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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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력설비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전력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잇따르고 있고, 미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바람이 불며 공장 구축을 위한 전력설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량 부족(쇼티지)으로 가격 결정권을 공급업체가 쥐면서 실적 개선폭도 커지고 있다.

GE 30%, HD현대일렉 57% 급등

AI 데이터센터 구축 호재…전력설비 기업 신바람
미국 전력설비 대장주 제너럴일렉트릭이 지난 7일(미국시간) 4.39% 오른 166.5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 종목은 올 들어 30.46%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를 8.22%포인트 웃도는 상승세다. 주가가 급격히 오른 건 영업이익이 지난해 2조1732억원에서 올해 10조5210억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다.

다른 전력설비주도 주가 흐름이 좋다. 미국 이튼은 연초 이후 25.0% 올랐다. 이 종목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조3134억원에서 올해 6조4854억원으로 22.1% 개선이 예상된다. 일본 미쓰비시전기와 다이헨 주가는 같은 기간 각각 25.64%, 36.12% 올랐다. 이들 종목의 향후 12개월 영업이익 추정치는 20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대비 각각 10.0%, 21.1% 개선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전력설비주 상승 바람에 불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연초 대비 57.42%, 42.99% 올랐다. 전년 대비 올해 영업이익은 HD현대일렉트릭이 35.2%, 효성중공업이 65.7%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전력설비 종목인 화청전기(+65.44%), 스린전기(+49.79%)도 같은 기간 급등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수요 이끌어

전력설비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건립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2년 전체 전력 수요의 2%인 460TWh에서 2026년 620~1050TWh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한 콘퍼런스에서 “1년 전에는 AI 신경망 칩의 부족이 문제였고 그다음은 변압기의 부족, 다음은 전기의 부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수요뿐만 아니라 중동의 석유화학 플랜트 증설, 유럽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2028년 납기 물량까지 논의되고 있을 만큼 우호적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모든 글로벌 기업의 공장이 최대치로 돌아가고 있지만 미국 내수 수요의 20%밖에 충당을 못 하고 있다”며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되면서 전력설비 업체가 가격 결정권을 쥔 것도 호재”라고 했다.

전력설비 쇼티지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설비는 모두에게 똑같은 제품을 공급하는 게 아니고 고객사의 사정에 맞춘 세부 튜닝을 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제조 공정마다 숙련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수년에 걸친 인력 양성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며 북미 시장도 장기공급계약이 견조하게 유지되는 중”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