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억원 넘자...'이 은행들'로 돈 몰렸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계좌 잔액이 24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는 등 암호화폐의 초강세가 이어지자 증시 등 다른 자산군에서 유출된 자금이 암호화폐를 거래하기 위해 필요한 일부 은행 입출금계좌로 유입됐다는 해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계좌의 잔액은 614조 2,6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말 대비 23조 5,536억원 급증한 수치다. 요구불예금 계좌는 입출금 통장 등 낮은 이자를 지급하지만, 자유롭게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계좌를 일컫는다.

요구불예금 잔액의 급증은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정기예금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2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대비 23조6,316억원 늘어난 886조 2,501억으로, 정기예금 잔액이 요구불예금보다 200조원 이상 많은 점을 고려하면 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암호화폐 투자열풍으로 인한 머니무브의 수혜를 입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만 역대 월간 최대치인 8조 3,9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3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5조원 가량이 증시에서 순유출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 시중은행 지점 근무자는 "노인 분들 중에서도 암호화폐를 거래하기 위해 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라며 "입출금 한도 제한을 완화해달라는 민원이 지점에 몰릴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암호화폐발 예금 증가 효과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일부 은행으로 국한될 전망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암호화폐 거래소 연계 실명계좌 발급 서비스를 진행하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요구불예금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과, 농협은행은 빗썸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거래소 제휴를 맺은 카카오뱅크(코인원)와 케이뱅크(업비트)도 암호화폐 연계 실명계좌로 자금 유입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범진기자 forward@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