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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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소건설사가 해외 공사현장에서 못받은 대금을 받기 위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국제 중재 소송을 냈고 최종 승소했다.

중견건설사 웅진개발 관계사인 해외건설법인 ㈜매린은 8일 중국 대형 그룹사를 상대로 국제중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중동에서 못받은 건설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 중소건설사가 해외건설 공사대금 관련 분쟁에서 승소해 공사대금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해외건설 현장에서 각종 분쟁으로 인해 공사대금을 못받은 건설사들의 유사 중재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매린은 2020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움알퀘인 지역에서 대형 담수공장 프로젝트(UAQ 150MIGD)를 턴키(EPC)로 수행하는 중국 대형그룹사(CGGC)로부터 핵심 시설인 취배수로 건설 업무를 3660만달러(약 485억원)에 수주해 공사를 수행했다. 하지만 공사대금 970만달러(약 129억원)을 받지 못해 2021년 12월31일 중재신청을 했다. 2년여 간의 중재 과정을 거쳐, 지난 2월16일 클레임에서 승소해 밀린 공사대금을 받게 됐다.

CGGC는 중국의 거대 글로벌 에너지그룹인 에너지 차이나(Energy China)의 건설부문을 맡고 있는 회사다. 에너지 차이나그룹의 매출은 2022년 기준 550억달러(약 73조원)에 이른다.
매린이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수행한 공사 현장. 전체 공사 중 담수 공장 내 해수를 공장에 공급 및 배출을 하는 취배수로 시설 공사 부문이다. / 사진=매린
매린이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수행한 공사 현장. 전체 공사 중 담수 공장 내 해수를 공장에 공급 및 배출을 하는 취배수로 시설 공사 부문이다. / 사진=매린
매린은 전체 공사 중 담수 공장 내 해수를 공장에 공급 및 배출을 하는 취배수로 시설 공사를 수주해 2020년 3월 계약했다. 해당 공사는 650m 가량의 방파제를 2라인으로 시공해 오픈채널 형태의 취수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와 3.2km의 2라인 배수로를 해저에 GRP파이프로 시공하는 프로젝트였다. 특히 육지에 담수공장과 연결되어져야 하는 해당 취배수로 파이프관들이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큰 고속도로인 E11 아래 지반을 통과하며 시공해야했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았다.

더군다나 공사 계약시점은 WHO의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 각국의 국경이 폐쇄된 시기였다. 해상에서 작업 선박을 사용해 공사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특성상 선박 및 인력의 출입이 제한됐기에 공사의 잠정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계약된 공사 기간은 15개월이었다. 그러나 UAE의 국경봉쇄 및 UAE내 이동제한 명령 등으로 인해 초반 6개월 동안 공사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2020년 9월 국경이 해제돼 장비 및 인원 동원을 완료되자마자 매린은 돌관작업을 바로 진행했다. 2021년 6월 주어진 계약기간에 공사를 완료했다. 매린은 이런 공기내 공사완료 수행 공로를 인정받아 발주처인 프로젝트컴퍼니인 NAQA’A로부터 2021년 8월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원청사인 CGGC는 코로나로 인한 UAE 정부 정책 결정으로 발생한 공기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돌관 작업을 진행한 것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매린은 전체 공사 계약 금액 중 일부 못받은 공사대금 및 추가 공사에 대한 대금을 받기 위해 국제중재재판소(ICC)에 2021년 12월31일 첫 클레임을 청구했다. 이후 수년간의 수정 청구 및 법적 분쟁을 통해 2024년 2월16일 최종 금액으로 클레임 관련 공사대금 970만달러와 중재 관련 비용 180만달러 등 모두 1150만달러(약 152억원)를 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최종 승소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몇 건의 유사한 미수금 분쟁 소송들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사례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혹시 있을지도 모를 국제 분쟁에서 우리 업체들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