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 개인채무자보호법 첫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하위 법령을 통해 채무조정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기로 했다. 채무조정을 노리고 고의로 연체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은행 등과 함께 개인채무자보호법 하위법령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3000만원 미만 채무자가 금융사에 원리금 감면, 상환 기간 연장 등 채무조정을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요청을 받은 금융사는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안에 채무조정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이 법은 추심 횟수를 7일간 최대 7회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법안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채무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금융사의 부담이 커져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하위 법령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우선 시행령과 감독규정 등을 통해 금융사가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는 근거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채무자의 원리금 상환액 대비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어가면 금융사가 쉽게 거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자산과 소득이 충분한데도 상환을 회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추심 제한 규정도 유연화한다. 금융당국은 연체 사실을 문자 등으로 안내하는 것은 시행령에서 추심 횟수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빚을 갚으라고 직접 독촉하는 것만 추심으로 간주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사가 연체 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통로는 좁히기로 했다. 대부업체가 은행으로부터 개인 연체채권을 헐값에 사들인 뒤 과잉 추심을 벌이는 금융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지원협약에 가입한 대부업체 등에만 개인 연체 채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겠다”며 “자체 채무조정이 활성화되면 채권액 회수율이 높아져 금융사와 차주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한종/강현우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