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먹는건데…이 돈까지 아끼면 나쁜 부모 된 기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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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소비량·유아식 생산량 줄어드는데
영유아식 매출은 확대
"식품도 베블런 효과 조짐…저출생 악순환 우려"
영유아식 매출은 확대
"식품도 베블런 효과 조짐…저출생 악순환 우려"
"아이가 먹는 거니까. 비싸도 이것까지 아끼면 나쁜 부모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달까요."
합계 출산율은 매해 줄어드는 가운데, 영유아 아동복 시장은 2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텐 포켓, 골드키즈, VIB(very important baby)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며 아이에게 드는 돈 만큼은 아낌없이 쏟아붓는 부모가 늘고 있다.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옷이나 장난감, 유모차에 그치지 않고 필수재인 영유아 식품까지도 프리미엄, 럭셔리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매출을 기준으로 한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2016년 1320억원에서 2022년 2534억원으로 6년 새 92%가량 늘었다. 특히 간편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2015년 680억원에서 2020년 1671억원으로 2.4배 넘게 커졌다.
반면 국내 영유아식의 생산량은 2016년 6만5814톤에서 지난해 2만8934톤으로 56% 감소했다. 분유 시장 규모도 2017년 4314억원에서 2022년 2897억원으로 6년 만에 32.8% 줄었다. 아기가 줄었으니 아기 음식 생산·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 반면 영유아식 매출은 늘었으니 아기들에게 예전보다 더 비싼 이유식, 더 좋은 간식을 먹인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13일 오전 서울 시내 백화점에 입접해 있는 한 이유식 매장. 명품 아동복 매장이 있는 유아관 한쪽에서 친환경 이유식을 판매하고 있다. 지리산 농장에서 식재료를 조달하고 현장에 있는 제조 시설에서 바로 이유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식재료를 기르는 농법이 소개된 카탈로그와 간식 포장지마다 쓰여 있는 '100% 유기농' 표식이 눈에 띄었다.
7년째 이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장 함모 씨는 "확실히 전보다 아기도 잘 안 보이고, 유아관을 구경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면서도 "우리 매장은 7년째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도 어려움 없이 잘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모기업의 매출은 2017년까지 5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2년 140억원으로 2.8배가량 뛰었다. 지난해 매출도 18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씨에 따르면 해당 이유식 매장은 평일 기준 50명, 주말에는 100명 이상의 소비자가 찾아 이유식과 유아 간식 등을 사 간다. 제품당 가격은 동일 제품의 평균가보다 1000~2000원가량 비싼 편이다. 그는 "초석잠이나 달고기같이 생소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점이 브랜드의 특징이라 과거에는 제품에 대한 설명과 홍보가 필요했는데, 이젠 부모들이 처음부터 제품명을 찾아오셔서는 '○○제품 있나요'라고 먼저 물어보신다"며 "확실히 프리미엄 이유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매장에서 만난 30대 조모 씨는 "7개월 여자아기를 키우고 있다"며 "프리랜서라 출산 후 복귀해야 한다는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100일 만에 일을 시작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과일퓌레(즙 형태의 농축액)를 먹여보기 위해 구매하러 왔다"며 "일하다 보면 아이에게 먹을 거라도 최고 좋은 것으로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명품 브랜드의 옷도 사서 입혀본 적이 있다는 그는 "유난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안다"며 "머리로는 아는데 아이가 먹고 입는 제품만큼은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된다. '내가 이거 아껴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털어놨다.
19개월 아이를 키우는 30대 워킹맘 김모 씨도 "해당 브랜드의 이유식을 구매해봤다"며 "'타사 제품보다 비싸니 원재료나 함량을 속이진 않겠지'라는 마음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해당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영유아식 기업들이 각양각색의 프리미엄 요소를 내세워 경쟁하고 있다. 유리병에만 이유식을 담거나, '수제 이유식'이라는 키워드를 내 거는 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친환경 식품 브랜드나 프리미엄 이유식 매장을 점포에 꼭 입점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아이를 위해 고가의 자연식이나 친환경 식재료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영유아식 시장에 대해 "'유기농', '친환경' 관련 키워드 없이는 이제 판매가 어려운 정도"라며 "중저가 영유아 식품에 대한 수요가 없으니 고가 라인만 확대되는 추세"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 논리로는 이해가 되는 상황이나 필수재인 식품까지 사치재와 같은 소비 구조로 정착되면 저출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지 않는 시장이니 기업이 제품에 질적인 투자를 하고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자녀를 적게 낳는 풍조까지 겹쳐 가격이 오르는데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런 효과'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다 중저가 라인의 이유식이 완전히 없어지면 육아 비용 부담으로 아이를 더 안 낳게 될 것이고, 그럼 합계 출산율은 더 떨어진다"며 "출산율을 높이려면 영유아 식품업계에 중저가 라인 제품 개발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육아 비용을 시장 논리대로만 돌아가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합계 출산율은 매해 줄어드는 가운데, 영유아 아동복 시장은 2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텐 포켓, 골드키즈, VIB(very important baby)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며 아이에게 드는 돈 만큼은 아낌없이 쏟아붓는 부모가 늘고 있다.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옷이나 장난감, 유모차에 그치지 않고 필수재인 영유아 식품까지도 프리미엄, 럭셔리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매출을 기준으로 한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2016년 1320억원에서 2022년 2534억원으로 6년 새 92%가량 늘었다. 특히 간편 영유아식 시장 규모는 2015년 680억원에서 2020년 1671억원으로 2.4배 넘게 커졌다.
반면 국내 영유아식의 생산량은 2016년 6만5814톤에서 지난해 2만8934톤으로 56% 감소했다. 분유 시장 규모도 2017년 4314억원에서 2022년 2897억원으로 6년 만에 32.8% 줄었다. 아기가 줄었으니 아기 음식 생산·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터. 반면 영유아식 매출은 늘었으니 아기들에게 예전보다 더 비싼 이유식, 더 좋은 간식을 먹인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13일 오전 서울 시내 백화점에 입접해 있는 한 이유식 매장. 명품 아동복 매장이 있는 유아관 한쪽에서 친환경 이유식을 판매하고 있다. 지리산 농장에서 식재료를 조달하고 현장에 있는 제조 시설에서 바로 이유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식재료를 기르는 농법이 소개된 카탈로그와 간식 포장지마다 쓰여 있는 '100% 유기농' 표식이 눈에 띄었다.
7년째 이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장 함모 씨는 "확실히 전보다 아기도 잘 안 보이고, 유아관을 구경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면서도 "우리 매장은 7년째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도 어려움 없이 잘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모기업의 매출은 2017년까지 5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2년 140억원으로 2.8배가량 뛰었다. 지난해 매출도 18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씨에 따르면 해당 이유식 매장은 평일 기준 50명, 주말에는 100명 이상의 소비자가 찾아 이유식과 유아 간식 등을 사 간다. 제품당 가격은 동일 제품의 평균가보다 1000~2000원가량 비싼 편이다. 그는 "초석잠이나 달고기같이 생소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점이 브랜드의 특징이라 과거에는 제품에 대한 설명과 홍보가 필요했는데, 이젠 부모들이 처음부터 제품명을 찾아오셔서는 '○○제품 있나요'라고 먼저 물어보신다"며 "확실히 프리미엄 이유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매장에서 만난 30대 조모 씨는 "7개월 여자아기를 키우고 있다"며 "프리랜서라 출산 후 복귀해야 한다는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100일 만에 일을 시작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과일퓌레(즙 형태의 농축액)를 먹여보기 위해 구매하러 왔다"며 "일하다 보면 아이에게 먹을 거라도 최고 좋은 것으로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명품 브랜드의 옷도 사서 입혀본 적이 있다는 그는 "유난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안다"며 "머리로는 아는데 아이가 먹고 입는 제품만큼은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된다. '내가 이거 아껴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털어놨다.
19개월 아이를 키우는 30대 워킹맘 김모 씨도 "해당 브랜드의 이유식을 구매해봤다"며 "'타사 제품보다 비싸니 원재료나 함량을 속이진 않겠지'라는 마음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해당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영유아식 기업들이 각양각색의 프리미엄 요소를 내세워 경쟁하고 있다. 유리병에만 이유식을 담거나, '수제 이유식'이라는 키워드를 내 거는 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친환경 식품 브랜드나 프리미엄 이유식 매장을 점포에 꼭 입점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아이를 위해 고가의 자연식이나 친환경 식재료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영유아식 시장에 대해 "'유기농', '친환경' 관련 키워드 없이는 이제 판매가 어려운 정도"라며 "중저가 영유아 식품에 대한 수요가 없으니 고가 라인만 확대되는 추세"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 논리로는 이해가 되는 상황이나 필수재인 식품까지 사치재와 같은 소비 구조로 정착되면 저출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지 않는 시장이니 기업이 제품에 질적인 투자를 하고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자녀를 적게 낳는 풍조까지 겹쳐 가격이 오르는데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런 효과'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다 중저가 라인의 이유식이 완전히 없어지면 육아 비용 부담으로 아이를 더 안 낳게 될 것이고, 그럼 합계 출산율은 더 떨어진다"며 "출산율을 높이려면 영유아 식품업계에 중저가 라인 제품 개발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육아 비용을 시장 논리대로만 돌아가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