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요인 아예 없다"…'끈적한' 2월 美 물가에 하락 [오늘의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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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4거래일째↓…브렌트유도 하락 반전
“금리 인하 기대감↓…당분간 박스권 장세”
미국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국제유가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 전망치가 하향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요 예측치는 그대로 유지된 것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0.47%(0.37달러) 내린 배럴당 77.56달러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 지난 2월 23일(배럴당 76.49달러) 이후 최저 수준에서 장을 닫았다.
국제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5월물 기준)도 전날 대비 0.4%(0.29달러) 낮은 배럴당 81.92달러를 가리켰다. 전날 소폭 올랐다가 하루 만에 하락 반전했다. 이날 종가는 역시 지난달 23일(배럴당 81.62달러)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 물가가 지난달까지 ‘끈적한’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유 수요가 위축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전년 동월 대비)로, 시장 전망(3.1%)과 전월치(3.1%)를 모두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였다.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60% 이상을 기여했다고 미 노동부는 밝혔다. 다만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예측(3.7%)보다 높은 3.8%로 집계됐다.
거시경제 전문 리서치 회사인 세븐스리포트리서치의 공동 편집자인 타일러 리치는 마켓워치에 “미 중앙은행(Fed)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할수록 높은 금리가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해 소비자 수요에 부담이 된다”며 “원유 시장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회사 DTN의 트로이 빈센트 수석 애널리스트도 “2월 CPI는 급격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유가가 강세를 나타낼 이유가 없으며,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59.5%, 동결할 확률은 31.7%로 보고 있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례 보고서에서 올해 하루 220만배럴, 내년 하루 180만배럴로 추정된 기존의 석유 수요 전망치를 유지했다. CNBC 방송은 “OPEC과 그 동맹국들이 하루 220만배럴 규모의 감산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한 올해 원유 시장에선 공급 적자가 지속될 거란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카자흐스탄 등 자발적 감산 약속을 깨고 할당량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OPEC 회원국들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OPEC 소속이 아닌 산유국들의 올해 원유 생산량 예상치는 하루 100만배럴로, 2월 대비 약 12만배럴 하향 조정됐다. 이런 가운데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26만배럴씩 늘어나 1319만배럴에 달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증가 폭 추정치는 기존 17만배럴에서 확대됐다. 투자은행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짚었다. EIA는 올해 WTI와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 대비 각각 5.8%, 5.6% 높은 배럴당 82.15달러, 배럴당 87달러로 제시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보르텍사의 세레나 황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세레나 황은 “수요 약세 심리와 비(非) OPEC 국가들에서 견조한 생산이 지속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유가가 강세를 보일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가자 전쟁은 원유 시장에서 존재감을 아예 잃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돼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습은 원유 공급에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금리 인하 기대감↓…당분간 박스권 장세”
미국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면서 국제유가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 전망치가 하향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요 예측치는 그대로 유지된 것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0.47%(0.37달러) 내린 배럴당 77.56달러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 지난 2월 23일(배럴당 76.49달러) 이후 최저 수준에서 장을 닫았다.
국제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5월물 기준)도 전날 대비 0.4%(0.29달러) 낮은 배럴당 81.92달러를 가리켰다. 전날 소폭 올랐다가 하루 만에 하락 반전했다. 이날 종가는 역시 지난달 23일(배럴당 81.62달러)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 물가가 지난달까지 ‘끈적한’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유 수요가 위축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전년 동월 대비)로, 시장 전망(3.1%)과 전월치(3.1%)를 모두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였다.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60% 이상을 기여했다고 미 노동부는 밝혔다. 다만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예측(3.7%)보다 높은 3.8%로 집계됐다.
거시경제 전문 리서치 회사인 세븐스리포트리서치의 공동 편집자인 타일러 리치는 마켓워치에 “미 중앙은행(Fed)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정책을 계속해서 유지할수록 높은 금리가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해 소비자 수요에 부담이 된다”며 “원유 시장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회사 DTN의 트로이 빈센트 수석 애널리스트도 “2월 CPI는 급격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유가가 강세를 나타낼 이유가 없으며,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59.5%, 동결할 확률은 31.7%로 보고 있다.
OPEC은 이날 발표한 월례 보고서에서 올해 하루 220만배럴, 내년 하루 180만배럴로 추정된 기존의 석유 수요 전망치를 유지했다. CNBC 방송은 “OPEC과 그 동맹국들이 하루 220만배럴 규모의 감산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한 올해 원유 시장에선 공급 적자가 지속될 거란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카자흐스탄 등 자발적 감산 약속을 깨고 할당량보다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OPEC 회원국들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OPEC 소속이 아닌 산유국들의 올해 원유 생산량 예상치는 하루 100만배럴로, 2월 대비 약 12만배럴 하향 조정됐다. 이런 가운데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26만배럴씩 늘어나 1319만배럴에 달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증가 폭 추정치는 기존 17만배럴에서 확대됐다. 투자은행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고 짚었다. EIA는 올해 WTI와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 대비 각각 5.8%, 5.6% 높은 배럴당 82.15달러, 배럴당 87달러로 제시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보르텍사의 세레나 황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인 세레나 황은 “수요 약세 심리와 비(非) OPEC 국가들에서 견조한 생산이 지속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유가가 강세를 보일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가자 전쟁은 원유 시장에서 존재감을 아예 잃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돼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습은 원유 공급에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