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의 투자강의, 인원제한 1천명"…끊이지 않는 리딩방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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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사칭하고 투자자 심리 교묘히 이용…작년 9∼12월 피해만 1천266억원
경찰, '10대 악성사기' 꼽아 '사기와의 전쟁'…"투자 가치관 교육도 필요" "이부진의 무료투자강의! 인원 제한 1천명!", "이 3개 주식을 사고 기다리면 수입이 2배가 됩니다", "매월 50만원씩 이렇게 하면 무조건 6억 됩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인이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고 투자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주식·코인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법은 대동소이하다.
투자자가 SNS 광고 속 링크를 통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하면 은밀한 고급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이 있다며 그를 초대한다.
초대된 채팅방 참여자 수십명은 하나같이 수익을 올렸다며 '투자 인증'을 하고, 이를 본 투자자가 자신도 참여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자칭 '투자 전문가'라는 인물이 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한다.
앱을 설치하고 안내한 대로 돈을 입금하면 실제 앱 화면에는 매수 내역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천 종목은 실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시작한다.
투자자는 점차 투자 금액을 늘려간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가짜 매매 앱을 활용한 사기다.
거액을 입금한 이들이 출금을 시도하는 순간, 출금에 시간이 걸린다는 둥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식이다.
서울에 사는 70대 한모씨도 이렇게 속아 지난 1월 노후 자금 1억2천만원을 사기범들에게 건넸다.
한씨는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주식 전문가가 좋은 주식 종목을 추천해준다는 멘트를 보고 대화를 시작했는데 곧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게 됐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다길래 우리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더니 앱을 깔아서 거기에 돈을 넣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코인을 달러로만 살 수 있다면서 '환전 업체에 돈을 입금하면 본인들이 환전을 거쳐 코인을 매수할 수 있다'고 했다"며 "결국 몇차례에 걸쳐 1억원 조금 넘는 돈을 입금했는데 그 돈이 금세 3억원이 되어 있더라"고 털어놨다.
사기가 성공하는 것은 초보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 등 금융투자업계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 광고가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투자자'로서 무료 투자 강의를 한다는 사칭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해 초대한 단체 채팅방은 바람잡이들로 가득하다.
실제 기자가 투자자인 척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불과 몇시간 동안 수십명이 수천만원 투자 인증을 하며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처음 해보는 건데 이윤이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부장님, 매니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등의 메시지 수백 건을 쏟아냈다.
이들 메시지 대부분은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를 돌려 만든 가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도 "처음엔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다"며 "그런데 매일 돈을 2억원, 3억원씩 넣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렇게 부자가 많을까' 싶어서 가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출금 신청을 했지만 '하루 더 기다리라'는 답변만 반복됐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돈을 되찾지 못했다.
한씨는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투자리딩방 사기 건수는 1천452건으로 피해액은 1천266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최근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7가지를 추렸던 악성사기 목록에 투자리딩방 사기도 포함했다.
연애빙자 사기(로맨스스캠), 스미싱(미끼문자 등) 등 '10대 악성사기'를 상대로 '사기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게 경찰의 목표다.
다만 이들 투자리딩방 사기 범행 대부분이 SNS를 통해 이뤄지고 대포폰, 대포통장을 동원하는 탓에 경찰 역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을 지낸 임채원 변호사는 "피의자를 잡더라도 주범까지는 올라가지 못하는 탓에 결국 대포통장을 개설해준 사람 정도만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보이스피싱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은행이 사기 이용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리딩방 사기는 이를 적용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 정보 제공처럼 용역이나 재화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임 변호사는 "재화나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까지 포함하면 대부분 사기 혐의가 신고 대상이 되고 (정상적 계좌 소유자들에 대해서도) 이를 악용할 위험성이 많기 때문인데, 심도 있게 검토해서 리딩방 피해자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바른 투자 가치관과 투자 역량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재작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정순희 교수 등이 학술지 소비문화연구에 게재한 논문 '신종 투자사기 리딩방 소비자피해 경험의 영향요인 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리딩방 소비자 피해 경험은 선호 투자 기간과 투자 방식, 금융 지식, 재무교육 경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리딩방 피해를 경험한 그룹에는 단기 투자 선호, 공격 투자형, 금융 지식이 가장 낮은 집단, 재무 설계와 재무 교육의 경험이 있는 집단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저자들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리딩방 피해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올바른 투자 가치관과 투자 역량을 강화시키고 신종 금융사기 위험 인지를 높이는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경찰, '10대 악성사기' 꼽아 '사기와의 전쟁'…"투자 가치관 교육도 필요" "이부진의 무료투자강의! 인원 제한 1천명!", "이 3개 주식을 사고 기다리면 수입이 2배가 됩니다", "매월 50만원씩 이렇게 하면 무조건 6억 됩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인이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고 투자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주식·코인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법은 대동소이하다.
투자자가 SNS 광고 속 링크를 통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하면 은밀한 고급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이 있다며 그를 초대한다.
초대된 채팅방 참여자 수십명은 하나같이 수익을 올렸다며 '투자 인증'을 하고, 이를 본 투자자가 자신도 참여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자칭 '투자 전문가'라는 인물이 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한다.
앱을 설치하고 안내한 대로 돈을 입금하면 실제 앱 화면에는 매수 내역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천 종목은 실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시작한다.
투자자는 점차 투자 금액을 늘려간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가짜 매매 앱을 활용한 사기다.
거액을 입금한 이들이 출금을 시도하는 순간, 출금에 시간이 걸린다는 둥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식이다.
서울에 사는 70대 한모씨도 이렇게 속아 지난 1월 노후 자금 1억2천만원을 사기범들에게 건넸다.
한씨는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주식 전문가가 좋은 주식 종목을 추천해준다는 멘트를 보고 대화를 시작했는데 곧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게 됐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다길래 우리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더니 앱을 깔아서 거기에 돈을 넣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코인을 달러로만 살 수 있다면서 '환전 업체에 돈을 입금하면 본인들이 환전을 거쳐 코인을 매수할 수 있다'고 했다"며 "결국 몇차례에 걸쳐 1억원 조금 넘는 돈을 입금했는데 그 돈이 금세 3억원이 되어 있더라"고 털어놨다.
사기가 성공하는 것은 초보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나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 등 금융투자업계 유명인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 광고가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투자자'로서 무료 투자 강의를 한다는 사칭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해 초대한 단체 채팅방은 바람잡이들로 가득하다.
실제 기자가 투자자인 척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불과 몇시간 동안 수십명이 수천만원 투자 인증을 하며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처음 해보는 건데 이윤이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부장님, 매니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등의 메시지 수백 건을 쏟아냈다.
이들 메시지 대부분은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를 돌려 만든 가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도 "처음엔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다"며 "그런데 매일 돈을 2억원, 3억원씩 넣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렇게 부자가 많을까' 싶어서 가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출금 신청을 했지만 '하루 더 기다리라'는 답변만 반복됐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돈을 되찾지 못했다.
한씨는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투자리딩방 사기 건수는 1천452건으로 피해액은 1천266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최근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7가지를 추렸던 악성사기 목록에 투자리딩방 사기도 포함했다.
연애빙자 사기(로맨스스캠), 스미싱(미끼문자 등) 등 '10대 악성사기'를 상대로 '사기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게 경찰의 목표다.
다만 이들 투자리딩방 사기 범행 대부분이 SNS를 통해 이뤄지고 대포폰, 대포통장을 동원하는 탓에 경찰 역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을 지낸 임채원 변호사는 "피의자를 잡더라도 주범까지는 올라가지 못하는 탓에 결국 대포통장을 개설해준 사람 정도만 처벌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보이스피싱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은행이 사기 이용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리딩방 사기는 이를 적용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 정보 제공처럼 용역이나 재화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임 변호사는 "재화나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까지 포함하면 대부분 사기 혐의가 신고 대상이 되고 (정상적 계좌 소유자들에 대해서도) 이를 악용할 위험성이 많기 때문인데, 심도 있게 검토해서 리딩방 피해자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바른 투자 가치관과 투자 역량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재작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정순희 교수 등이 학술지 소비문화연구에 게재한 논문 '신종 투자사기 리딩방 소비자피해 경험의 영향요인 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리딩방 소비자 피해 경험은 선호 투자 기간과 투자 방식, 금융 지식, 재무교육 경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리딩방 피해를 경험한 그룹에는 단기 투자 선호, 공격 투자형, 금융 지식이 가장 낮은 집단, 재무 설계와 재무 교육의 경험이 있는 집단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저자들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리딩방 피해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올바른 투자 가치관과 투자 역량을 강화시키고 신종 금융사기 위험 인지를 높이는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