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IT 업계의 생생한 얘기를 듣는 박해린 기자의 IT인사이드 시간입니다.

박 기자가 어제 단독 보도했죠.

네이버가 다음달을 목표로 대대적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오는 14일 취임 3년차에 접어드는 최수연 대표의 사실상 첫 대대적 조직개편이 다음달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네이버 혁신의 상징인 사내독립기업 'CIC'를 폐지하고, 본사로 흡수시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새로운 환경 변화와 26년차 네이버의 체급에 맞는 큰 폭의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라며 "핵심은 사내독립기업 CIC 폐지"라고 밝혔습니다.

네이버가 2015년 도입한 CIC(Company-In-Company)제도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조직에게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자립할 역량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독립시키는 혁신 모델로 10년 동안 유지돼 온 네이버의 성장 전략이었습니다.

한성숙 전 대표 시절, CIC는 네이버의 '심장'으로 불렸을 정도입니다.

사실 네이버도 출발은 삼성SDS의 사내 벤처였죠. 다만 네이버의 몸집이 커지면서 CIC로 대표되는 역동성보다 전사적 위기 관리와 중앙 통제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5개 CIC는 비즈(광고)와 서치(검색), 포레스트(쇼핑), 글레이스(지역 정보), 커뮤니티 등인데요.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CIC들은 분사가 어려운 핵심 사업이거나 재무적 요소 등을 더 보완해야 독립이 가능한 상태로, 독립이 어렵다면 본사가 탑다운 체제로 관리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7년 네이버웹툰,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 이후 CIC의 분사는 중단된 상태로, 최수연 대표 취임 이후 신설된 CIC는 없으며, 지난해에는 튠CIC를 해체해 본사로 흡수한 상황입니다.

<앵커>

네이버 지난해 실적도 잘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안정을 추구하기보다 이렇게 대대적 수술을 추진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폭풍 전야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취임 2년간 최수연 호는 순항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매출은 취임 2년간 42%가량 늘었고, 영업이익도 약 12%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네이버가 올해는 가뿐히 매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도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최 대표 취임 당시 30만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현재 19만원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장에선 네이버의 작년 성적표보다 커머스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합니다.

커머스는 서치플랫폼에 이어 네이버의 가장 큰 핵심 사업으로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쿠팡 등 기존업체들과의 경쟁에 알리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으로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커머스 부문의 부진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4분기 네이버의 실적발표 직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도 참석자들의 질문은 사상 최대 실적이 아닌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따른 네이버의 위기감이나 대응 전략에 집중돼 있었고요.

최근에는 목표주가까지 낮추는 모습입니다.

물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이들 기업의 광고 집행으로 네이버에 수혜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단기적인 것으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앵커>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공격적 확장이 비교적 최근 네이버 최수연 대표에게 닥친 도전이라면 유튜브의 존재는 상당히 오래된 고민이라고 봐야겠죠?

<기자>

네, 중국과 더불어 유튜브도 네이버의 아성에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요새 MZ세대들은 검색을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로 한다고 하죠.

검색에 더해 유튜브가 최근 국내에서 쇼츠, 라이브커머스 '유튜브쇼핑' 등 커머스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네이버가 '치지직'이란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을 신설하며 동영상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추후 네이버쇼핑, 페이, 멤버십 등을 연계해 네이버의 생태계를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초거대 AI와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요.

즉 표면적으론 최수연 호가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방위적인 위기에 자율성 보단 사업부간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둬야하는 시기이기에 취임 3년차에 접어든 최수연 대표가 전사적 역량 결집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요.

또 고성장이 어느정도 더뎌졌기에, 네이버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중앙에서 직접 주도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더해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듣고 보니 네이버의 조직개편이 이해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카카오도 최근 대내외 리스크에 거버넌스를 개편하지 않았습니까. 비슷한 모습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창사 이래 최악의 리스크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역시 지난해 자율 경영 방식을 끊어냈습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조직하고 계열사들의 통제 강화, 의사 결정 권한을 갖는 기구를 구성해 조직의 통제와 구심력을 강화한 겁니다.

더이상 벤처 기업이 아닌,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전사적 리스크 통제에 대한 중요성이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14일 3년차에 접어든 최수연 대표, 임기는 내년 3월까지입니다.

업계에선 올해가 최수연 대표의 연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최수연 대표가 공격적인 리더십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해린기자 hlpark@wowtv.co.kr
3년차 최수연의 고민...네이버 대수술 나선다 [IT인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