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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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주5일제 운영'을 추진하면서 유통업계에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요일 경매가 사라질 경우 제때 출하를 못해 버려지는 농작물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 대한 걱정이 크다. 가뜩이나 농작물 가격이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매일까지 줄면 농산물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고물가가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틀간 출하 못하면 버려질 수도"

"비싼 과일, 그냥 버리게 생겼다"…가락시장 '날벼락'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운영일을 현행 주6일에서 주5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일요일에만 경매가 쉬는데, 앞으로는 토요일에도 열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이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한 후 지난해 11월, 12월, 올해 3월에 세 차례 시범 휴업을 실시했다.

주5일제를 추진하는 건 가락시장 내 만성적인 인력 부족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주6일 근무, 장시간 야간 근로 등으로 인해 가락시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중간도매상부터 하역인력까지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사는 이같은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주5일제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은 농가의 반발에 부딪혀 4월 6일 시범 휴업을 보류하긴 했지만, 결국 공사가 '주5일제 시행'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가락시장 주5일제가 농작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는 6~8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토요일 경매가 없어져 농산물을 이틀 연속 출하하지 못하게 되면 농가에 쌓아놔야 하는데, 높은 기온으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져 못 팔게 될 수 있어서다.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바이어는 "저장시설이 많지 않은 농가에선 복숭아, 양파 등 더위에 약한 농작물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주5일제로 애그플레이션 심화하나

"비싼 과일, 그냥 버리게 생겼다"…가락시장 '날벼락'
국내 최대 가락시장이 주5일제를 본격 시행하면, 다른 공영도매시장도 따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연간 거래되는 농작물은 230여만t에 달한다. 국내 총 거래량의 40%를 차지한다.

물가 상승은 이미 사과, 귤 등 일부 품목을 넘어 농산물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풋고추 도매가는 ㎏당 1만356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12% 올랐다. 배추(84.08%), 부추(73.36%), 토마토(58.33%) 등도 일제히 작년보다 비싸졌다.

애그플레이션은 전체 소비자물가까지 뒤흔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에서 과일 품목의 기여도는 통상적 수준(약 0.1%포인트)을 훌쩍 넘어선 0.57%포인트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 3.1%(전년 동기 대비) 중 5분의 1가량이 과일값 상승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고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쏟아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업관측 3월호' 보고서를 통해 "주요 과채류의 재배면적 감소,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농산물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햇과일이 출하되는 9월 전까지는 사과, 배 등이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에선 가락시장 주5일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면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조건적으로 주5일제를 시행하기보다는 여름철엔 운영일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