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식재료 인상 직격탄
채소값 폭등에 김값도 역대 최고
채소값 폭등에 김값도 역대 최고

이 일대에서 20년째 김밥 장사 중이라는 한 가게 주인은 “김부터 계란, 채소까지 식재료 값이 모조리 급등했다”며 “손님들도 ‘버틸 만큼 버텼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김 값만 해도 72속짜리(1속당 100장) 한 박스가 올 초 50만원대에서 최근 70만원 넘게 뛰고 시금치·오이·깻잎 같은 채소 값도 많게는 두 배씩 올랐다. 속재료가 많아 원가율을 줄이기 쉽지 않고 인건비, 전기세, 월세까지 내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푸념했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서민들로선 한 끼 해결하기가 더 팍팍해졌다. 택시기사 왕모 씨(62)는 “이곳저곳 일을 다니다가 간단히 한 끼 떼우러 김밥집을 들르면 3000원짜리도 흔하지 않다”며 “손님도 줄었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김밥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5.90(2020=100)으로 전년 대비 8.6% 상승했다. 김밥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전년 대비 상승률이 2.8%였으나 2021년 4.8%, 2022년 10.7%에 이어 지난해 8.6% 상승해 최근 3년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작년 외식물가 품목 중 피자(11.2%), 햄버거(9.8%) 다음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메뉴이기도 하다.
KOSIS 기준으로 지난달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 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2.2%나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 김밥의 주재료인 시금치(33.9%), 오이(12.0%), 깻잎(11.9%) 등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김 도매가도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아예 김밥 장사를 접는 경우도 늘었다. 기상 악화가 지속하면서 채소 가격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가 임금 인상 부담까지 겹치면서 저가 메뉴로 승부하던 식당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편의점 등 김밥집을 대신하는 점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도 폐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번화가, 골목상권을 가리지 않고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김밥 프랜차이즈는 이미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김밥가게 자영업자는 “경기가 너무 안 좋고 각종 수수료 부담에다 원재료 값도 많이 올라 수익이 떨어지고 있다. 매장을 유지하기 부담스럽다”고 귀띔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