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대신 정치 택한 아카데미…82세 거장 '마틴 스콜세이지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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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평론가의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심층 분석
마틴 스콜세이지 각본·연출한 <플라워 킬링 문>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새로운 정착지 배경
석유가 발견된 이후 백인들이 벌인 참극 그려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열연
네이티브 아메리칸 '릴리 글래드스톤' 열연
거장의 수작임에도 아카데미상 단 하나도 못받아
'오펜하이머'의 역설…전쟁 시대 고찰해 상 싹쓸이
마틴 스콜세이지 각본·연출한 <플라워 킬링 문>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새로운 정착지 배경
석유가 발견된 이후 백인들이 벌인 참극 그려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열연
네이티브 아메리칸 '릴리 글래드스톤' 열연
거장의 수작임에도 아카데미상 단 하나도 못받아
'오펜하이머'의 역설…전쟁 시대 고찰해 상 싹쓸이
이변이 왜 없었겠는가. 겉으로만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팀도 행사가 밋밋할 것을 염려했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레슬링 선수 출신의 B급 액션배우 존 시나를 벌거 벗겨 무대에 내세웠겠는가. (그가 사람들 앞에서 팬티 바람으로 있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길래 망정이지) 진행자 지미 키멜과 존 시나의 ‘누드 쇼’는 폭소를 만들어 내는데 충분했지만 아무래도 약간 민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ZK.36085344.1.jpg)
이변은 어쩌면, 그리고 역설적으로, ‘오펜하이머’의 싹쓸이 때문에 생겼다. 그건 모두 예상한 일이어서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상한 면이 있다. 마틴 스콜세이지에게 감독상을 주지 않은 일이다. 그는 현재 82세이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0893.1.jpg)
과거 올리버 스톤이 찍은 ‘도어스’(1991)에서 주인공 짐 모리슨이 뉴멕시코 사막에서 늙은 인디언을 만난 후 음악적 삶을 찾게 된 것처럼 마틴 스콜세이지도 젊었을 때 오클라호마 황야 지역 어딘 가를 떠돌다 만난 인디언 여성 때문에, 그때부터 이 영화를 생각했을 것이라는 ‘느낌적 느낌’을 갖게 만든다. 물론 이 영화는 원작이 있다. 데이빗 그랜이란 작가가 쓴 르포르타쥬이다.
오클라호마에 오세이지족이라는 인디언 부족 집성촌이 있다. (* 2014년 영화 중에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이란 작품이 있는데 원제가 ‘August : Osage County’이다. 오세이지 족이 만든 지역 이름이 오세이지 카운티이다.) 이 '네이티브 아메리칸(우리가 흔히 인디언이라 부르지만 인디언은 인도 사람을 의미한다. 그보다는 미국 원주민 혹은 네이티브 아메리칸이란 표현이 맞다)'들은 다른 원주민들과 달리 석유 채굴권을 갖게 돼 큰 부자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오세이지족 조차 백인들이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살상을 당했음을 알 수가 있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0891.1.jpg)
여우주연상도 물론 엠마 스톤이 받을 자격이 충분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예상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가장 미국적인 선택이란 바로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톤이었다. ‘플라워 킬링 문’에서 그녀의 연기가 최고봉은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네이티브 아메리칸 출신이고, 만약 아카데미가 이 원주민 배우에게 여우주연상을 시상했다면 그 정치적 파급효과는 대단했을 것이다. 바야흐로 트럼프가 다시 재선될 지 모르는 시대에 미국의 소수 인종과 민족, 약자들에게 힘을 주고 사람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계기를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카데미는 그런 기회를 저버린 셈이다. 이번 아카데미의 최대 이변은 그래서, ‘오펜하이머’의 싹쓸이로 인한 ‘플라워 킬링 문’의 몰락이다. 단 하나도 타지 못했다. 심지어 미술상도 못 탔다. 최대 이변이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 ⓒimdb](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0052.1.png)
![영화 플라워 킬링 문 ⓒimdb](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100051.1.png)
개인적으로는 ‘오펜하이머’의 플로렌스 퓨가 후보에 들지 않은 것이 못내 불만이었다. 이변은 그런 등등의 마음이 통했었던 듯 싶다. 다 비껴갔다. 대신 ‘바튼 아카데미’의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 스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087049.1.jpg)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090664.1.jpg)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아우슈비츠 얘기를 시각보다는 음향으로 스토리를 짠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공포와 비극을 통해 그 정도의 심각성, 역사의 깊이를 다룬다. 당연히 음향상 감이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imdb](https://img.hankyung.com/photo/202403/01.36087138.1.jpg)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두고 국내 개봉 당신 일었던 군국주의 논란이 약간 머쓱해 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화는 가능하면 넓고 깊은 시선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도 할 얘기이다. 이변이 없었다니. 이변은 늘 있는 법이다. 살아가는 모든 일이 이변일지니. /오동진 영화평론가
▶▶[영화 '플라워 킬링 문' 리뷰]https://www.arte.co.kr/stage/review/article/3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