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쏜 화살에 맞은 떠돌이 개. /사진=제주서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남성이 쏜 화살에 맞은 떠돌이 개. /사진=제주서부경찰서 제공, 연합뉴스
제주에서 떠돌이 개에게 화살을 쏴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2단독(배구민 부장판사)은 이날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49)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도 혐의를 인정하고 있으며 목격자 등의 진술과 피해견의 수술 당시 사진, 압수된 활과 화살 등을 보면 범행 내용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8월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자신의 비닐하우스 옆 창고 주변을 배회하던 개에게 카본 재질의 70㎝ 길이 화살을 쏴서 맞힌 혐의를 받는다.

이 개는 범행 이튿날 범행 장소로부터 직선거리로 10㎞가량 떨어진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몸통 부분에 화살이 박힌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 7개월간 추적 끝에 지난해 3월 주거지에 있던 A씨를 붙잡았고, 화살 일부 등 증거물을 압수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해외 직구로 화살 20개를 구입해 무와 낚싯줄로 직접 활을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과거 개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닭 사육장을 덮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씨 측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변호인은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며 "당시 60m 거리에서 쐈는데 피고인도 맞을 줄 몰랐고, 개가 화살을 맞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가정에 입양돼 살고 있는 떠돌이 개의 근황. /사진=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 연합뉴스
미국 뉴욕 가정에 입양돼 살고 있는 떠돌이 개의 근황. /사진=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 연합뉴스
한편 피해견인 '천지'는 구조되자마자 화살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동물보호단체 등의 도움으로 치료와 훈련을 받은 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의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