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활성화가 지역 소멸 막을 것…국가 역량 총집결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지역활성화와 스타트업' 대담회
스타트업 새로운 사업 창출 용이
지역 대학 경쟁력 높여 인재 육성
광역지자체에 업무 권한 넘겨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키워야
美·스웨덴 등 해외 소규모 도시
좋은 인재로 지역 생태계 구축
스타트업 새로운 사업 창출 용이
지역 대학 경쟁력 높여 인재 육성
광역지자체에 업무 권한 넘겨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키워야
美·스웨덴 등 해외 소규모 도시
좋은 인재로 지역 생태계 구축
‘52%.’ 전국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비율이다. 2018년 228개 시군구 중 89곳(39%)에서 지난해 118곳(52%)으로 늘었다. 대부분이 비수도권으로,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수도권 쏠림 현상, 지역 간 교육환경 격차 등으로 인구 문제가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고 보고있다.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빠르다(뉴욕타임스 칼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역 활성화와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지난 7일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와 한경구 국회 지역균형발전포럼 사무처장(호서대 특임교수)의 대담회를 개최했다. 두 전문가는 “지역이 살아나야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성이 확보된다(최 대표)” “지역 산업 육성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한 사무처장)”고 주장했다.
▷한경구 사무처장=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고, 지역 고유의 문화까지 소멸할 위기다. 역대 정부들이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 정부가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지역에 ‘나눠주기’ 식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였다고 본다. 국가 차원에서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설계를 다시 해야할 시점이다.
▷최성진 대표=스타트업이 지역을 살릴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 중인 기업 중 상당수가 처음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스타트업은 지역에 특화된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용이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과 청년 유입 효과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 사무처장=스타트업이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가 않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필요한 게 자본이다.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필수인데 지역엔 VC가 거의 없다. 초기엔 엔젤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몇년 후엔 지역에 더 이상 투자해주는 사람이 없다. 지역에 왜 규모가 큰 스타트업이 없냐면 기업을 성장시킬 종합적인 프로그램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대표=광역 지자체 단위에선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대책을 만들고 펀드를 조성하는 등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문제는 보통 지역에 펀드를 만들면 지역 VC나 대학 기술지주 등이 운영을 하게 되는데, 수익률이 한시적으로 떨어진다. 서울에 있는 VC에 맡기는 법도 방법이다. 인센티브를 주고 ‘지역 스타트업에 잘 투자해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물론 지역 VC들의 경쟁력을 키울 방법도 동시에 찾아야 한다. 보통 스타트업들이 지역을 떠날 때 두 가지 이유를 얘기한다. 첫번째가 투자 문제, 두번째는 인재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지역 인재풀이 좁기도 하고, 비싼 돈을 들여서 서울에 있는 인재를 데리고 오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사무처장=맞는 말씀이다. 지역에 종합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창업자가 있다 하더라도 오래 가기 힘들다. 인재 확보를 위해선 대학이 중요한데 지금 지역 사립대학 중엔 경영 위기를 겪는 곳들이 많다. 대학에 퇴로를 열어줘야한다. 대학의 교육용 재산들을 쉽게 매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특성화 과목을 고를 수 있도록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지금은 중앙 부처인 교육부가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보니 지역대학들의 운신의 폭이 좁다.
▷최 대표=외국의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들을 보면 꼭 수도가 아니더라도 좋은 인재들을 활용해 기업 생태계를 구축한 경우가 많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볼더시는 지역 대학 출신이 테크스타즈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만들고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핀란드 헬싱키도 알토대 학생들이 스타트업 행사 등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스웨덴의 말뫼도 조선업 쇠락으로 어려움을 겪자 대학부터 세웠다.
▷한 사무처장=중요한 건 펀드 조성을 비롯해 행정 지원, 기업 생태계와 문화를 만드는 작업을 지자체들이 주도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광역 지자체가 가진 권한에 한계가 있다. 지역 산업을 고민하고 기획하고 집행하는 광역단위의 권한이 거의 없다. 업무 권한을 중앙부처에서 광역 지자체로 과감하게 이전할 필요가 있다.
▷최 대표=지역이 살아나야 스타트업 생태계 차원도 힘을 받는다. 지금은 스타트업들이 서울 테헤란로에 모여있는데 효율성은 높지만 스타트업이 효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직은 아니다. 다 같이 모여 있으면 집단적 사고의 위험도 있고,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에도 한계가 생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수도권에만 모여있으면 사회를 혁신할 문제를 발견할 가능성, 또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한 사무처장=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규제자유특구 등을 정할 때 지역의 산업적 기반이 형성될 가능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나눠주기’ 식으로 진행됐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산업적 기반이 형성돼야 스타트업들도 자연스럽게 지역에 창업하고 정착할 수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수도권 쏠림 현상, 지역 간 교육환경 격차 등으로 인구 문제가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고 보고있다.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빠르다(뉴욕타임스 칼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역 활성화와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지난 7일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와 한경구 국회 지역균형발전포럼 사무처장(호서대 특임교수)의 대담회를 개최했다. 두 전문가는 “지역이 살아나야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성이 확보된다(최 대표)” “지역 산업 육성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한 사무처장)”고 주장했다.
▷한경구 사무처장=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고, 지역 고유의 문화까지 소멸할 위기다. 역대 정부들이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 정부가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지역에 ‘나눠주기’ 식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였다고 본다. 국가 차원에서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설계를 다시 해야할 시점이다.
▷최성진 대표=스타트업이 지역을 살릴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 중인 기업 중 상당수가 처음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스타트업은 지역에 특화된 자원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용이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과 청년 유입 효과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 사무처장=스타트업이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가 않다. 스타트업들이 가장 필요한 게 자본이다.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필수인데 지역엔 VC가 거의 없다. 초기엔 엔젤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몇년 후엔 지역에 더 이상 투자해주는 사람이 없다. 지역에 왜 규모가 큰 스타트업이 없냐면 기업을 성장시킬 종합적인 프로그램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 대표=광역 지자체 단위에선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대책을 만들고 펀드를 조성하는 등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문제는 보통 지역에 펀드를 만들면 지역 VC나 대학 기술지주 등이 운영을 하게 되는데, 수익률이 한시적으로 떨어진다. 서울에 있는 VC에 맡기는 법도 방법이다. 인센티브를 주고 ‘지역 스타트업에 잘 투자해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물론 지역 VC들의 경쟁력을 키울 방법도 동시에 찾아야 한다. 보통 스타트업들이 지역을 떠날 때 두 가지 이유를 얘기한다. 첫번째가 투자 문제, 두번째는 인재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지역 인재풀이 좁기도 하고, 비싼 돈을 들여서 서울에 있는 인재를 데리고 오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사무처장=맞는 말씀이다. 지역에 종합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창업자가 있다 하더라도 오래 가기 힘들다. 인재 확보를 위해선 대학이 중요한데 지금 지역 사립대학 중엔 경영 위기를 겪는 곳들이 많다. 대학에 퇴로를 열어줘야한다. 대학의 교육용 재산들을 쉽게 매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특성화 과목을 고를 수 있도록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지금은 중앙 부처인 교육부가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보니 지역대학들의 운신의 폭이 좁다.
▷최 대표=외국의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들을 보면 꼭 수도가 아니더라도 좋은 인재들을 활용해 기업 생태계를 구축한 경우가 많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볼더시는 지역 대학 출신이 테크스타즈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만들고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핀란드 헬싱키도 알토대 학생들이 스타트업 행사 등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스웨덴의 말뫼도 조선업 쇠락으로 어려움을 겪자 대학부터 세웠다.
▷한 사무처장=중요한 건 펀드 조성을 비롯해 행정 지원, 기업 생태계와 문화를 만드는 작업을 지자체들이 주도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광역 지자체가 가진 권한에 한계가 있다. 지역 산업을 고민하고 기획하고 집행하는 광역단위의 권한이 거의 없다. 업무 권한을 중앙부처에서 광역 지자체로 과감하게 이전할 필요가 있다.
▷최 대표=지역이 살아나야 스타트업 생태계 차원도 힘을 받는다. 지금은 스타트업들이 서울 테헤란로에 모여있는데 효율성은 높지만 스타트업이 효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직은 아니다. 다 같이 모여 있으면 집단적 사고의 위험도 있고,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에도 한계가 생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수도권에만 모여있으면 사회를 혁신할 문제를 발견할 가능성, 또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한 사무처장=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규제자유특구 등을 정할 때 지역의 산업적 기반이 형성될 가능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나눠주기’ 식으로 진행됐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산업적 기반이 형성돼야 스타트업들도 자연스럽게 지역에 창업하고 정착할 수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