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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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기획팀이 필요하다.

제조회사인 A 중견기업은 매일 인사 문제로 골머리가 아프다. 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매일 인력 충원을 이야기하는데 지원하는 젊은 직원은 없다. 회사에 불만이 많은 직원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고, 매일 정문에서는 상급단체 노조원들이 와서 무시무시한 현수막을 내걸고 악덕 기업으로 만들어 놓고 데모 중이다. 잦은 조직개편, 직무 발령으로 임직원의 불만은 높아가고 있다. 이제는 팀장들도 권한은 없고 힘든 일을 해야만 하고 책임을 지는데 혜택은 없다며 팀장에서 해임되어 팀원으로 지내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 블라인드에는 회사에 대한 문제점과 불만이 가득하다. 누가 보면 망해가는 회사이다.

CEO는 경영회의에서 현재의 인사팀을 인사실로 확대하고 인사팀 내에 3개의 팀을 만들자는 안을 논의 중이다. 1안은 인사기획팀, 인사운영팀, 인재육성팀이다. 2안은 인사팀, 인재육성팀, 상생협력팀이다. 경영회의에서는 현재의 인사팀 역할과 인력으로는 회사가 지속 성장하는데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인사기획팀을 신설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인사기획팀장이 1개월 이내 안을 만들어 보고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인사팀장이 인사실장이 되고, 인사팀 부장이 인사팀장이 되었다. 인사기획팀장은 내부에서 몇 명이 추천되었는데, 역량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외부 충원을 진행하였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가 최종 합격하여 인사기획팀장으로 임명되었다. 여러분이 인사기획팀장으로 임명 받았다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인사기획팀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신설된 조직의 장이 내부 선발되었는가, 외부 영입인가에 따라 해야할 역할을 규명하고 확정하는 절차와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내부 선발된 인사기획팀장이라면, 내부 현상 파악, 외부 벤치마킹 또는 자료를 통한 내부 방안 모색을 시작할 것이다. 사업의 특성, 회사의 연혁, 제품/ 조직/ 임직원에 대한 이해, 팀의 필요성과 인사제도에 대한 이해가 높아 빠르게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외부 영입된 인사기획팀장은 일단 백지 상태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선진 인사의 트렌드와 앞선 제도들을 파악하여 획기적인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인사팀과 분리되어 인사기획팀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지난 기업에서 인사기획팀장을 맡아 크게 5가지 직무를 정해 실행하였다.

1 사업 전략과 연계된 인사

전략의 수립중기 사업전략에 따른 인사 측면에서의 해야 할 과제를 도출하여, 사업전략과 병행하거나 좀 더 빠르게 추진하는 일이다. 전략과 연계된 과제는 핵심과제로 인사실 전체의 중점과제로 별도 관리한다.

2 채용~퇴직까지의 동향 파악 및 제도 설계, 점검과 피드백

인사의 영역은 채용~퇴직까지 10여개가 되는 기능들이 있다. 기능을 담당하는 팀이나 담당자가 추세와 중점관리 항목 등을 파악하여 추진해 가면 좋겠지만, 각양각색이다. 인사기획팀이 정례적으로 채용~퇴직까지의 트렌드, 경쟁사 실태 조사, 중점 과제, 성공 지표 등을 점검하고 피드백하며 보고하는 일뿐 아니라 제도 개선을 이끌어 간다.

3 인사 지표에 의한 현업 부서의 인사 진단과 내부 컨설팅, 경쟁사 비교 분석

많은 기업들의 인사 업무가 제도의 설계, 운영에 국한되어 있다. 실제 운영하고 있는 현장의 점검과 이에 따른 조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소한 분기별 인사 제도와 운영에 대한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잘하고 있는 조직은 칭찬, 보상,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하위 조직에 대해서는 자체 심도 있는 진단과 컨설팅으로 해결안을 제시한다. 핵심 인사 지표에 대해 경쟁사와 비교 분석한 보고서 및 인사 동향에 대한 당사 현황 보고서를 CEO에게 보고한다.

4 조직 설계, 직책자의 선발, 유지관리, 보직해임/ 해임

어느 순간, 조직 개편이나 설계에 대한 직무가 인사가 아닌 전략 부서의 역할이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사 부서의 전문성과 영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온 결과이다. 앞에서 이끌어야 하는데 뒤에서 지원해 주는 수준에 마물렀기 때문이다. 인사 부서가 조직과 조직장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에 대한 개편 및 설계, 팀장과 임원들에 대한 선발, 유지관리, 보직 해임과 퇴직, 퇴직 임원에 대한 예우 등을 담당한다.

5 인사 위원회 운영 및 CEO에 대한 제언이다

인사 기능에 따라 반드시 그 시기에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 과제를 제 때 하지 않으면 후속 업무들이 지연되게 된다. 단순 지연이 아닌 인력 충원을 못하거나, 급여 인상이 되지 않아 구성원의 불만을 고조시킬 수 있다. 인사부서에서 반드시 결정해야 할 과제가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가져가는 것 중 하나가 인사위원회이다. 년말이나 년초, 인사위원회 안건을 월별 주제별로 정리하여 일정을 확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CEO와 본부장이 참석하여 결정하는 회의인 만큼, 사전 일정과 주제를 확정하면 일의 절반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CEO에게 인사와 관련된 제반 동향보고, 지시사항에 대한 조치 등도 중요하지만, CEO에게 인사적 관점에서의 제언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조직이나 자신의 역할과 위상은 자신이 만들어가기 나름이다. 우리 부서는 영향력이 없는 조직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능력 없음을 말하는 것과 같다.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성과를 높여가면서 역할 그 이상의 일을 수행하며 위상을 갖게 된다.
인사기획팀을 신설하여 운영할 때이다. CEO가 잘한다고 생각했는지 평가와 관련한 업무를 인사운영팀에서 인사기획팀이 담당하라고 한다. 평가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이 높은 것도 이유이지만, 공정한 평가, 평가의 활용 측면을 인사기획팀에서 해주길 원했다. 이 일로 인사운영팀장과 불편한 관계가 된 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인사기획 직무가 명확하지 않으면 타 팀, 특히 인사운영팀과 R&R 갈등이 심해진다. 길고 멀리 보면서 주변에 관심을 갖고 진정성 있게 상호 협업을 이루어 갈 때 조직과 구성원은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끼며 성장해 가지 않을까?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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