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마이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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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과 고물가, 지정학적 불안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미술시장도 확연한 조정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호황을 이끌던 초고가 작품의 매출이 줄어들며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 미술시장 전반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13일(현지 시각) 공개한 ‘글로벌 아트마켓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총매출액은 약 650억 달러(85조6115억 원)로 전년(678억 달러) 대비 4%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큰 손’ 컬렉터 지갑 닫았다


2021년부터 2년 연속 이어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44억 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1000만 달러 이상의 초고가 작품의 판매 감소가 시장 침체를 이끌었다. 실제로 지난해 1000만 달러 이상 가격대 작품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호황이었던 2022년의 경우 같은 가격대 작품 매출이 1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트바젤 마이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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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물가 상승 등 경기침체와 전쟁 등 정치적 불안정 여파로 ‘큰 손’ 컬렉터들이 초고가 작품 구매에 신중해진 영향이다. 작품 구매자금 조달 등에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광란의 투기적 매수가 완화되고 가치와 품질을 중시하는 수집가들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체 거래량은 3940만 건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유입된 MZ세대 컬렉터의 활동으로 온라인을 통한 중저가 작품의 구매도 활발했다. 작년 온라인 미술품 거래 매출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118억 달러로 추정된다.

美 이어 점유율 2위…‘나 홀로 성장’ 중국의 귀환?


국가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이 글로벌 매출의 42%를 차지하며 굳건한 1위를 지켰다. 이어 중국이 19%로 2위를 차지했고, 영국(17%)과 프랑스(7%), 스위스(3%)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세계 미술 시장 국가별 비중
지난해 세계 미술 시장 국가별 비중
중국시장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국은 지난해 주요 국가들의 매출 규모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홀로 전년 대비 9% 성장하며 2022년 영국에 내줬던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미국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3% 줄어든 것을 비롯해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시장 매출이 모두 감소하는 와중에도 중국만 나 홀로 성장한 것이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미술시장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코로나19 관련 봉쇄가 해제되며 기사회생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로 반짝 성장세를 보이긴 했지만, 중국 역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거래가 활발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들어선 본토의 부동산 등 경제 리스크로 성장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글로벌 미술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딜러들은 36%만 올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45%가 매출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낙관론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와 젊은 컬렉터의 진입 등 긍정적인 기대감도 나온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CEO는 “회복탄력성은 여전히 시장에서 지배적인 심리”라며 “금융시장의 강세, 인플레이션 약화 등이 희망을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중국에선 젊고 야심 찬 컬렉터들이 아트페어 같은 행사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