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공장 멈출 판"…제철업계 발목 잡는 'MES'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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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현대제철 순천공장 불법파견"
MES에 철강업계 인력 운용 '발목'
현대제철 후속 소송에 영향 불가피
"공장서 도급 못 쓴다는 얘기" 비판도
MES에 철강업계 인력 운용 '발목'
현대제철 후속 소송에 영향 불가피
"공장서 도급 못 쓴다는 얘기" 비판도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조업 등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생산관리시스템(MES)이 '불법파견 징표'로 받아들여졌다. 생산공정 효율화를 위해 사용하는 MES가 철강업계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현대제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A씨 등 16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 2건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이들 중 정비 등의 업무를 수행한 일부 인원에 한해선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냉연강판 등의 생산에 필요한 지원공정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후처리 공정이나 물류 업무, 크레인 운전, 정비, 포장, 차량경량화(TWB) 공정 등을 맡았다.
법원 판단에 따라 현대제철은 A씨 등을 자사 근로자로 간주하거나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파견법은 2년 넘게 일한 일한 파견근로자를 파견받은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 판단이 일관되게 유지된 배경에는 MES가 있다. MES는 자동차·철강 등 여러 업종 생산공정에서 쓰이는 시스템이다. 원청 기업은 MES를 통해 원자재 입고부터 최종 생산품 출하까지 생산공정 전 과정을 관리·운영한다.
그런데 법원은 원청이 이 MES를 사용해 하청 근로자를 상대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한 경우 용역·도급 계약이 아닌 파견관계로 봤다.
MES를 원청의 지휘·명령 수단으로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은 2022년 7월에 나왔다. 대법원은 당시 포스코가 MES를 통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지휘·명령했다면서 불법파견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제철 불법파견 사건에 바로미터가 될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판결 직후 "MES는 전산을 통해 작업 내용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라며 "경쟁국인 독일과 일본 등에서는 MES를 도급관계에서 활용했다고 불법파견으로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불법파견 2, 3차 소송 1심은 포스코 판결 6일 전 같은 이유로 비정규직들 손을 들어줬다. 같은 해 12월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이어졌다. 지난 1월 포스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추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도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1차 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현대제철 직원들은 MES를 구축해 작업물량, 작업위치 등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작업해야 할 구체적 범위를 정해줬고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업무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날 "A씨 등은 순천공장 냉연강판 등 생산과정 일부라 볼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면서 현대제철로부터 지시나 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을 대리한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MES에 의해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원청이 통제·관리하는 생산 체계 자체는 파견근로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대법원이 확정적으로 선언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산업현장에서는 효율적 생산공정 관리를 위해 MES를 사용하고 있지만 오히려 불법파견 리스크를 키운 꼴이 됐다.
일부 현장에서는 MES에서 불법파견 요소를 덜어내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만으로 완벽하게 리스크를 해소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법원 판결대로면 웬만한 MES가 다 지휘·명령에 해당하기 때문에 MES를 쓸 수 없다"며 "공장에서는 도급을 그냥 못 쓴다는 얘기"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현대제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A씨 등 16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 2건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이들 중 정비 등의 업무를 수행한 일부 인원에 한해선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냉연강판 등의 생산에 필요한 지원공정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후처리 공정이나 물류 업무, 크레인 운전, 정비, 포장, 차량경량화(TWB) 공정 등을 맡았다.
법원 판단에 따라 현대제철은 A씨 등을 자사 근로자로 간주하거나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파견법은 2년 넘게 일한 일한 파견근로자를 파견받은 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MES, 하청 지휘 수단"…불법파견 리스크↑
이 사건은 현대제철 순천공장 비정규직들이 제기한 1차 불법파견 소송이다. 1차 소송의 경우 앞서 1, 2심 모두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현대제철이 비정규직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법원 판단이 일관되게 유지된 배경에는 MES가 있다. MES는 자동차·철강 등 여러 업종 생산공정에서 쓰이는 시스템이다. 원청 기업은 MES를 통해 원자재 입고부터 최종 생산품 출하까지 생산공정 전 과정을 관리·운영한다.
그런데 법원은 원청이 이 MES를 사용해 하청 근로자를 상대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한 경우 용역·도급 계약이 아닌 파견관계로 봤다.
MES를 원청의 지휘·명령 수단으로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은 2022년 7월에 나왔다. 대법원은 당시 포스코가 MES를 통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지휘·명령했다면서 불법파견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제철 불법파견 사건에 바로미터가 될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판결 직후 "MES는 전산을 통해 작업 내용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라며 "경쟁국인 독일과 일본 등에서는 MES를 도급관계에서 활용했다고 불법파견으로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MES 자체는 파견관계 징표"
법원에서는 MES를 원청의 지휘·명령 수단으로 간주하는 판결 경향이 굳어진 상태다.현대제철 순천공장 불법파견 2, 3차 소송 1심은 포스코 판결 6일 전 같은 이유로 비정규직들 손을 들어줬다. 같은 해 12월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이어졌다. 지난 1월 포스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추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도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1차 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현대제철 직원들은 MES를 구축해 작업물량, 작업위치 등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작업해야 할 구체적 범위를 정해줬고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업무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날 "A씨 등은 순천공장 냉연강판 등 생산과정 일부라 볼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면서 현대제철로부터 지시나 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을 대리한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MES에 의해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원청이 통제·관리하는 생산 체계 자체는 파견근로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대법원이 확정적으로 선언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판결대로면 산업현장서 도급 못 써"
이번 판결은 현대제철 순천공장 후속 소송과 유사 분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불법파견 2, 3차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4, 5차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산업현장에서는 효율적 생산공정 관리를 위해 MES를 사용하고 있지만 오히려 불법파견 리스크를 키운 꼴이 됐다.
일부 현장에서는 MES에서 불법파견 요소를 덜어내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만으로 완벽하게 리스크를 해소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최근 법원 판결대로면 웬만한 MES가 다 지휘·명령에 해당하기 때문에 MES를 쓸 수 없다"며 "공장에서는 도급을 그냥 못 쓴다는 얘기"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