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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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박모씨의 부친은 몇해 전 급성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부친 대신 보험사에 보험금을 신청했지만 “청구 권한이 없으니 아버지께 정상적 위임을 받아 오라”는 답변을 받았다. 병세가 악화된 아버지가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거나 법적 위임 절차를 밟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박씨는 6개월에 걸친 가정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은 후에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최근 이러한 보험금 수령 문제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빈번하다. 특히 치매보험이나 CI보험의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가 동일인일 경우가 문제다. CI보험은 중대한 뇌졸중·심근경색·암 등의 치명적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보장내용 특성상 발병 시 수익자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쉽지 않다. 보호자가 대신 보험금을 청구하려 해도 청구권 행사는 오직 수익자만 할 수 있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대리청구인 지정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보험계약자의 가족 등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대리청구인을 사전에 정하는 제도다. 대리인은 계약자의 주민등록상 배우자 또는 3촌 이내 친족까지 가능하다. 다만 계약자와 피보험자, 보험 수익자가 동일한 보험상품에만 적용된다. 보험금 청구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회사별로 신청 서류를 작성하거나 지정대리청구서비스특약(무료)에 가입하면 된다. 이미 가입한 계약도 보험사에 연락해 대리청구인을 지정할 수 있다. 향후 대리청구인이 보험금을 청구할 땐 신청서와 대리청구인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등만 보험사에 제출하면 된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