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엔 없었는데…'감세·지출 일색' 파격에 정책조합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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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토론회발 정책발표 봇물…재원 대책·실현 가능성 '물음표'
부처별로 파격적인 정책 발표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면서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연간 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기지 않은 조치들도 여럿이다.
현재까지 18차례 이어진 민생토론회 무대에서 대통령의 '입'으로 처음 공개되고 관계부처가 따라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되풀이됐지만, 이번에는 그 횟수나 강도가 이례적이다.
세부 재원 대책 없이 '청사진'만 이어지다 보니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새해 들어 3월 초까지 부처별로 발표된 정책들은 주로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세금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철폐하는 방안 일색이다.
대체로 청년층, 주식투자자,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지난 5일 청년 민생토론회에서 정부 예산으로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대상을 '소득 8구간 이하'(100만명)에서 '소득 9구간 이하'(150만명)로 늘리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최고 소득 구간인 10구간을 제외하고 모든 구간에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추가되는 50만명에게 200만원씩 준다고 가정하면 매년 1조원 예산이 소요된다.
앞서 경제정책방향에서 저소득층 중심으로 국가장학금 단가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온도차가 있는 조치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는 '기업 밸류업 방안'은 경제정책방향에 언급되지 않았다가, 1월 중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사안이다.
금융당국의 기존 정책 기조와 다른 방향으로 연쇄 발표된 '공매도 금지', '대주주 양도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연장선상에서 1천400만 개인투자자들을 겨냥한 총선용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개미'들의 절세상품으로 꼽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 및 비과세 한도를 2배 이상 상향하겠다는 조치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시행령상 최고한도인 1억400만원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는 경제정책방향에 상향조정 기조를 담았다가, 민생토론회 '현장 워딩'을 통해 세부 수치를 공개한 사례다.
매출이 많지 않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돕겠다는 취지이지만 세정 측면에서는 지하경제를 키우고 과세체계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기업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방안도 다른 저출산 지원책들과의 형평성이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전폭적인 출산장려책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에는 이론이 없겠지만, 부영의 '1억원 출산지원금'이라는 이례적인 사안에 맞춰 '무제한 비과세'라는 이례적인 조처를 하는 게 맞느냐는 점에서다.
세수 변동분과 정책 실효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통상의 방식과도 이질적이다.
9~12월 정기국회 때 소득세법 개정까지 최소 6개월의 시일이 남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한 모양새다. 이런 숨 가쁜 스케줄은 정치권의 총선용 선심 정책 논란과는 별개로, 정부의 정책조합(Policy mix)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서 세제와 예산·재원대책, 부처별 중복 여부까지 종합해 하반기에 구체화하는 흐름에서 동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정책은 예산안에, 세제 정책은 세수 안정 측면에서 세법개정안에 들어가야 한다"며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더라도 5~6개월 시차를 두고 세수보완책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보면 경제정책보다는 정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상당수 정책발표는 입법 사항이라는 점에서 의회 지형에 따라 수정·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예산·세제 양쪽에서 정부 재정에 부담을 가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굵직한 정책들이 예상과 다르게 불쑥 튀어나오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역대 정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여러 정책이 나오는 사례가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냐, 그리고 정말 실행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관계부처 합동으로 연간 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기지 않은 조치들도 여럿이다.
현재까지 18차례 이어진 민생토론회 무대에서 대통령의 '입'으로 처음 공개되고 관계부처가 따라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되풀이됐지만, 이번에는 그 횟수나 강도가 이례적이다.
세부 재원 대책 없이 '청사진'만 이어지다 보니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새해 들어 3월 초까지 부처별로 발표된 정책들은 주로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세금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철폐하는 방안 일색이다.
대체로 청년층, 주식투자자,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지난 5일 청년 민생토론회에서 정부 예산으로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대상을 '소득 8구간 이하'(100만명)에서 '소득 9구간 이하'(150만명)로 늘리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최고 소득 구간인 10구간을 제외하고 모든 구간에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추가되는 50만명에게 200만원씩 준다고 가정하면 매년 1조원 예산이 소요된다.
앞서 경제정책방향에서 저소득층 중심으로 국가장학금 단가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온도차가 있는 조치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는 '기업 밸류업 방안'은 경제정책방향에 언급되지 않았다가, 1월 중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사안이다.
금융당국의 기존 정책 기조와 다른 방향으로 연쇄 발표된 '공매도 금지', '대주주 양도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연장선상에서 1천400만 개인투자자들을 겨냥한 총선용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개미'들의 절세상품으로 꼽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 및 비과세 한도를 2배 이상 상향하겠다는 조치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시행령상 최고한도인 1억400만원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는 경제정책방향에 상향조정 기조를 담았다가, 민생토론회 '현장 워딩'을 통해 세부 수치를 공개한 사례다.
매출이 많지 않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돕겠다는 취지이지만 세정 측면에서는 지하경제를 키우고 과세체계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기업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방안도 다른 저출산 지원책들과의 형평성이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전폭적인 출산장려책이 필요하다는 당위론에는 이론이 없겠지만, 부영의 '1억원 출산지원금'이라는 이례적인 사안에 맞춰 '무제한 비과세'라는 이례적인 조처를 하는 게 맞느냐는 점에서다.
세수 변동분과 정책 실효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통상의 방식과도 이질적이다.
9~12월 정기국회 때 소득세법 개정까지 최소 6개월의 시일이 남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한 모양새다. 이런 숨 가쁜 스케줄은 정치권의 총선용 선심 정책 논란과는 별개로, 정부의 정책조합(Policy mix)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해 경제정책방향에서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서 세제와 예산·재원대책, 부처별 중복 여부까지 종합해 하반기에 구체화하는 흐름에서 동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정책은 예산안에, 세제 정책은 세수 안정 측면에서 세법개정안에 들어가야 한다"며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더라도 5~6개월 시차를 두고 세수보완책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보면 경제정책보다는 정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상당수 정책발표는 입법 사항이라는 점에서 의회 지형에 따라 수정·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예산·세제 양쪽에서 정부 재정에 부담을 가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굵직한 정책들이 예상과 다르게 불쑥 튀어나오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역대 정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여러 정책이 나오는 사례가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냐, 그리고 정말 실행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