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고 '깜짝' 감소에 러 정유소 피습까지…3% 급반등 [오늘의 유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WTI 배럴당 80달러 ‘바짝’…브렌트유 넉달만 최고
국제유가가 13일(현지시간) 3% 가까이 급등해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깜짝’ 감소한 데다 러시아 정유 시설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공급 충격이 가해진 영향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전일보다 2.8%(2.16달러) 오른 배럴당 79.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다 급반등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 1일(배럴당 79.97달러) 이후 다시 배럴당 8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5월 인도분 기준)도 전날보다 2.6%(2.11달러) 뛴 배럴당 84.03달러에 장을 닫았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1월 6일(배럴당 85.18달러)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시장 예상을 뒤집고 감소하면서 가격 흐름이 크게 반전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4~8일 한 주 동안의 원유 재고가 직전 주 대비 153만6000배럴 적은 4억4699만4000배럴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재고가 줄어든 건 7주 만에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전문가들은 130만배럴 증가를 예측했었다. 미국석유협회(API) 집계치인 550만배럴 감소와도 괴리가 있다. 휘발유 재고도 전주보다 566만2000배럴 줄어든 2억3408만3000배럴로 집계됐다. 감소 폭은 시장 예상(190만~270만배럴 감소)을 크게 웃돌았다. 휘발유 선물 가격은 이날 2.9%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작년 9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WTI 선물의 실물 인수 지점인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 재고도 20만배럴 감소한 3150만배럴로 발표됐다. 최근 일주일간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10만배럴 줄어든 하루 1310만배럴이었다.
투자분석회사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계절적 유지 보수 기간과 정전 등이 겹치면서 휘발유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 본토 정유 시설 3곳이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피습되면서 유가 상승 폭을 키웠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랴잔, 크스트보, 키리시에 위치한 정유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메인 타깃이 된 랴잔의 정유소는 러시아 국영 기업 로스네프트가 운영하는 곳으로, 하루 34만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로스네프트 공장에선 화재가 발생하고 부상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바로 전날에도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있는 러시아 2위 정유 시설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올해 들어 정유소에 공격을 집중하는 이유는 이번 주말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다. 미 금융서비스 회사 스톤엑스는 “러시아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연속 공격은 대선을 앞둔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공습한 러시아 정유 시설은 러시아 전체 정유 능력의 25% 수준인 하루 680만배럴의 정제를 담당한다. 현재 러시아 정제 능력의 약 50%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사정거리에 있다는 설명이다. 리포우를 이끄는 앤디 리포우 회장은 이번 공습으로 러시아가 디젤 수출량을 줄이고 휘발유를 수입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월부터 정기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정유 시설 공격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확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는 당연히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은 대선 전까지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라피단에너지그룹의 페르난도 페레이라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에 “지난 며칠 동안 엄청난 수의 드론이 목격됐고, 우크라이나가 의도했던 대로 모스크바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손상된 정제 설비는 수리하는 데 몇 주가 걸리며, 정비가 끝나도 최대한으로 가동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5~17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선은 거의 확실시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항상 핵전쟁에 준비된 상태라면서도, 우크라이나전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경우 “분쟁이 중대하게 악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그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장에 들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X의 로한 레디 연구 책임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올해 2분기까지 감산을 연장한 것이 유가를 떠받치는 핵심 동인으로 지속해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정유업계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 경제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수요 측 요인도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티케캐피털의 타리크 자히르는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면 유가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라며 “지난 몇 주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가 풀리기 시작하면, 상승 또는 하락 폭은 상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국제유가가 13일(현지시간) 3% 가까이 급등해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깜짝’ 감소한 데다 러시아 정유 시설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공급 충격이 가해진 영향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전일보다 2.8%(2.16달러) 오른 배럴당 79.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다 급반등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 1일(배럴당 79.97달러) 이후 다시 배럴당 8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5월 인도분 기준)도 전날보다 2.6%(2.11달러) 뛴 배럴당 84.03달러에 장을 닫았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1월 6일(배럴당 85.18달러)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시장 예상을 뒤집고 감소하면서 가격 흐름이 크게 반전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4~8일 한 주 동안의 원유 재고가 직전 주 대비 153만6000배럴 적은 4억4699만4000배럴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재고가 줄어든 건 7주 만에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전문가들은 130만배럴 증가를 예측했었다. 미국석유협회(API) 집계치인 550만배럴 감소와도 괴리가 있다. 휘발유 재고도 전주보다 566만2000배럴 줄어든 2억3408만3000배럴로 집계됐다. 감소 폭은 시장 예상(190만~270만배럴 감소)을 크게 웃돌았다. 휘발유 선물 가격은 이날 2.9%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작년 9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WTI 선물의 실물 인수 지점인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 재고도 20만배럴 감소한 3150만배럴로 발표됐다. 최근 일주일간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10만배럴 줄어든 하루 1310만배럴이었다.
투자분석회사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계절적 유지 보수 기간과 정전 등이 겹치면서 휘발유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 본토 정유 시설 3곳이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피습되면서 유가 상승 폭을 키웠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랴잔, 크스트보, 키리시에 위치한 정유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메인 타깃이 된 랴잔의 정유소는 러시아 국영 기업 로스네프트가 운영하는 곳으로, 하루 34만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로스네프트 공장에선 화재가 발생하고 부상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바로 전날에도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있는 러시아 2위 정유 시설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올해 들어 정유소에 공격을 집중하는 이유는 이번 주말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다. 미 금융서비스 회사 스톤엑스는 “러시아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연속 공격은 대선을 앞둔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리포우오일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공습한 러시아 정유 시설은 러시아 전체 정유 능력의 25% 수준인 하루 680만배럴의 정제를 담당한다. 현재 러시아 정제 능력의 약 50%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사정거리에 있다는 설명이다. 리포우를 이끄는 앤디 리포우 회장은 이번 공습으로 러시아가 디젤 수출량을 줄이고 휘발유를 수입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월부터 정기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정유 시설 공격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확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는 당연히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러시아 정유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은 대선 전까지 지속될 거란 전망이다. 라피단에너지그룹의 페르난도 페레이라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에 “지난 며칠 동안 엄청난 수의 드론이 목격됐고, 우크라이나가 의도했던 대로 모스크바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손상된 정제 설비는 수리하는 데 몇 주가 걸리며, 정비가 끝나도 최대한으로 가동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5~17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선은 거의 확실시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항상 핵전쟁에 준비된 상태라면서도, 우크라이나전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경우 “분쟁이 중대하게 악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그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장에 들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X의 로한 레디 연구 책임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올해 2분기까지 감산을 연장한 것이 유가를 떠받치는 핵심 동인으로 지속해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정유업계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 경제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수요 측 요인도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티케캐피털의 타리크 자히르는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면 유가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라며 “지난 몇 주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가 풀리기 시작하면, 상승 또는 하락 폭은 상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