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한국 콕 집어 "재생에너지 더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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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기업 '친환경 전환' 압박
해외 거래처에
탄소 감축 요구
애플도 협력사에
"스코프3 공시"
삼성·LGD 등 난감
제출 ESG 데이터
표준 정립 안돼
韓기업 우왕좌왕
해외 거래처에
탄소 감축 요구
애플도 협력사에
"스코프3 공시"
삼성·LGD 등 난감
제출 ESG 데이터
표준 정립 안돼
韓기업 우왕좌왕
애플, TSMC, ASML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칙을 해외 거래처에도 앞다퉈 요구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사인 ASML은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을 콕 집어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비교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거래처에 제출하기 위해 어떤 ESG 데이터를 모아야 할지, 기업의 손익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계량화할지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이 없어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2년 사이에 스코프3 배출량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기업은 19%포인트 늘었다. 에드 심슨 그래비스캐피털 에너지 인프라 대표는 “경영진은 (경영 안정성을 위해) 길고 긴 에너지 전환 여정이 한 방향으로 죽 가기를 원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영국 정부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목표 시점을 늦췄는데도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는 오히려 정책의 비일관성에 불만을 나타내고 전기차 전환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이슈 선점을 통한 이미지 제고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이탈로 이른바 ‘유럽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CSDDD는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공급망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부품이나 원자재 하나하나의 출처를 규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에서다. 법안 부결을 주도한 독일 자유민주당은 “과도한 관료주의로 독일과 유럽이 사업장으로서의 매력을 스스로 갉아먹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당초 입법 예고한 수위에서 대폭 후퇴한 ‘기업 기후 공시 의무화 규칙’을 의결했다. 미국 상장기업들은 2026회계연도부터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가 재무제표 및 사업 전망에 미치는 영향,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2년 전 초안과 달리 스코프3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한국도 2026년 도입할 예정인 ESG 공시 제도에서 스코프3 배출량 공개 의무는 일정 기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두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조차 무엇이 ESG 데이터인지 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로선 규제의 ‘표준’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에 ESG 관련 거버넌스(의사 결정을 위한 지배구조)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SG ‘마이 웨이’ 강화하는 빅테크
10일 업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최근 “주요국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를 늦추는 것과 달리 글로벌 대기업과 투자기관들은 친환경 전환을 계속해서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ASML이 대표적이다. ASML은 2020년 연례 보고서에 ‘스코프3’ 현황을 담았다. “2040년까지 고객사들의 탄소중립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스코프3는 해외 법인 등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가장 강력한 탄소 관리에 해당한다. ASML은 지난해 공개한 2022년 보고서에서 “네덜란드와 미국에선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했지만 대만과 한국 반도체 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보고서는 TSMC 등 대만 기업에선 진전했다고 명시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한 만큼 2025년까지 연간 16kt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에선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신재생에너지 활용률을 높일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삼성 등 국내 업체에 ‘불똥’
애플도 2020년에 “10년 내로 제품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75% 줄이고, 혁신적인 탄소 제거 솔루션을 개발해 나머지 25%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엔 “기업들의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화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애플의 아이폰 등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도 ‘스코프3 규율’의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2년 사이에 스코프3 배출량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기업은 19%포인트 늘었다. 에드 심슨 그래비스캐피털 에너지 인프라 대표는 “경영진은 (경영 안정성을 위해) 길고 긴 에너지 전환 여정이 한 방향으로 죽 가기를 원한다”며 “지난해 하반기 영국 정부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목표 시점을 늦췄는데도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는 오히려 정책의 비일관성에 불만을 나타내고 전기차 전환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이슈 선점을 통한 이미지 제고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SG 표준 전쟁에 뛰어들어야”
ESG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이 산업계에 불러올 파장을 감안해 스코프3 적용을 늦추고 있는 만큼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주요국은 ESG 흐름에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EU에서 ‘공급망 실사법’(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이 부결된 게 대표적이다.독일, 이탈리아 등의 이탈로 이른바 ‘유럽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CSDDD는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공급망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부품이나 원자재 하나하나의 출처를 규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에서다. 법안 부결을 주도한 독일 자유민주당은 “과도한 관료주의로 독일과 유럽이 사업장으로서의 매력을 스스로 갉아먹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당초 입법 예고한 수위에서 대폭 후퇴한 ‘기업 기후 공시 의무화 규칙’을 의결했다. 미국 상장기업들은 2026회계연도부터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가 재무제표 및 사업 전망에 미치는 영향,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2년 전 초안과 달리 스코프3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한국도 2026년 도입할 예정인 ESG 공시 제도에서 스코프3 배출량 공개 의무는 일정 기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두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조차 무엇이 ESG 데이터인지 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로선 규제의 ‘표준’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에 ESG 관련 거버넌스(의사 결정을 위한 지배구조)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