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과실 물가가 지난달 41.2% 올라 3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귤은 지난달 78.1%, 사과가 71.0% 상승했고 같은 기간 배(61.1%)와 딸기(23.3%) 가격도 올랐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한 상인이 배를 팔고 있다. 연합뉴스
신선과실 물가가 지난달 41.2% 올라 3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귤은 지난달 78.1%, 사과가 71.0% 상승했고 같은 기간 배(61.1%)와 딸기(23.3%) 가격도 올랐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한 상인이 배를 팔고 있다.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가 일본과의 과실류 수입을 위한 검역 절차 과정에서 사과 대신 배를 우선순위에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사과 수입 절차에서 가장 앞서있는 국가지만, 병해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배에 대한 협상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간 내 신선과일 형태의 사과 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과실류 등 수입 위험분석 절차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배 수입 요청을 받고 수입 위험분석 절차 3단계인 ‘예비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과보다 배 수입을 위한 협상을 우선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을 포함해 한국에 배 수입을 요청한 나라는 총 8개국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일이나 열매채소 등은 병해충 확산 등의 우려가 있어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수입 위험분석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식물방역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시행되는 수입 위험분석 절차는 △수출국 요청 접수 △수입 위험분석 절차 착수 △예비위험평가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위험관리 방안 작성 △수입 허용기준 초안 작성 △수입 허용기준 입안 예고 △수입 허용기준 고시 및 발효 등 총 8단계로 구성돼있다. 전체 절차는 국제식물보호협약(IPPC)과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 협정 등에 따라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진행된다.

최근 가격 폭등과 함께 논란인 된 사과 수입의 경우 절차상 가장 앞서있는 국가는 일본이지만 병해충 문제로 사실상 협상이 멈춰섰다. 일본은 2011년 5단계인 위험관리 방안 작성 단계에 돌입한 이후 14년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북아시아 지역에만 서식하는 나방류 병해충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며 “먼저 배에 대한 수입 위험분석 절차부터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이어 사과 수입에 가까운 나라는 뉴질랜드와 독일로, 각각 3단계 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은 2단계를 완료해 3단계 진행을 앞두고 있다. 호주와 남아공, 브라질, 중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은 1단계에 있다.

수입 위험분석 절차는 상대국이 정한 품목 우선순위에 따라 그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입 위험분석 절차가 완료돼 수입이 허용된 품목은 31개국의 76건으로, 이들의 품목의 평균 소요 기간은 8년 1개월이었다. 중국산 체리의 경우 3년 7개월 만에 수입을 위한 절차가 완료됐지만, 한국의 뉴질랜드에 대한 감귤 수출의 경우 1999년 처음 요청한 뒤로 2022년 12월에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23년이 소요됐다. 그동안 국내에 감귤 공급이 부족하거나, 병해충이 발생하는 등 부침을 겪으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기간이 길었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역 절차 우선순위 품목은 상대 국가가 정하는 것으로, 농식품부는 권한이 없다”고 했다. 검역 당국의 인력과 재원상 제한이 있다 보니 상대 국가가 요청한 우선순위에 따라 검역 절차가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우선순위는 양국의 사정에 따라 중도에 변할 수 있다.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품목은 51개국의 235건에 달한다.

국가별로 검역 절차 진행을 요구하는 우선순위 품목이 다르다. 뉴질랜드와 미국은 각각 블루베리와 자몽을 우선순위에 놓고 한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과를 우선순위에 놓고 한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가는 독일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