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과 기싸움 하더니…"석유 매우 중요" 백기 든 IEA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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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국제 유가가 4개월여 만에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거듭 원유 수요 전망치를 낮추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화석연료 업계를 자극했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석유 안보도 중요하다”며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덕분이다.
이날 유가를 끌어올린 것은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다. IEA는 이날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평균 13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기존보다 높였다. 이는 지난해 230만 배럴 증가세보다는 크게 둔화했지만, 그간 일평균 120만 배럴 증가를 고집하던 IEA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IEA는 올해 전 세계의 원유 총수요에 대해서도 기존의 하루평균 1억300만 배럴에서 1억320만 배럴로 올렸다.
IEA는 보고서를 내기에 앞서 지난 11일엔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 석유 안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IEA는 "석유 공급의 안정성은 여전히 전 세계 각국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라며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200여개국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자는 데 합의하긴 했으나, 전 세계의 석유 의존도는 줄어드는 와중에도 여전히 뿌리 깊기 때문에 공급 차질은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고 사람들의 삶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더라도 석유는 당분간 글로벌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불확실한 지정학적 전망, 사이버 공격의 위협 증가, 기상이변의 증가 등 다양한 위험 요소들로 인해 향후 수십 년 동안 석유 공급 차질 문제가 현재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IEA는 작년 10월 "2030년을 정점으로 원유 수요가 꺾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원유 시대 종말론을 처음 제시했다. 매달 발표하는 월간 보고서에서는 원유 수요 전망치를 대폭 낮췄고, 올해 1월에는 "낮은 수요에 비해 상당한 규모의 원유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표현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OPEC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IEA는 이후에도 OPEC과 입장차를 더욱 벌리며 기싸움을 벌여왔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고문이었던 로버트 맥널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IEA는 에너지 안보 감시자로서의 사명에서 벗어났다"며 "IEA의 장기 에너지 예측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IEA가 석유의 안보적 가치를 깎아내리는 탓에 시추·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듯 IEA는 "원유 수요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높으면 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어려워지고, 수요 감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산 활동이 축소되면 원유 시장 경색과 가격 상승, 공급 차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최근엔 미국 등 비(非)OPEC 국가들의 역대급 생산량이 원유 생산 집중도를 상쇄하고 있지만, 투자 감소세가 지속되면 원유 생산이 OPEC 등 소수에만 집중돼 공급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들은 기후위기 논란에도 원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14일 미국 연방 수출입은행(ExIm)은 바레인의 석유가스 시추 프로젝트에 5억달러를 대출보증 형태로 투입하기로 했다. 기후변화를 우려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성명을 냈지만, 수출입은행은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강화할 수 있다"며 투자를 강행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IEA의 입장 변화에 유가 4개월만에 최고치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4달러(1.93%) 오른 배럴당 81.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은 전거래일보다 1.39달러(1.7%) 상승한 배럴당 85.31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가 모두 작년 11월초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이날 유가를 끌어올린 것은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다. IEA는 이날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평균 13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기존보다 높였다. 이는 지난해 230만 배럴 증가세보다는 크게 둔화했지만, 그간 일평균 120만 배럴 증가를 고집하던 IEA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IEA는 올해 전 세계의 원유 총수요에 대해서도 기존의 하루평균 1억300만 배럴에서 1억320만 배럴로 올렸다.
IEA는 보고서를 내기에 앞서 지난 11일엔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 석유 안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IEA는 "석유 공급의 안정성은 여전히 전 세계 각국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라며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200여개국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자는 데 합의하긴 했으나, 전 세계의 석유 의존도는 줄어드는 와중에도 여전히 뿌리 깊기 때문에 공급 차질은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고 사람들의 삶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더라도 석유는 당분간 글로벌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불확실한 지정학적 전망, 사이버 공격의 위협 증가, 기상이변의 증가 등 다양한 위험 요소들로 인해 향후 수십 년 동안 석유 공급 차질 문제가 현재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IEA는 작년 10월 "2030년을 정점으로 원유 수요가 꺾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원유 시대 종말론을 처음 제시했다. 매달 발표하는 월간 보고서에서는 원유 수요 전망치를 대폭 낮췄고, 올해 1월에는 "낮은 수요에 비해 상당한 규모의 원유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표현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OPEC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IEA는 이후에도 OPEC과 입장차를 더욱 벌리며 기싸움을 벌여왔다.
석유의 안보적 가치 인정받았다…"투자 계속돼야"
최근엔 두 기관의 견해 차이가 16년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기준 IEA는 올해 원유 수요가 하루평균 122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반면 OPEC은 225만 배럴 증가로 예상했다"며 "2008년부터 두 기관의 월간 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103만 배럴에 달하는 수요 전망치 격차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날 IEA가 수요 전망치 상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IEA가 회원국들에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정치화'됐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브스는 "원유 생산국 단체인 OPEC으로서는 유가를 떠받쳐야 하는 산업적 필요성에서 편향적일 수 있지만, (중립적이어야 할) IEA는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IEA가 합리적인 수요 예측 기관으로서의 책무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고문이었던 로버트 맥널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IEA는 에너지 안보 감시자로서의 사명에서 벗어났다"며 "IEA의 장기 에너지 예측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IEA가 석유의 안보적 가치를 깎아내리는 탓에 시추·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듯 IEA는 "원유 수요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높으면 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어려워지고, 수요 감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산 활동이 축소되면 원유 시장 경색과 가격 상승, 공급 차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최근엔 미국 등 비(非)OPEC 국가들의 역대급 생산량이 원유 생산 집중도를 상쇄하고 있지만, 투자 감소세가 지속되면 원유 생산이 OPEC 등 소수에만 집중돼 공급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들은 기후위기 논란에도 원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14일 미국 연방 수출입은행(ExIm)은 바레인의 석유가스 시추 프로젝트에 5억달러를 대출보증 형태로 투입하기로 했다. 기후변화를 우려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성명을 냈지만, 수출입은행은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강화할 수 있다"며 투자를 강행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