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놀라움과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구글이 최근 선보인 AI 챗봇 제미나이는 미국 건국자와 독일 나치 군인을 유색인종으로 묘사하는 오류를 일으켰다. 구글은 ‘부정확성’을 이유로 해당 제품을 철수했다. AI는 차세대 물결로 칭송받지만 아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게 분명하다. 이는 AI보다 구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검색의 90%를 제어하는 구글은 19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구글의 한 직원은 “이곳에선 조직적으로 누가 방에 있는지, 누가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이는 아무도 실패로 인해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의도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시장 놓치는 지배기업

지배적인 기업들이 자만심과 오만함으로 다음 시장을 놓치는 역사는 그동안 반복돼 왔다. 제록스, IBM, 컴팩, AT&T, AOL, 넷스케이프, 야후 등이 그렇다. 이들 기술기업은 저절로 축소되거나 실패하기 때문에 해체할 필요가 없다. 1990년대 시스코는 라우터 시장 대부분을 점유했다. 닷컴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투자자들은 인터넷 구축을 위한 통신 인프라의 장기적인 재구축이 임박했다고 믿었다. 2000년 이 회사 주식 가치는 555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인터넷은 제대로 구축됐지만 시스코 주가는 90% 가까이 폭락했다. 오늘날 2000억달러까지 회복하는 데 무려 24년이 걸렸다.

거대 기술기업의 차세대 플랫폼에 대한 탐구는 위험천만하다.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를 장악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메타버스에 투자하면서 42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애플은 2018년 판매량이 정점을 찍은 스마트폰 시장을 차지했지만 전기차를 제조하지 않아 10년간 100억달러 손실을 냈다. 테슬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전기차의 과잉 공급에 갇혔다.

오늘날 시장을 주도하는 ‘매그니피센트7’의 마지막 주자는 엔비디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검색에서 생성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AI를 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를 장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편에 앞서 시스코를 떠올려야 한다.

경고등 켜진 '거품 신호'

엔비디아는 칩 제조업체인 TSMC와 함께 개당 3300달러에 AI 칩 H100을 제작한다. 공급 부족으로 엔비디아는 이를 3만달러 이상에 팔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은 작년 해당 제품을 열광적으로 구매한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이다. 엔비디아의 영업 마진은 62%에 달한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더 지속될까. 이 같은 고마진은 AMD, 인텔, 퀄컴 등 경쟁 업체를 끌어들인다. 구글은 자체 AI 칩을 보유하고 있다. 속도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곧 수많은 AI 칩이 등장할 것이다. 버블 신호가 다시 빨간색으로 깜박이고 있다. 비트코인, AI 관련주인 슈퍼마이크로 등이 모두 급등하고 있고, 심지어 ‘밈 주식’ 열풍을 일으킨 레딧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모멘텀 투자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AI 시장은 상승 중이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개별 기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정점에 달하고, 리더십이 자주 바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Beware the Frothy AI Frenz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