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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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주의 자본주의자’로 통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고위 공무원 월급을 48% 인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2월 월급 602만페소(약 936만원)를 받았다. 1월 월급 406만페소에서 48%나 인상한 액수다.

이번 급여 인상은 최근 아르헨티나 국회의원 월급 30% 인상 소식에 국민들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국회의원 월급 인상에 대해 밀레이 대통령은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적절치 않다"며 무효화를 지시하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그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10년 서명한 대통령령에 의해 자동으로 인상된 것으로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이 1월과 2월에 서명한 대통령령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책임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밀레이 대통령이 직접 행정부 고위 공무원 월급 인상안에 서명하고 이같은 급여를 수령한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밀레이 대통령은 이를 무효로 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및 행정부 고위 관료 월급 인상분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카스타(기득권, 기존 정치인)를 위해 서명한 대통령령을 폐지하면서 무효화 됐다"고 발표했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급진적인 시장경제 정책을 내세워 지난해 11월 당선됐다. 그는 페소화 평가절하에 이어 300여개 규제를 한꺼번에 걷어내는 대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211.4%에 달하고 빈곤율이 40% 넘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아르헨티나는 세계통화기금(IMF)으로부터 440억달러(약 5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아 올해 9월부터 이를 갚아야 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