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이 강남병이냐" 김어준도 깜짝 놀란 여론조사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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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이 비슷하다 엇갈린 리얼미터·갤럽
갤럽 움직임 없는데 리얼미터 요동
서울·충청·부울경서 민주 지지율 급증
조국 신당에 '샤이 진보' 결집 가능성도
갤럽 움직임 없는데 리얼미터 요동
서울·충청·부울경서 민주 지지율 급증
조국 신당에 '샤이 진보' 결집 가능성도
"리얼미터는 역전됐다. 갤럽은 지난주엔 깜짝 놀랐다. 서울 지역에서 국민의힘 45%, 민주당 24%다. 이러면 서울 전역이 강남병이잖아. 이해가 안 가는데..."
지난 3월 1주차 한국 갤럽 조사를 두고 방송인 김어준씨가 11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한 말이다.
지난 20대 대선을 정확히 맞춘 여론조사의 '양대산맥'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여야 지지율이 최근까지 비슷한 흐름을 보이다 총선 30일을 앞두고 엇갈리면서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다. 양 기관 모두 과거 대선 결과를 거의 맞춘 곳인데다, 과거 선거에서 나타나듯 선거 한 달 전 조사가 거의 그대로 선거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어느 것을 믿어야 하냐'는 것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봤더니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지난 3월 1주차 정당 지지율 흐름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리얼미터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내서 앞선 모습을 보인 반면, 갤럽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3월 1주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이 43.1%, 국민의힘 41.9%로 집계되면서 오차 범위 내 민주당이 소폭 앞선 모습이었다. 전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46.7%, 민주당 39.1%로 민주당이 열세인 모습이었는데 한 주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는 갤럽 조사 결과와 대조적이다. 갤럽은 3월 1주차 조사에서 양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내리긴 했지만 37%대 31%로 국민의힘이 다소 앞선 모습이다. 이로써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주째 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역별 조사에서 두 조사 결과가 차이를 보였다. 리얼미터에서 지난 주 엇비슷했던 서울, 충청 지역 민심은 이주 민주당 것이 됐다. 갤럽은 서울에서 국민의힘 2%포인트 늘고 민주당은 2%포인트 줄었다고 나왔는데, 리얼미터는 국민의힘은 9.4%포인트 빠지고 민주당은 13.9%포인트 증가했다고 나왔다.
충청권에서는 갤럽·리얼미터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8~9%포인트 빠져 엇비슷했는데, 같은 곳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갤럽이 2%포인트 늘어날 동안 리얼미터는 8.6%포인트 증가했다.
또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갤럽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2%포인트 빠지고 민주당은 3%포인트 늘어났다고 했는데, 리얼미터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12.4%포인트 줄고 민주당은 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이 친여·친야? 방법론 어떻게 다르길래
리얼미터는 전국 10세 이상 남녀 1006명, 갤럽은 1000명으로 조사 대상 숫자는 거의 같다. 표본오차도 ±3.1%포인트(95% 신뢰수준)로 동일하다.먼저 조사 방식에 차이가 있다. 리얼미터 무선 97%·유선 3% 중 RDD 표집틀 기반으로 무작위 추출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조사다. 갤럽은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이다.
응답률에도 차이는 있다. 리얼미터는 응답률이 3.9%인 반면 갤럽은 14.4%다. 응답률이 비교적 떨어지는 관계로 리얼미터 결과를 신용할 수 없다는 의견도 간혹 나온다. 갤럽과 마찬가지로 응답률이 10%대인 전국지표조사(NBS)도 갤럽과 양당 지지율은 물론 대통령 지지율 추이도 비슷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리얼미터는 친야(親野) 성향이 강하고, 갤럽은 친여(親與) 성향이 강하다고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오고 있다. 이에 더해 이 대표와 김씨는 과거 중학교 동창인 탓에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리얼미터 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말도 이따금 흘러나온다. 이 대표도 여러 유튜브 방송에서 김씨와의 친분을 언급했다.
갤럽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회장을 역임한 적이 있고, 1997년 대선에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주한 미 대사에 여론조사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또 과거 2010년대 초반까지 보수 성향 매체와 함께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일이 많아 일각에서는 보수 성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이 쏘아 올린 '샤이 진보'의 결집?
이렇게 과거 논란도 있고 방법론의 차이가 있으나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야 누가 맞았는지 비로소 알 수 있고, 방법론에 대해선 100% 정답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 누가 틀리거나 맞는다고 할 수 없다. 실제 지난 대선 때 두 조사 기관은 방법론의 차이에도 근소하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의 우세를 점치면서 대선 결과를 거의 맞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얼미터 결과에서 '샤이 진보'의 결집 현상이 잘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ARS는 듣고 버튼을 다 눌러야 하기 때문에 정치 고관여층이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샤이 진보'들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소폭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