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정보기술(IT) 분야 스타트업들이 신입 직원에 제공하는 주식 보상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금리에 창업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운라운드’(후속 투자 유치 때 기업가치가 이전 대비 낮게 평가되는 것)에 나선 스타트업들이 늘면서다.

미 소프트웨어 개발사 카르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 신입 직원들이 수령한 주식 보상이 18개월 전보다 평균 3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이 업계의 평균 급여는 0.2% 깎였다.

고용 시장에선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미 스타트업 업계는 신규 고용 규모를 전년 대비 반토막으로 축소했다. 1월 한 달 동안에만 1만8000명 규모의 감원이 단행되면서 2022년에 채용된 직원의 32%가 회사를 떠났다. 최소 5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채용 인원보다 퇴직한 인원이 많았다. 카르타는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초기 단계 IT 기업 4만3000개사의 정보를 추적해 이같이 집계했다.
스타트업도 불황 칼바람…청년 백만장자 나오던 시대 끝났다
급여 대신 자사주를 나눠주는 보상 체계는 현금 흐름이 빠듯한 스타트업에선 흔한 일이다. 해당 스타트업이 추후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직원들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 2012년 페이스북(현 메타) 상장 당시 이 회사 직원 약 3000명 사이에서 “젊은 백만장자 세대가 탄생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스타트업 업계는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카르타는 지난해 전체 조사 대상 스타트업 중 20%가 다운라운드를 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운라운드 비율은 2018년 초 이후 최대다.

식료품 배달 앱 인스타카트, 다음 주 상장이 예상되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레딧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스타카트는 상장 가능성이 처음 거론되던 2021년 당시 기업가치가 약 390억달러(약 51조원)로 책정됐으나 작년 9월 실제 상장 당시 기업가치는 99억달러(약 13조원)에 그쳤다. 레딧의 기업가치도 58억~64억달러(약 7조6000억~8조4000억원)로 추정되는데, IPO 준비 과정에선 100억달러까지 거론됐었다.
스타트업도 불황 칼바람…청년 백만장자 나오던 시대 끝났다
톰 카이저 카르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시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기업들은 매우 보수적으로 현금과 자본을 관리하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선 주식 보상을 통해 큰 부를 창출할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예전과 같지 않다. 당장 이들은 주식보다 현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상장이 무기한으로 미뤄진 신생 기업들이 스톡옵션을 보유한 전현직 임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해당 직원들에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다. 온라인 간편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는 이달 초 최소 10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식 매입가는 기업가치를 65억달러로 상정하고 책정됐다. 스트라이프는 2021년 한때 95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회사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