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전공의 환자 곁 떠나고···중소병원 전문의가 환자 지킨다 [사진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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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동 사진관'에 쓰여진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지면에 반영된 기사를 정리했습니다.
전공의 없는 중소병원, 의료공백 '버팀목'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축소운영 중인 대형 대학병원의 공백을 중소병원으로 메우는 작업에 착수했다.서울의 한 중소병원은 의사 집단행동 전인 지난달 초에 비해 이달 초 전체 환자가 30% 증가했다. 의료기관의 환자는 같은 기간 60% 급증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지역 종합병원에 신규 환자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가 대거 의료현장을 이탈했지만 중소·종합병원은 달랐다. 일부 전공의가 환자 곁을 떠났지만 의사 인력의 82%에 이르는 전문의가 현장을 지키고 있다.
빅5 전공의 빠지자 환자 몰린 중소병원···"의료붕괴 없지만 의사 부족"
대형 대학병원 진료가 어려워지자 '이름값'만 보고 3차 병원을 찾던 경증 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대형 대학병원 문턱이 높아지자 '의료 쏠림'이 완화돼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의사파업의 역설'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서울의 한 중소병원 병상 가동률은 이달 초 94%로, 한 달 전 82%보다 12% 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8개 대형 대학병원 병상 가동률은 79%에서 55%로 24% 포인트 떨어졌다. 부산의 한 중소병원 원장 B씨는 "KTX를 타고 무조건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던 환자가 거주지 인근 병원을 찾기 시작하면서 환자가 15%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전 의사 파업과는 다르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전 의사 파업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악의 의료 대란으로 기록된 2000년 의약분업 사태땐 초기 동네의원 휴진율이 92%에 이를 정도로 대다수 의료기관이 문을 닫았다. 이번엔 1·2차 병원은 정상 가동하고 있다. 더욱이 중소병원은 사태가 번져도 집단 휴직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우세하다.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경기도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의사가 지나치게 적게 배출돼 실력 없는 인력도 비싼 인건비를 주고 고용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환자에게도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지방·중소병원들 "의대 정원 확대 필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응 역량이 쌓인 것도 사태 악화를 막는 버팀목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3년 가량 이어진 팬데믹 때 대형 대학병원 셧다운이 잇따랐다. 이때 환자를 돌보면서 안전망 역할을 한 게 중소·종합병원이었다. 당시 국민들이 경증 질환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경험을 쌓은 것이 이번 사태를 버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다만 중소·종합병원 원장들도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높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지금도 부족한 인력으로 가동하고 있는 이들이 대형 대학병원 역할을 영구적으로 대신 할 수 없다는 의미다.간호사도 응급환자에 심폐소생술 허용
간호사도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서나 중환자에 대한 기관 삽관, 수술 부위 봉합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 인력 역할을 확대하는 조치다.정부는 98개 의료 행위 중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했다. 우선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가능한 업무를 차등화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환자에 대한 진료, 처치, 수술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고, 간호사는 의사 지시에 따라 보조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의사 부족으로 의사 역할을 일부 대신해 왔다. 1만 명 가량으로 추정되는 '진료보조(PA: physician assistant)간호사'로 불리는 이들로, 병원 운영에 필수 인력이지만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PA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확대하면서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