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강요하더니 이젠 배송비까지…" 작가들 불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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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핸드메이드 플랫폼
아이디어스 '무료배송' 시행 예정
입점업체 "최저가 강요에 배송 비용까지 떠넘겨" 불만
아이디어스 '무료배송' 시행 예정
입점업체 "최저가 강요에 배송 비용까지 떠넘겨" 불만
국내에서 가장 큰 핸드메이드 제품 플랫폼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가 구매자 전원에 대한 무료배송을 시행하면서 이 비용을 입점 업체들에 떠넘기려 해 논란에 휘말렸다. 아이디어스가 판매자들에 무료배송 정책과 함께 최저가 보장까지 요구하자 개인 작가 등 일부 판매자들이 문제 제기하고 나섰다.
문제는 무료배송에 따른 비용을 입점 업체들이 부담하라고 한 것. 아이디어스는 다른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나 입점 업체들의 자사몰에서 판매할 때 아이디어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해 왔는데, 여기에 무료배송을 하더라도 기존처럼 최저가는 유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통상 한 건당 3000원 수준의 배송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제품 판매가를 올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판매자들을 압박한 정황도 있다. 아이디어스는 공지를 통해 타 온라인 판매 채널(작가 직운영 포함)과 동등하지 않은 수준으로 아이디어스 작품 가액을 높게 정하는 것은 '가격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회사 측은 "구매자가 가격비교에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가격 정책을 준수해달라"며 "작품 가액 조정이 어려울 경우 구매자가 손해없이 타 판매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스 내 해당 작품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목은 소비자 권익이지만 입점 배제를 내세워 최저가를 유지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판매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디어스 판매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선 “그렇잖아도 타사 플랫폼보다 비싼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데 배송비까지 내면 정말 남는 게 없다”, “1만원 안 되는 단가 낮은 제품을 팔면 사실상 적자” 등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일례로 5000원짜리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할 경우 플랫폼 입점 수수료(15%)로 750원, 택배비 3000원이 빠진다. 1250원이 남는데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빼면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다.
한 입점 업체 대표는 “아이디어스가 일반 플랫폼보다 4~5배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했지만 정부 기관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오프라인 팝업 개설 등에 대한 혜택이 있다. 그래서 대형 업체 판매자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작은 개인 자영업자들이 입점한다”며 “입점 심사가 까다롭고 업계 1위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있어 개인 작가가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은 사실상 아이디어스 하나”라고 토로했다.
아이디어스의 이번 공지는 불공정 거래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공정거래법은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 조건을 설정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저가 보상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입점 업체에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나 무료배송에 따른 부담을 업체에 전가하기로 한 내용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요기요도 가입 음식점에 최저가 보장을 강요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 받은 전례가 있다.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거래상지위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입점 업체들은 플랫폼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디어스가 그간 소상공인과의 상생 경영으로 정부기관 지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진다. 아이디어스는 2021년 중소기업벤처부의 '스마트 플래그십 스토어' 지원 사업에 선정돼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협력하고 있다. 2022년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통해 입점 업체 교육비, 소상공인 입점을 위한 멤버십 비용 등을 지원받고 있다.
아이디어스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디어스 관계자는 "법무팀을 통해 정책 변화에 따른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며 “아이디어스가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적어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금지되는 '시장지배적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운영 방침 변경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스는 최저가를 강요하지 않으며 타 플랫폼과 동일한 가격 유지만 정책으로 운영한다"며 "기존 22% 수수료를 15%까지 낮추고 신규 작가에겐 6개월간 수수료를 5%만 받는 등 혜택도 대폭 늘렸다. 저단가 작품의 경우 최소 구매 수량 및 최소 구매 금액에 맞춰 고객이 기준 이상 구매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개발해 작가 판매 활동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최저가 강요에 무료배송 비용까지 떠넘겨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디어스는 오는 6월부터 전면 무료배송을 도입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는 내용을 입점 판매자들에게 최근 공지했다. 아이디어스는 공지에서 "작가님 매출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지만 큰 변화 없이는 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전면 무료배송 도입을 통해 배송비라는 구매 장벽을 제거하며 더 많은 고객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 기회를 확대하려 한다"고 알렸다.문제는 무료배송에 따른 비용을 입점 업체들이 부담하라고 한 것. 아이디어스는 다른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나 입점 업체들의 자사몰에서 판매할 때 아이디어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해 왔는데, 여기에 무료배송을 하더라도 기존처럼 최저가는 유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통상 한 건당 3000원 수준의 배송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제품 판매가를 올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존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판매자들을 압박한 정황도 있다. 아이디어스는 공지를 통해 타 온라인 판매 채널(작가 직운영 포함)과 동등하지 않은 수준으로 아이디어스 작품 가액을 높게 정하는 것은 '가격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회사 측은 "구매자가 가격비교에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가격 정책을 준수해달라"며 "작품 가액 조정이 어려울 경우 구매자가 손해없이 타 판매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스 내 해당 작품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목은 소비자 권익이지만 입점 배제를 내세워 최저가를 유지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판매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디어스 판매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선 “그렇잖아도 타사 플랫폼보다 비싼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데 배송비까지 내면 정말 남는 게 없다”, “1만원 안 되는 단가 낮은 제품을 팔면 사실상 적자” 등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일례로 5000원짜리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할 경우 플랫폼 입점 수수료(15%)로 750원, 택배비 3000원이 빠진다. 1250원이 남는데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빼면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다.
'상생 경영' 내걸고 정부 지원 받아왔는데….
아이디어스는 국내 최대 핸드메이드 제품 커머스 플랫폼이다. 2014년 출시 이후 거래액 기준 매년 두 배 이상 규모를 키우며 9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공예, 패션뷰티, 인테리어 소품, 수제 먹거리 등 다양한 분야 작가 4만여명이 55만개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작가 수 약 20% 증가 및 신규 작품 등록 건 수도 20만개가 추가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업계 2위라 할 만한 경쟁사와 월 거래액 차이가 300배 이상에 달할 정도라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한 입점 업체 대표는 “아이디어스가 일반 플랫폼보다 4~5배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했지만 정부 기관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오프라인 팝업 개설 등에 대한 혜택이 있다. 그래서 대형 업체 판매자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작은 개인 자영업자들이 입점한다”며 “입점 심사가 까다롭고 업계 1위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있어 개인 작가가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은 사실상 아이디어스 하나”라고 토로했다.
아이디어스의 이번 공지는 불공정 거래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공정거래법은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 조건을 설정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거래상지위남용’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저가 보상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입점 업체에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나 무료배송에 따른 부담을 업체에 전가하기로 한 내용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요기요도 가입 음식점에 최저가 보장을 강요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 받은 전례가 있다.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거래상지위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입점 업체들은 플랫폼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디어스가 그간 소상공인과의 상생 경영으로 정부기관 지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진다. 아이디어스는 2021년 중소기업벤처부의 '스마트 플래그십 스토어' 지원 사업에 선정돼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협력하고 있다. 2022년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통해 입점 업체 교육비, 소상공인 입점을 위한 멤버십 비용 등을 지원받고 있다.
아이디어스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디어스 관계자는 "법무팀을 통해 정책 변화에 따른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며 “아이디어스가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적어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금지되는 '시장지배적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운영 방침 변경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스는 최저가를 강요하지 않으며 타 플랫폼과 동일한 가격 유지만 정책으로 운영한다"며 "기존 22% 수수료를 15%까지 낮추고 신규 작가에겐 6개월간 수수료를 5%만 받는 등 혜택도 대폭 늘렸다. 저단가 작품의 경우 최소 구매 수량 및 최소 구매 금액에 맞춰 고객이 기준 이상 구매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개발해 작가 판매 활동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