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 신도시가 위치한 안양시 동안구 전경. 사진=한경DB
평촌 신도시가 위치한 안양시 동안구 전경. 사진=한경DB
'버블 세븐'으로 유명한 평촌신도시가 있는 경기 안양 동안구 집값이 11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입주 폭탄이 예고되면서 바로 옆 만안구의 두 배에 가까운 낙폭을 보이는 상황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집값은 지난주(4일 기준)까지 11주 연속 하락했다. 올해 누적 하락률만 1.35%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만안구 집값이 0.65% 내린 것에 비하면 배 이상 깊은 골짜기를 그렸다. 동안구 집값 낙폭은 수도권 시군구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동안구에는 평촌신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기 신도시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성남 분당구가 1431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안양 동안구 929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안양 인근 지역에서는 동안구가 상급지로 인식됐고 '안양의 강남'으로 불렸다.

'평촌' 안양 동안구 집값 1.35% 하락…안양 만안구 낙폭 2배

동안구에는 재정비와 교통 호재도 있다. 일단 오는 6월부터 공모받아 연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선도지구가 지정될 예정이다.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의 1호 재건축 단지인데, 정부는 2030년까지 입주가 가능하도록 정비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월곶판교선 복선전철과 인동선도 동안구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러한 호재에도 동안구 집값은 바로 옆 만안구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개별 단지를 살펴보면 하락세는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동안구 비산동 '평촌자이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8일 8억7500만원(8층)에 매매됐다. 지난달 9억1500만원(23층)에서 한 달 만에 3000만원 내려왔다.
오는 6월 입주가 예정된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평촌 엘프라우드'. 사진=호갱노노 갈무리
오는 6월 입주가 예정된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평촌 엘프라우드'. 사진=호갱노노 갈무리
호계동 '금정역호계푸르지오' 전용 84㎡ 역시 이달 9일 7억5000만원(4층)에 손바뀜됐는데, 지난해 8억원(7층)에 거래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재정비가 예정된 평촌신도시에 해당하는 아파트도 가격이 하락세다. 평촌동 '초원8단지세경' 전용 49㎡는 지난 3일 5억원(5층)에 팔렸다. 올해 1월 동일한 5층 매물이 5억20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2000만원 하락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안구 집값 하락의 원인으로 올해 예정된 공급물량을 꼽는다. 동안구에는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3개 단지 5460가구가 들어선다. 6월 비산동 '평촌 엘프라우드' 2739가구, 8월 호계동 '평촌 트리지아' 2417가구, 10월 호계동 '평촌 어바인퍼스트 더샵' 304가구 등이다. 같은 기간 만안구에는 절반 수준인 안양동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 2736가구가 입주한다.

5개월 동안 5460가구 입주 폭탄…"매매·전세 하락 불가피"

올해 안양에 8196가구가 입주하는 가운데 대부분 물량이 동안구에 쏠린 상태다. 매매 시장은 물론 전·월세 시장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평촌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지난해 말 1기 신도시(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당시만 해도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이 많았다"며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올해 입주 물량까지 폭탄 수준으로 쏟아지니 가격이 오르긴커녕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평촌동의 다른 개업중개사도 "올해 서울에 입주하는 물량이 1만가구 수준인데, 그 절반 물량이 한 번에 동안구로 몰려드는 셈"이라며 "집주인들 사이에서 집을 판다면 새 단지 입주가 본격화하기 전에 팔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귀띔했다. 민간 통계기관인 부동산R114는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1만1107가구 수준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안양시 동안구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밀집한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안양시 동안구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밀집한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전세 시장도 매물이 대거 늘어나기 전에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2886가구 규모 '평촌 센텀퍼스트'가 입주할 당시 대거 늘어난 매물로 일대 전셋값이 크게 출렁였는데, 1만 가구가 입주하면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호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작년 말에 3억5000만원 하던 인근 구축 전용 84㎡ 전셋값이 2억원대로 내린 바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243건이던 안양 동안구 전세 매물은 그해 11월 평촌 센텀퍼스트에서 733건이 출회되며 1880건까지 급증했다. 그는 "올해 평촌 센텀퍼스트 매물이 소화되며 주변 전셋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었는데, 최근 가격을 낮추는 집주인이 나오는 추세"라며 "4월이면 신규 단지 영향이 시작되고 6월부터는 전셋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