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홍 교수 "기업의 혁신적인 도전 없으면 로봇 기술도 퇴보"
“아이들이 제게 ‘로봇이 뭔가요’라고 자주 묻습니다. 그럼 전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도구’라고 답하죠. 열에 아홉은 실망하더군요. 제 대답이 너무 차갑나 봅니다. 하지만 이게 로봇에 대한 가장 따뜻한 정의일 수 있어요.”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11일 열린 헬스케어기기기업 바디프랜드의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 행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로봇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홍 교수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한 로봇 공학자로 유명하다. 바디프랜드는 지난 1월 그를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홍 교수가 생각하는 로봇의 존재 이유는 간결 명확하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 그는 최근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로봇을 적극 도입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서빙 로봇, 청소 로봇 등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해주고 있지 않냐”고 했다. 이어 “로봇은 사람과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며 “이로운 도구로서 로봇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과 단순작업 직무를 중심으로 로봇의 업무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일을 통해 내가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생각해보면 로봇과 달리 사람이 가진 경쟁력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학자가 개발한 로봇 기술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쓰이려면 각 분야 민간 기업이 관련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훌륭한 로봇 기술이라도 제품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최신 공학기술을 접목해 안마의자를 개발하는 바디프랜드의 홍보대사직을 수락한 이유다. 홍 교수는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제품을 통해 ‘인류 건강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것’이 이 회사의 철학이라고 하더라”며 “내가 추구하는 로봇 철학과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앞선 로봇 기술을 접하고 있지만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이상향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로봇산업계가 넘어야 할 산으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꼽았다. 홍 교수는 “집에서 설거지하는 로봇이 아기 위로 넘어진다거나 로봇 한 대를 사기 위해 수억원을 지출해야 한다면 비효율적이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로봇기술이 실생활에 더 활발히 적용되려면 로봇공학자들이 장·단기 프로젝트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고 언젠가 구현될 로봇을 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연구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글=이미경/사진=최혁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