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탈출' 제판분리 보험대리점…과당경쟁은 '과제'
보험사들이 제조와 판매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실제 제판분리를 통한 판매자회사들의 수익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을 통해 영업력 강화 효과가 기대되고 있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는다.

11일 보험대리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82억 원 적자였던 한화생명의 판매자회사 한화금융서비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689억 원을 기록했다. 제판분리 이후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이 지난 2021년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를 통해 출범한 판매자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설계사 2만2,609명으로 GA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GA사로 출범하면서 생·손보 통합 마케팅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한화생명에서 갖춘 교육시스템과 인프라, 초대형 GA사로서 갖춘 수수료 경쟁력으로 지속적인 조직 확대를 이뤄내고 흑자전환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를 통해 출범한 미래에셋금융서비스도 같은 기간 26억 원 적자에서 순익 66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21년 25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다만 자회사GA 중 아직 흑자전환이 과제로 남은 곳도 있다. 신한금융플러스는 지난해 64억 원의 순손실을, KB라이프파트너스는 269억 원의 적자를 냈으며 삼성생명금융서비스와 삼성화재금융서비스도 각각 64억 원, 104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보험업계의 제판분리 바람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흥국생명과 AIA생명도 지난해 각각 자회사형 GA를 설립한 바 있다.

자회사형 GA 열풍이 이어질수록 과당경쟁 우려가 높아지는 점은 과제다. 실제 GA업계는 현재 고액의 정착지원금을 내걸며 설계사를 빼오는 '리쿠르팅 경쟁'으로 속앓이 중이다. 설계사 인력 빼가기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대리점협회가 건전한 모집질서를 골자로 한 '자율협약'을 추진했지만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협회의 '자율협약 위반 1호'로 꼽혔던 GA 스카이블루에셋은 삼성생명과 법정공방까지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 출신 설계사 90여명이 스카이블루에셋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촉발된 갈등 때문이다. 스카이블루에셋의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행위가 '자율협약'에 위반했다는 게 협회의 입장인데, 스카이블루에셋 측은 "자율협약 위반 행위가 없다"며 협회를 공정위에 신고하고, 계약갱신 거절 통보를 한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이 같은 설계사를 둘러싼 과당 경쟁이 문제로 떠오르자, 금융당국도 관련 검사를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 GA의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일명 보험 갈아타기로 불리는 승환계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설계사 3,000명 이상 GA에 대해서는 정기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단기실적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위험보장을 통한 보장 사각지대 해소 등 민간 사회의 안전망으로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