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도 상상으로만 하는 벨기에 '집돌이 작가'의 드넓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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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이수 동시 개최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리너스 반 데 벨데: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
오늘날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고 알려진 'MBTI'. 각자의 성격 유형을 몇가지의 질문으로 알아보는 일종의 '테스트'다. 네 가지의 성격유형지표에서 가장 처음으로 꼽히는 건 '에너지의 방향'이다. E의 결과값이 나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으로, I는 혼자 있을 때 힘을 얻는 사람으로 해석된다.
지금 서울에 '극도의 I' 성향을 가진 작가가 찾아왔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와 서초구 스페이스이수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연다. 두 곳의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그대로 들고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을 찾는다.
벨데는 집 문 밖을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집돌이 작가'다. 먼 한국 땅, 세 곳의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도 그는 '여행을 꺼린다'는 이유로 숨어버렸다. 집과 작업실에만 갇혀 먼 우주와 바깥 세상을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매년 유럽에서 개인전을 열면서도 단 한번도 외부에서 작업을 한 적도 없다. 이웃들이 그의 작품이 전시 직전 문 밖으로 반출될 때까지 그가 작가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그는 외출 대신 집에서 책과 TV, 영화 등을 보며 바깥 세상을 구경한다. 그리고 그 실제 이미지에 자신의 상상을 더해 현실과 상상 어딘가의 새로운 세계를 작품으로 만든다. 그렇게 그는 집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고도 마치 밖을 돌아다니는 '외광파 작가'가 만든 듯한 작업물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건 두 편의 영상이다. 모든 촬영도 오직 작업실 안에서만 이뤄졌다. 야외 촬영 대신, 자동차, 바위산, 과일 가판대 등 바깥 세상을 세트장으로 창조했다. 모두 벨데가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서울 전시에서는 영상뿐만 아니라 그가 만든 모든 소품들도 함께 설치됐다.
2층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소품은 눈알이 뚫린 채 놓인 라텍스 마스크다. 벨데는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본딴 마스크를 만들어 배우에게 씌우고 영상물을 찍었다. '내 얼굴로 180도 다른 삶을 살면 어떨까?'란 상상이 영감이 됐다. '집돌이'인 벨데가 영상 안에서만큼은 배우의 몸을 빌려 바깥 세상을 분주히 돌아다닌다. 마스크 위 머리카락은 진짜 모발이다. 실제 자동차 크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소품도 등장했다. 내부 기어, 계기판과 핸들까지 모두 실제 자동차와 똑같을 정도로 정교하다. 특이한 점은 번호판이다. 숫자, 글자 대신 패턴을 심었다. 이유에 대해 벨데는 "내 허구의 세계에 특정 국가나 도시를 반영하기 싫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벨데의 회화도 소개됐다. 그가 그리는 회화의 특징은 하단에 무조건 텍스트가 놓인다는 점이다. 그는 그림 밑에 글귀를 적음으로써 마치 작품이 신문 사진기사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했다. 모든 글은 그림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유명한 인물의 말을 인용하거나,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꿈에서 들은 말을 무작위로 적었다. 그림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회화와 텍스트 사이의 연관성을 상상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 전시의 제목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도 그의 작품 속에 쓰여진 문구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말에서 따왔다. 벨데의 영상과 회화 등 작품들은 집 안에서 만든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외부 세계에 대한 묘사가 정교하고, 디테일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그의 목탄화다. 풀밭에 드러누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담았데, 풀잎 하나하나까지 마치 앞에 두고 그린 듯 세밀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이 장소 또한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장소'다.
"무언가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답답하고 장애물이 가득한 현실과 달리, 상상 속에서는 무엇이든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다."
벨데가 남긴 말이다. 터무니없는 공상같기도 하지만 그가 펼치는 상상력은 원대하다. 서울 전시는 5월 12일까지다. 이후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지금 서울에 '극도의 I' 성향을 가진 작가가 찾아왔다.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와 서초구 스페이스이수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연다. 두 곳의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그대로 들고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을 찾는다.
벨데는 집 문 밖을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집돌이 작가'다. 먼 한국 땅, 세 곳의 전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도 그는 '여행을 꺼린다'는 이유로 숨어버렸다. 집과 작업실에만 갇혀 먼 우주와 바깥 세상을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매년 유럽에서 개인전을 열면서도 단 한번도 외부에서 작업을 한 적도 없다. 이웃들이 그의 작품이 전시 직전 문 밖으로 반출될 때까지 그가 작가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그는 외출 대신 집에서 책과 TV, 영화 등을 보며 바깥 세상을 구경한다. 그리고 그 실제 이미지에 자신의 상상을 더해 현실과 상상 어딘가의 새로운 세계를 작품으로 만든다. 그렇게 그는 집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고도 마치 밖을 돌아다니는 '외광파 작가'가 만든 듯한 작업물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건 두 편의 영상이다. 모든 촬영도 오직 작업실 안에서만 이뤄졌다. 야외 촬영 대신, 자동차, 바위산, 과일 가판대 등 바깥 세상을 세트장으로 창조했다. 모두 벨데가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서울 전시에서는 영상뿐만 아니라 그가 만든 모든 소품들도 함께 설치됐다.
2층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소품은 눈알이 뚫린 채 놓인 라텍스 마스크다. 벨데는 자신의 얼굴을 그대로 본딴 마스크를 만들어 배우에게 씌우고 영상물을 찍었다. '내 얼굴로 180도 다른 삶을 살면 어떨까?'란 상상이 영감이 됐다. '집돌이'인 벨데가 영상 안에서만큼은 배우의 몸을 빌려 바깥 세상을 분주히 돌아다닌다. 마스크 위 머리카락은 진짜 모발이다. 실제 자동차 크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소품도 등장했다. 내부 기어, 계기판과 핸들까지 모두 실제 자동차와 똑같을 정도로 정교하다. 특이한 점은 번호판이다. 숫자, 글자 대신 패턴을 심었다. 이유에 대해 벨데는 "내 허구의 세계에 특정 국가나 도시를 반영하기 싫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벨데의 회화도 소개됐다. 그가 그리는 회화의 특징은 하단에 무조건 텍스트가 놓인다는 점이다. 그는 그림 밑에 글귀를 적음으로써 마치 작품이 신문 사진기사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했다. 모든 글은 그림의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유명한 인물의 말을 인용하거나,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꿈에서 들은 말을 무작위로 적었다. 그림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회화와 텍스트 사이의 연관성을 상상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 전시의 제목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도 그의 작품 속에 쓰여진 문구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말에서 따왔다. 벨데의 영상과 회화 등 작품들은 집 안에서 만든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외부 세계에 대한 묘사가 정교하고, 디테일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그의 목탄화다. 풀밭에 드러누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담았데, 풀잎 하나하나까지 마치 앞에 두고 그린 듯 세밀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이 장소 또한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장소'다.
"무언가를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경우가 많다. 답답하고 장애물이 가득한 현실과 달리, 상상 속에서는 무엇이든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다."
벨데가 남긴 말이다. 터무니없는 공상같기도 하지만 그가 펼치는 상상력은 원대하다. 서울 전시는 5월 12일까지다. 이후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