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가 상품 판매점 체인 패밀리달러가 매장 약 1000곳을 폐쇄한다. ‘미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이들 매장은 인건비 증가와 경기 위축에 따른 저소득층의 소비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의 공습에도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장하던 저가 할인점들이 중국의 초저가 직배송 쇼핑몰 테무에 밀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소득층 소비 줄어 실적 저조

中 테무 '저가 공습'에…'미국판 다이소' 위기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패밀리달러의 모회사 달러트리는 전날 북미 지역 매장 1000곳가량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패밀리달러를 인수한 달러트리는 기존에 보유한 달러트리 매장 약 8000곳과 패밀리달러 매장 800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상반기 패밀리달러 매장 600곳이 문을 닫고,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패밀리달러 370곳, 달러트리 30곳을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달러트리는 같은 날 지난해 4분기 17억1000만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후 이틀 동안 나스닥시장에서 달러트리 주가는 15% 이상 급락했다. 패밀리달러는 지난달 쥐 사체가 방치된 창고에 물품을 보관한 뒤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정부로부터 4160만달러(약 553억원)의 벌금을 부과받는 등 악재가 잇따랐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경기가 위축된 것이 영업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매장 방문객은 4.6% 증가했지만 평균 구매액은 1.5% 감소했다.

마진이 적은 화장지, 치약, 식기류 등 일상용품 판매는 감소 폭이 작은 데 비해 장난감이나 파티용품 등 마진이 많은 상품의 매출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릭 드레일링 달러트리 최고경영자(CEO)는 “패밀리달러는 거시 환경의 희생양”이라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정부 부양책 감소 등이 저소득층 소비자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고가 증가하고 절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경쟁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 심화한 것도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달러숍 킬러’로 등장한 테무

저가 상품 판매점은 중국 테무의 미국 시장 진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차세대 아마존 킬러’로 불리던 테무가 알고 보니 ‘달러숍(dollar store) 킬러’였다”며 분석 데이터를 소개했다. 아마존이 성장하면서 저가 할인점은 오프라인 틈새시장에서 수년간 확장을 계속했으나, 아마존보다 월등하게 저렴한 테무가 등장해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 기업인 어니스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테무의 미국 할인상품 시장 점유율은 작년 9월 끝난 회계연도 한 해 동안 0%에서 14%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달러트리·패밀리달러와 달러제너럴의 점유율은 각각 4%와 8% 하락했다. 할인점 파이브빌로와 올리스바겐의 점유율도 1%씩 낮아졌다.

오히려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은 편이다. 프라임 구독 상품 등을 내세워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 등 고품질 서비스를 원하는 중·고소득 고객층을 공략한 덕분이다.

시장조사기업 닐슨아이큐의 켄 카사르 부사장은 “연 소득이 10만달러 이상인 가구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온라인 지출 비중이 16%에서 19%로 증가했고, 소득이 2만5000달러 미만인 가구도 10%에서 14%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할인점은 도심보다 교외 중산층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드레일링 CEO는 “도심의 패밀리달러보다 교외 중산층이 주 고객인 달러트리 매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패밀리달러와 달러트리 모두 1~10달러 내 저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체인점으로 분류되지만, 주 고객층 평균 소득은 교외 중산층이 타깃인 달러트리가 더 높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