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앞두고 '사상 최고'…"싼 초콜릿 시대는 끝났다" [설리의 트렌드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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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선물, 역대 최고치 경신
생산량 70% 집중된 서아프리카에
엘리뇨·병충해 덮쳐
블룸버그 "값싼 초콜릿 시대 끝났다"
국내 식품업계, 대책 마련 분주
생산량 70% 집중된 서아프리카에
엘리뇨·병충해 덮쳐
블룸버그 "값싼 초콜릿 시대 끝났다"
국내 식품업계, 대책 마련 분주
식품 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만간 초콜릿과 초콜릿을 활용한 가공식품 가격도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선물 가격이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디저트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식품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10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지난 주말 코코아 선물 가격(5월 인도분)은 톤당 639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10.2%, 연초 대비 49.6% 오른 수치다.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4일 톤당 658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것은 코코아의 원료인 카카오 주산지인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 엘니뇨와 병충해가 덮쳐 카카오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산지 집중도는 매우 높다. 전 세계 카카오를 70%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카메론 4개국이 공급한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농부가 카카오를 재배하면 국가가 땅을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카카오의 주요 산지가 됐다. 대신 생산된 카카오는 정부가 전량 수매한다. 이들 국가는 그간 값싼 아동 노동에 의존해 싼 가격에 카카오를 대량 공급해왔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다른 글로벌 작물과 달리 대량 생산 체계가 구축되지 못했다. 워낙 싼 가격에 공급한 탓에 다른 국가, 다른 사업자들이 뛰어들지 않아 산지 다양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재배지에 재해가 덮치자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중국, 인도 등에서 초콜릿, 코코아 수요가 급증한 것도 코코아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코아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톤당 70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란 전망도 나온다. 기후 변화로 해충, 질병이 확산하고 있지만 서아프리카 지역 카카오 농부들은 종자를 개량하거나 비료, 약을 쓸 여력이 없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 씨앗이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기까지는 5년이 걸린다. 공급 정상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블룸버그는 최근 “싼 초콜릿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코코아를 주원료로 쓰는 국내 식품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 개월치 원료를 미리 수매해두지만 재고가 바닥을 보이면서 원가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나’ 초콜릿을 생산, 판매하는 국내 초콜릿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웰푸드는 수급처 다변화 등을 검토중이다. 롯데웰푸드는 가나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빈을 가나에서 수입해 생산하고 있다. 오리온은 초콜릿 ‘투유’ ‘초코파이’ 등 일부 제품에 코코아 원료가 들어간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음료, 베이커리 등을 취급하는 식품업체들도 코코아 가격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베이커리업계 관계자는 “코코아 등 원가가 올라도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 때문에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10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지난 주말 코코아 선물 가격(5월 인도분)은 톤당 639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10.2%, 연초 대비 49.6% 오른 수치다.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4일 톤당 658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것은 코코아의 원료인 카카오 주산지인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 엘니뇨와 병충해가 덮쳐 카카오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산지 집중도는 매우 높다. 전 세계 카카오를 70%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카메론 4개국이 공급한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농부가 카카오를 재배하면 국가가 땅을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카카오의 주요 산지가 됐다. 대신 생산된 카카오는 정부가 전량 수매한다. 이들 국가는 그간 값싼 아동 노동에 의존해 싼 가격에 카카오를 대량 공급해왔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다른 글로벌 작물과 달리 대량 생산 체계가 구축되지 못했다. 워낙 싼 가격에 공급한 탓에 다른 국가, 다른 사업자들이 뛰어들지 않아 산지 다양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재배지에 재해가 덮치자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중국, 인도 등에서 초콜릿, 코코아 수요가 급증한 것도 코코아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코아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톤당 70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란 전망도 나온다. 기후 변화로 해충, 질병이 확산하고 있지만 서아프리카 지역 카카오 농부들은 종자를 개량하거나 비료, 약을 쓸 여력이 없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 씨앗이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기까지는 5년이 걸린다. 공급 정상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블룸버그는 최근 “싼 초콜릿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코코아를 주원료로 쓰는 국내 식품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 개월치 원료를 미리 수매해두지만 재고가 바닥을 보이면서 원가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나’ 초콜릿을 생산, 판매하는 국내 초콜릿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웰푸드는 수급처 다변화 등을 검토중이다. 롯데웰푸드는 가나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빈을 가나에서 수입해 생산하고 있다. 오리온은 초콜릿 ‘투유’ ‘초코파이’ 등 일부 제품에 코코아 원료가 들어간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음료, 베이커리 등을 취급하는 식품업체들도 코코아 가격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베이커리업계 관계자는 “코코아 등 원가가 올라도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 때문에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