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대 최대 사과값 지원 효과 있을까…"수요 분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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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납품단가 지원 ㎏당 0원→1천원→2천원→4천원
"정부 지원 도움 될 것" "할인으로 수요 늘어 가격 재상승" 사과 등 농산물 물가 급등으로 초비상이 걸린 정부가 예산을 대폭 늘려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가격이 신속하게 안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사과는 병해충 검역 때문에 수입이 막혀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 저장물량을 소비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 전환이 쉽지 않다.
유통업계에선 오는 5월쯤이면 남은 물량이 거의 동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지만,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공급을 늘릴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과 저장량은 전년보다 31% 줄어든 20만3천t(톤)으로 추정된다.
전국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나 유통업체가 보관한 물량은 대폭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산지유통센터에서 물량이 수시로 나간다"며 "정부 물가안정 캠페인으로 물량이 많이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기상재해 여파로 사과 생산량이 30% 감소해 가격은 올랐으나 정부 할인 지원에 소비는 그만큼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대형마트는 이달 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사과 매출은 3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마트 관계자는 "배는 평소 잘 먹지 않지만, 사과는 늘 많이 찾아 문제인 것"이라면서 "사과 판매는 10% 정도 줄었지만, 가격이 올라 매출이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과는 꾸준히 매출이 나오는 품목으로 판매량이 작년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행사 품목인 '못난이 사과'가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여러 대형마트는 모양이 좋지 않거나 크기가 작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를 싸게 팔고 있다.
◇ 농산물 할인에 납품단가 지원까지…역대 최대 1천639억원 투입
정부는 지난 6일 통계청이 지난달 사과 가격이 작년보다 71% 급등했다고 발표하자 대대적인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같은 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3∼4월 사과와 대파 등 13개 품목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434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13개 과일·채소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289억원으로 85억원 늘린다고 발표했다.
하루 뒤인 15일에는 물가 관련 긴급현안 간담회에서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을 959억원으로 확대하고 농축산물 할인 예산도 5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명절에만 발행하던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 상품권(30% 할인)을 3∼4월에도 180억원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이를 합치면 농축산물 할인과 납품단가 지원 예산은 모두 1천639억원으로 지난 6일 발표(434억원)보다 1천2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이중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납품단가 지원 대상 품목을 13개에서 21개로 확대하고 지원 단가도 최대 2배로 상향한다.
사과 납품단가 지원은 ㎏당 1천원으로 시작됐다가 2천원에서 4천원으로 오른다.
정부가 이처럼 하루가 멀다고 역대 최대 규모 농산물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과일'인 사과는 고물가를 체감하게 하는 대표 품목이 됐다.
정부의 대대적인 돈 풀기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농산물은 날씨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원책이 소비자가 더 많이 사는 사과에 집중하면 더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부 학자는 정부의 할인이나 납품단가 지원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아 가격 하락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가격을 낮추려면 수요 대비 공급이 늘어나야 가격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량이 늘지 않은 채 납품 단가를 낮추고 할인해 사과가 싸지면 가격이 좀 더 저렴한 딸기를 사 먹으려 하던 사람까지 사과 구매로 몰려 가격이 다시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 수입 과일 관세 낮춰 공급 확대…전문가들, 안정적 생산 기반 주문
정부는 사과 등 농산물 가격 안정의 구체적인 목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다른 관계자는 "작년보다 가격이 너무 올라 소비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할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과는 햇사과(아오리)가 나오는 7월 말까지 가격을 작년 수준으로 떨어뜨릴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많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검역 협상이 오래 걸려 올해 당장 사과를 수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참외와 딸기, 토마토 등 과채류 공급이 늘어나면 과일 수요가 분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날씨 때문에 공급이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달 성주 지역 참외 출하량은 평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정부는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과일 공급을 계속 늘리고 있다.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망고, 자몽 등 6종에 무관세를 적용한 데 이어 만다린과 두리안 관세는 각각 10%와 5%로 낮췄다.
정부는 관세 인하 대상인 바나나·망고·파인애플 등 과일류 31만t을 신속히 도입하고 관세 인하 품목을 더 발굴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망고·체리 등 5종을 직수입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 대학 교수는 "파인애플, 망고, 바나나 같은 수입 과일을 할당관세를 통해 싸게 들여와 공급량을 늘리면 국산 과일에만 몰려 있는 수요가 다양한 수입 과일로 흩어져 전반적으로 과일 가격이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수입 과일 공급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과와 오렌지는 다른 품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과일 가격 급등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태명 경북대 원예과학과 명예교수는 "정부는 (소비가 늘지 않는 상태에서) 사과 생산을 늘리면 가격이 내려가 농가가 피해를 본다는 논리를 펴왔다"며 "(과수 재배 기술을 고도화해) 생산 비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일본에서 도입한 사과 재배 기술은 인력 소모가 많아 노동력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호영 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재배 면적이 줄어도 단위당 수확량이 넉넉하게 나오면 생산량과 가격은 안정적"이라며 "이상기후에 강한 품종이나 단위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해 심으면 사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부 지원 도움 될 것" "할인으로 수요 늘어 가격 재상승" 사과 등 농산물 물가 급등으로 초비상이 걸린 정부가 예산을 대폭 늘려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가격이 신속하게 안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사과는 병해충 검역 때문에 수입이 막혀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 저장물량을 소비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 전환이 쉽지 않다.
유통업계에선 오는 5월쯤이면 남은 물량이 거의 동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지만,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공급을 늘릴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과 저장량은 전년보다 31% 줄어든 20만3천t(톤)으로 추정된다.
전국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나 유통업체가 보관한 물량은 대폭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산지유통센터에서 물량이 수시로 나간다"며 "정부 물가안정 캠페인으로 물량이 많이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기상재해 여파로 사과 생산량이 30% 감소해 가격은 올랐으나 정부 할인 지원에 소비는 그만큼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대형마트는 이달 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사과 매출은 3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마트 관계자는 "배는 평소 잘 먹지 않지만, 사과는 늘 많이 찾아 문제인 것"이라면서 "사과 판매는 10% 정도 줄었지만, 가격이 올라 매출이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과는 꾸준히 매출이 나오는 품목으로 판매량이 작년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행사 품목인 '못난이 사과'가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여러 대형마트는 모양이 좋지 않거나 크기가 작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를 싸게 팔고 있다.
◇ 농산물 할인에 납품단가 지원까지…역대 최대 1천639억원 투입
정부는 지난 6일 통계청이 지난달 사과 가격이 작년보다 71% 급등했다고 발표하자 대대적인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같은 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3∼4월 사과와 대파 등 13개 품목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434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13개 과일·채소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289억원으로 85억원 늘린다고 발표했다.
하루 뒤인 15일에는 물가 관련 긴급현안 간담회에서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을 959억원으로 확대하고 농축산물 할인 예산도 5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명절에만 발행하던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 상품권(30% 할인)을 3∼4월에도 180억원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이를 합치면 농축산물 할인과 납품단가 지원 예산은 모두 1천639억원으로 지난 6일 발표(434억원)보다 1천2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이중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납품단가 지원 대상 품목을 13개에서 21개로 확대하고 지원 단가도 최대 2배로 상향한다.
사과 납품단가 지원은 ㎏당 1천원으로 시작됐다가 2천원에서 4천원으로 오른다.
정부가 이처럼 하루가 멀다고 역대 최대 규모 농산물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과일'인 사과는 고물가를 체감하게 하는 대표 품목이 됐다.
정부의 대대적인 돈 풀기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농산물은 날씨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원책이 소비자가 더 많이 사는 사과에 집중하면 더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부 학자는 정부의 할인이나 납품단가 지원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아 가격 하락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가격을 낮추려면 수요 대비 공급이 늘어나야 가격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량이 늘지 않은 채 납품 단가를 낮추고 할인해 사과가 싸지면 가격이 좀 더 저렴한 딸기를 사 먹으려 하던 사람까지 사과 구매로 몰려 가격이 다시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 수입 과일 관세 낮춰 공급 확대…전문가들, 안정적 생산 기반 주문
정부는 사과 등 농산물 가격 안정의 구체적인 목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다른 관계자는 "작년보다 가격이 너무 올라 소비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할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과는 햇사과(아오리)가 나오는 7월 말까지 가격을 작년 수준으로 떨어뜨릴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많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검역 협상이 오래 걸려 올해 당장 사과를 수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참외와 딸기, 토마토 등 과채류 공급이 늘어나면 과일 수요가 분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날씨 때문에 공급이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달 성주 지역 참외 출하량은 평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정부는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과일 공급을 계속 늘리고 있다.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망고, 자몽 등 6종에 무관세를 적용한 데 이어 만다린과 두리안 관세는 각각 10%와 5%로 낮췄다.
정부는 관세 인하 대상인 바나나·망고·파인애플 등 과일류 31만t을 신속히 도입하고 관세 인하 품목을 더 발굴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망고·체리 등 5종을 직수입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 대학 교수는 "파인애플, 망고, 바나나 같은 수입 과일을 할당관세를 통해 싸게 들여와 공급량을 늘리면 국산 과일에만 몰려 있는 수요가 다양한 수입 과일로 흩어져 전반적으로 과일 가격이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수입 과일 공급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과와 오렌지는 다른 품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과일 가격 급등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태명 경북대 원예과학과 명예교수는 "정부는 (소비가 늘지 않는 상태에서) 사과 생산을 늘리면 가격이 내려가 농가가 피해를 본다는 논리를 펴왔다"며 "(과수 재배 기술을 고도화해) 생산 비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일본에서 도입한 사과 재배 기술은 인력 소모가 많아 노동력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호영 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재배 면적이 줄어도 단위당 수확량이 넉넉하게 나오면 생산량과 가격은 안정적"이라며 "이상기후에 강한 품종이나 단위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해 심으면 사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