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넬슨 국장이 NASA 워싱턴DC 본부 집무실에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뒤쪽은 아르테미스에 사용하는 SLS 로켓과 팰컨9 로켓 모형.  이해성 기자
빌 넬슨 국장이 NASA 워싱턴DC 본부 집무실에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뒤쪽은 아르테미스에 사용하는 SLS 로켓과 팰컨9 로켓 모형. 이해성 기자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DC 본부(HQ)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내 장난감들을 소개하겠다”며 웃었다. 별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는 제임스웹망원경(JWST)부터 소행성 충돌선(DART), 아르테미스 우주선 발사에 쓰는 SLS 로켓, 달 탐사의 중간 거점인 달 우주 정거장(LSS) 등을 하나씩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했다. 넬슨 국장은 (2020년 7월 발사한) 화성 탐사 로버(이동형 로봇) 퍼서비어런스 모형을 가리키며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표면에서 채취한 여러 광물 시료를 담은 티타늄 박스 40개가 화성에 아직 남아 있다”며 “어떻게 회수할지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NASA를 본뜬 우주항공청이 오는 5월 개청한다.

"우주는 강대국들의 미래 전쟁터…NASA는 평화군 역할 할 것"
“관련 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이 우주청을 신속하게 구성하기를 권한다.”

▷미 대통령 직속 기관인 NASA와 달리 한국 우주청은 1개 부처의 산하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국방, 외교 기능도 없다. 이런 위상이 적절한가.

“우주청을 정부에서 어떤 위치에 둘 것인지는 정치의 문제다. NASA가 출범한 1958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린든 존슨 (전 미 대통령)이 국회 상원의원 리더였다. 그는 당시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직후 우주를 통한 적국 감시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보고 상원의원들을 모아 이 업무를 다룰 조직을 구성했다. 이것이 NASA의 모태다. NASA는 군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CLPS(상업용 달 탑재체 운송 서비스) 미션에서 로봇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 같다.

“달 남극 착륙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요하다. 남극엔 물이 있다. 얼마나 물이 많은지 앞으로 확인해야 한다. 물이 있다면 수소와 산소가 나오기 때문에 (심우주로 갈) 로켓 연료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 내년엔 달에 로버를 보내 물을 찾는 바이퍼 미션이 시작된다. 아스트로보틱은 내년 다시 시도할 것이고, 다른 기업들도 계속 뒤따를 것이다.”

▷한국엔 삼성 현대 등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있다. 어떤 기업이 NASA의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좋을까.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기업들이 참여하면 한국 산업에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기업을 지목할 수는 없는가.

“그건 한국에 달렸다.”

▷인류는 제임스웹망원경이 찍은 경이로운 사진들을 보고 연일 감탄하고 있다. 후속 망원경 발사 계획이 있는가.

“2040년 HWO(Habitable Worlds Observatory)를 발사할 예정이다. 인간이 거주 가능한 행성을 찾는 데 특화했다.”

▷북한이 작년 말 첫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한국으로선 비상상황인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건 미 국방부에 문의해야 할 것 같다. 다만 (군의) 감시 임무에 관해서는 NASA와 한국이 파트너다. 예전에 임무를 함께한 적도 있다. 앞으로는 아르테미스를 통해 협력하게 될 것으로 본다.”

▷CLPS에 블루오리진도 참가하는 것으로 아는데, 스페이스X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지 않는가.

“인력 수송과 물자 수송 기업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인력 수송은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처음이다. 블루오리진은 뉴글렌 로켓으로 발사하는 달 착륙선을 개발하고 있다. 두 우주선 모두 LSS를 가게 된다. LSS에 우주인들이 항상 상주하지는 않는다. 로봇에 의한 자율 과학, 인공지능(AI)이 작동할 것이다.”

▷스페이스X와 일론머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팰컨9 로켓, 크루드래건이 우주 기업으로서 성공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달 착륙을 낙관적으로 본다.”

▷1986년 우주에 직접 갔다 왔는데.

“1985년 12월 19일부터 발사 준비를 했다. 네 번 시도했는데 다 실패했다. 다섯 번째 시도에서 우주로 가는 데 성공했다. 1986년 1월 12일이다. 지구에는 1월 18일 돌아왔다. 그런데 열흘 뒤인 1월 28일 챌린지호 폭발 사고가 났다. 너무 안타까운 사고로 동료들을 많이 잃었다.”

▷우주에서의 경험은 어땠는가.

“지구가 아름다웠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층은 얇은 필름같이 보였다. 당신도 가 보면 그 얇은 필름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아마존강에서 선명하게 대조되는 색상을 봤다. 벌목을 지나치게 많이 해서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오면 모든 것이 쓸려갔다. 이런 토사물이 밝고 새파란 인도양으로 쓸려가는 게 보였다. 우주에서의 경험은 내가 지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했다.”

▷목성, 토성 등 심우주 탐사 재개 계획이 있는가.

“화성 헬리콥터, 인저뉴이티는 72번 비행을 마쳤다. 목성, 토성 탐사도 준비하고 있다. 목성의 달(위성)인 유로파에 가게 될 것이다. 무인 탐사선 드래건플라이는 토성의 달인 타이탄에 착륙하는 것이 목표다. 하나 더 말하면, 금성 표면 착륙도 준비하고 있다.”

▷NASA가 지난 60여 년간 이룬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AI 혁명 다음은 우주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우주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 것으로 보는가.

“우주에 미래가 있다. 우주는 인류 평화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쟁 공간이 된다. NASA는, 미국은 우주가 평화를 위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를 평화 공간으로 장식하는 데 목적이 있다. 3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를 안 하는 게 아쉽다.

“언젠가는 그들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빌 넬슨 국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보여주는 액자를 들고 있다. 사진 왼쪽이 바이든 대통령.  이해성 기자
빌 넬슨 국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보여주는 액자를 들고 있다. 사진 왼쪽이 바이든 대통령. 이해성 기자

'NASA 수장' 빌 넬슨은
바이든의 오랜 절친 우주왕복선 탑승한 최초의 美하원의원

"우주는 강대국들의 미래 전쟁터…NASA는 평화군 역할 할 것"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82)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동갑내기 친구다. 민주당 소속으로 40년 넘게 의회의원, 장관직을 지냈다. 2001~2019년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을 거쳐 2021년부터 NASA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1972~1991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1995~2001년 플로리다 주정부 재무장관을 지냈다. 감세를 지지하는 등 정치 성향은 민주당 내에서 비교적 온건한 편이다. 2012년엔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에 기여했다.

플로리다주 토박이인 넬슨 국장은 1965년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68~1971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플로리다주 상·하원의원, 장관직을 45년간 지냈다. 그는 1986년 1월 미 하원의원 중 최초로 컬럼비아호를 타고 우주로 가 ‘STS-61C’ 미션을 수행하면서 ‘단백질 결정이 성장하는 서로 다른 60가지 과정’을 연구했다. 넬슨 국장은 컬럼비아호 중간 데크에서 무중력 상태로 떠 단백질을 연구하는 본인의 모습을 찍은 사진(사진)을 보여줬다.

넬슨 국장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ISS(국제우주정거장)에서 과학자들이 풀타임으로 단백질 연구를 하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줄기세포와 인공장기 연구가 활발해졌다”며 “과학적 성과가 나오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넬슨 국장에게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의는 얼마나 자주 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또 다른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바이든과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중간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듯한 사진이다. 넬슨 국장은 “바이든과 농담하고 있는 것인데 중간에 (부통령) 표정을 봐라”며 웃었다. NASA 국장이 대통령 절친이란 사실은 한국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대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지휘를 받는 일개 외청으로 경남 사천까지 내려가는 한국 우주항공청의 수장으로선 결코 연출하지 못할 장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DC=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