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는 올초 약 800만원짜리 미국 패키지 여행상품을 선착순으로 내놨다. 결과는 대성공. 오픈 3시간 만에 24명 자리가 모두 예약됐다. 이 중 70%는 20~30대였다. 고가 상품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끈 비결은 바로 농구 전문가 조현일 해설위원이었다. 조 위원과 함께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를 관람하면서 설명을 들을 기회를 잡으려고 농구 팬들이 몰린 것이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패키지여행이 젊어지고 있다. 인플루언서나 전문가와 함께 테마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프리다이빙’ ‘위스키’ 등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이색 상품으로 20~30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코로나19 때 고사 위기에 몰렸던 국내 여행사는 이런 상품을 앞세워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고, 올해 최대 실적을 노리고 있다.

○인플루언서·버킷리스트 앞세워 인기

15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의 여행 상품 예약 건수는 1년 새 세 배 증가했다. 대부분은 패키지 상품 구매자였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과거 패키지 상품의 주 고객이 중장년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라고 했다. 모두투어도 홈페이지 회원 중 20~30대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22% 증가했다.

패키지여행이 ‘단순 편리함’을 넘어 ‘이색 체험’으로 진화한 덕분이다. 과거엔 교통, 숙박, 식사, 입장권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었지만, 지금은 여기에 더해 자유여행에선 경험하기 힘든 이색 체험을 핵심 콘텐츠로 넣었다. 팝 전문 유튜버와 스페인 음악 페스티벌을 함께 가거나, 여행작가가 동행하는 몽골 여행 패키지 등을 선보인 하나투어가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오픈한 지 단 몇 분 만에 ‘완판’됐다. SNS 인플루언서와 함께 태국 그리스 등으로 떠나는 ‘컨셉투어’(모두투어), 방송에 나온 여행지·맛집 등을 가는 패키지 상품(노랑풍선) 등도 인기다.

여행사들은 20~30대의 패키지 수요가 늘자 아예 이들 연령대 전용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말 30대만 예약할 수 있는 ‘30대 버킷리스트 케냐·탄자니아’ 상품을 출시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섞여서 다니는 기존 패키지 상품과 달리 또래끼리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행 3사, 올해 실적 더 좋다”

패키지 상품 흥행은 엔데믹 이후 젊은 층의 여행소비가 먼저 살아난 것과 맞물리면서 여행사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국내 여행사 3사(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는 일제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도 각각 200~300% 늘었다. 증권가에선 “젊은 층에 이어 중장년층 여행도 늘어난 만큼 올해 여행사 실적이 작년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패키지 상품 고객층이 확대되면서 이 분야에 힘을 쏟는 건 전통 여행사뿐이 아니다. 국내 1위 온라인 여행사(OTA) 야놀자는 최근 모두투어와 손잡고 공동으로 패키지 상품을 만들기로 했다. 쿠팡도 최근 아마존 출신 인력을 ‘쿠팡트래블’ 디렉터로 앉히는 등 여행 부문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