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교수들 긴급총회 > 의료진이 11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긴급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솔 기자
< 의대 교수들 긴급총회 > 의료진이 11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긴급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솔 기자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해 대형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데 이어 이들의 스승인 교수들도 의료 현장을 떠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 시점을 오는 18일로 정하면서다. 이들은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 집단행동하지 않겠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구체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국가 필수의료를 책임져야 할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제자들을 구하겠다’는 직역 이기주의에 휩쓸려 환자를 외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18일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5시 서울대병원 본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등 세 곳에서 동시에 총회를 열었다. 서울대 의대 소속 교수 1475명 중 430명이 참석해 비공개로 진행된 총회에선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이뤄졌다. 총회가 끝난 뒤 기자브리핑을 한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사직서 제출은 개별적인 것”이라면서도 “(참석 교수) 전원이 사직서 제출에 합의해줬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날 서울대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서울대 의대 소속 교수 77.7%(1146명)가 참여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교수들의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의대 증원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과학적, 합리적,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대 증원 규모가 결정되면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집단행동 시점이 18일로 정해진 것은 ‘제자 구하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19일부터다.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자는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고 본다.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기 직전을 사태 해결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회까지 열어 ‘집단 사직’에 합의했지만 단체행동에 들어가더라도 이는 ‘개별적인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모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병원과 함께 ‘빅5’로 분류되는 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줄줄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오후 6시 온라인 회의를 연다. 지난 9일 비상총회를 열었던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7일 회의를 열고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번주 회의를 연다.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대학병원 겸임 업무 해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까지 사직 행렬에 합류하면 병원의 진료 기능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 측은 “외래진료 감소율을 정한 것은 아니고 자율에 맡길 예정”이라며 “다만 응급 환자와 중환자는 진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지현/이혜인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